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하얘서 어리벙벙하던 타지마할을 등지니, 들어설 때 심상하게 보였던 녹색 잔디밭이나 적갈색 벽돌건물이
새삼스럽다. 잔디밭 위에서 노니는 하얗고 우아한 새들이 눈에 딱 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은 정면의 분수대에 물에 반사된 아름다운 모습을 최고로 친다는데, 그런 호젓한 광경을

맛볼 수 있는 행운은 여전히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저 하염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여행자들.

사람이 워낙 많아 전경을 방해받지 않고 찍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게다가 가뜩이나 희끄무레한 녀석이라

시간대도 중요하지 싶은데, 고즈넉한 새벽이나 저녁무렵, 아무에게도 개방되지 않은 타지마할을 독점할 수

있다면 굉장히 다른 분위기, 그리고 굉장히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웠다.

갑남을녀의 여행객 중 하나인지라, 찍히는 건 사람이 반 풍경이 반.

타지마할의 현관문에 멈춰서 감상중인 사람들.
이곳부터 조금씩 복원/보수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그러고 보면 엔간한 문화 유산들은 대개 돌려가며 보수

중인 타이밍이다. 앙코르왓도 그렇고, 타지마할도 그렇고, 파리의 그것들도 그렇고. 인류 문화유산은 보수중.

입구부터 죽은 척 널부러져있던 강아지들 중의 한 마리였을까. 유연한 포즈로 늘어진 채 타지마할을 바라보던

녀석이 한순간 카메라를 의식한 듯 벌떡 일어나 도망쳐 버렸다.

'현관'을 지나면서, 갈색과 적색이 섞인 듯한, 뭔가 노릇노릇하게 잘 익어 맛있어 보이는 색깔을 띄고 있던

현관의 천장은 생생한 입체감까지 완비하고 있었다. 사물을 조각하고 모사할 수 없는 이슬람의 문화적 특성상

기하학적 문양과 형상들이 발전했다는 말이 역시 허명이 아니었다.

뒤늦게 돌아나오는 길에서야 발견한 표지판. 타지마할엔 남문, 동문, 서문이 있는 거다.

참...여기 개들은 전부 기력이 쇠했나보다. 나무가 드리워준 그늘 안에 포옥 안겨 있었다.

타지마할을 끝내 벗어나기 전 돌아본 길, 좀더 자유로웠다면 하루종일이라도 돌며 햇살도 기다리고, 조금이나마

사람이 적은 타이밍을 노린답시고 어슬렁거렸을 텐데. 아쉬움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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