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의 안, 정교하게 육각 벌집문양을 새겨넣은 대리석 너머로부터 넘어들어오는 벌집문양 햇살.

타지마할의 매끈한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튕겨나오는 햇살도.

안에는 타지 왕녀의 석관이 있었고, 그 옆에는 유일하게 타지마할의 좌우대칭을 깨는 왕의 무덤이 놓여있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던 그곳, 어차피 나무 창살이 촘촘히 둘러쳐져 눈으로 감상할 생각이었다. 컴컴하던

묘실에서 나와 올려다본 타지마할의 입구 천장.

옆에 그려진 캘리그래피. 아랍어인 듯 한데,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지라 코란의 구절이 아닐까.

벽면에 새겨진 준보석 조각들. 저렇게 자그마한 조각들을 거대하고 도톰한 흰색 건물 전체에 선물포장 띠처럼

둘러놨다. 그 정도 해놓으니 멀리 떨어져 보아도 뭔가 공이 많이 들어갔구나, 정교하구나, 란 느낌이 드는 걸까.

선물포장 띠 아래에는 아예 대리석에 꽃들을 조각해 넣은 판들이 주욱 늘어섰다. 사후에나마 왕녀를 꽃밭에

뉘이고 싶었던 마음이 느껴진다. 더구나 단단한 대리석으로 피워낸 꽃이니 사시사철, 몇백년이 지나도록

하얗게 피어있는 셈.

문득 내려다본 타지마할 옆의 강둑, 원숭이 몇 마리가 짙은 그림자를 넘나들며 뛰놀고 있었다.

강 너머 보이는 길다란 장벽과 오똑하니 솟은 탑. 저기도 뭔가 유적인 거 같은데.

강둑 위에 올라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타지마할과 그 부속 건물들은.

타지마할의 옆구리와 허리춤쯤, 빈틈없는 꽃밭. 하얀 대리석에 음영을 남기는 건 수백만번의 조각질.

자칫 온통 하얗게만 나오기 쉬운 사진, 해가 조금씩 중천으로 오를수록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 타지마할.

신발을 벗고 타지마할을 둘러보았던 왕비 타지의 후손 1人이 되돌아나오는 길. 쉼없이 사람이 내려오는

통에  텅 빈 출구를 포착할 수 없었다는.

가까이서 유심히 바라볼수록 무슨 꽃받침같이 세심하고 정교한 느낌이다.

타지마할의 오른편, 아직 그림자가 저렇게 길게 늘어지는 시간임에도 꽤나 후끈했던 공기와 바람.

그러고 보면 참 새가 많았다. 이름모를 까막새들이 휘휘 선회하던 타지마할의 실루엣이 조금씩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시간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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