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이런 날 마시라고 누군가 와인을 한 병 건넸었다. 따뜻하게 데워먹는 와인이다.
 
겨울철 유럽의 거리에서는 한 잔씩 팔기도 한댄다.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특별한 경험이 될 듯 하다.

왠 아가씨가 방긋 웃고 있는 사진이 라벨 맨 위에 올라붙어 있지만, 뭔가 너무 산만해서 잘 눈에 띄지가

않는다. 독일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그냥 술은 맞겠지 대책없이 믿어본다.

처음에 받아봤을 때도 똑같은 프로세스를 거쳤다. 앞을 보고 잠시 황망해하다가, 뒤를 보곤 당황했다. 어라,

한국어네. 정식 수입된 와인인갑네. 이름은...크리스트킨들스 마르크트 글뤼바인...?;;;;


집에서 정종 덥혀먹을 때 그러듯 자그마한 주전자에 붓고 살살 끓였다. 60도에 딱 맞출 재간은 없고, 그냥

적당히 김이 오르고 와인향이 집안 가득 퍼진다 싶을 때 불을 껐다.

잔에 가득 따라붓고는 홀짝홀짝, 따뜻한 사케 마시듯 두손으로 잔을 감싸쥐었다. 안경에 뽀얗게 김이 서리곤

이내 사라진다. 레몬향과 계피향이 진하게 섞여든 게, 와인이라기 보다는 따끈한 차 같기도 하다.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방긋 웃어주는 아가씨. 가만 보니 머리엔 금색 왕관도 썼다. 금발에 금색 왕관이라니,

무슨 초록색 개구리가 초록색 똥 눈 거 같이 티가 한개도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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