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미지(Before & After랄까..)

'한국무역협회'와 '이희범회장'을 키워드로 해서 뽑아 보았던 1년반치 기사뭉치, 월간지, 논문들에서

비쳐진 무역협회란 곳은 전경련을 필두로 한 경제4단체 중 하나라곤 해도 조금 달라보였다. 자력으로

무역하며 위협섞인 엄살을 피워대는 대기업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근근히 수출하며

먹고살기 바쁜 중소무역업체, 중앙에서 소외된 지방업체의 이익을 통틀어 대변하려 하는 무역업체들의

이익단체. 애초 공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니고 단지 한국의 '무역업계'만을 위한 민간단체가

정체성이라지만, 다른 것도 아닌 '한국의 무역'이라니 공공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게다.


해병대 등 이런저런 희떠운 연수스케줄 몽땅 합쳐봐야 아직 한달도 안되었다지만 실제로 중소

무역업체를 위한 일도 많이 하는 것 같아 보인다. 高원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정부에 촉구한다거나,

FTA활용방안을 홍보한다거나..SERI가 삼성이란 일개 사기업의 지적 전위부대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는데 반해, 협회산하 국제무역 연구원은 그래도 국가 차원의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 분석, 대안 제시의 노력도 진지해 보이고. 물론 그러한 식의 '수출 XX불',

'세계 XX위'같은 유치한 양적과시가 끊임없이 거슬릴 뿐더러 기업인이 한국의 1등국민이라는 암묵적

전제도 썩 와닿지는 않지만.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필연적 결과로 한미FTA를 앞장서 주도했으며

한EU FTA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불쾌하지만.(근데 대체 한미 FTA와 한EU FTA에

대처하는 진보진영의 자세가 왜 이렇게 다른지, 반미의식에 편승해 쉽게 감정을 동원할 수 있겠단

꼼수 > 자본에 대한 문제의식?)



#2. 낯익은 위화감

게다가 벌써부터 거슬리는 문제들도 있다. 만약 중소무역업체와 대기업의 이해가 상충하는 무역현안이

있다면, 무역협회는 어떠한 의견을 채택할 건지? 비록 6만5천여 회원사를 모시는 서비스단체..란 게

공식적인 외피라지만, 정몽구회장이 사회환원한다며 만든 재단위원장에 협회장을 위촉시킬 만큼,

삼성역 무역센터 54층짜리 건물과 코엑스의 번듯한 외양이 중소무역업체들을 왠지모르게 위축시킬만큼,

친재벌과 친기업이란 입장 간의 간극은 만만치 않다. 나아가, 무역협회라지만 수출협회라는 치명적
 
약점. 여태 한국은 수입업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 소홀해 왔는데, 수입에 대한 막연하지만 뿌리깊은

부정적 이미지 때문일 게다. "무역흑자를 갉아먹는..국부를 유출시키는..신토불이를 나몰라라 하는..

사치스러운.." 등등.


그렇지만 수출만큼 수입도 중요하며, 수입의 질적, 양적인 면에서 뒷받침이 필요하단 인식이

보편화된다면 한국 사회나 기업들이 보다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무역협회는 '무역흑자가 지고의 선'이라는 중상주의적인 가치관에 기댄 채

수입업체들로부터의 많은 가능성을 사장시켜 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수입은 가공생산을 위한

원자재란 걸 생각하면, 전략적인 측면에서나 원칙적인 측면에서나, 협회가 수입업체들을 외면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상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의미를 싣지도 못한 채 뭉뚱그려진 친재벌과 친기업, 친기업과 친시장 간의

엄연한 차이. 수출입의 질적 측면, 실제 수익성 등에는 소홀한 채 그저 수입을 최대한 묶고 수출을

최대한 이끌어서 국부를 쌓겠다는 단순무식한 중상주의적 사고.


친재벌과 친기업, 친기업과 친시장간의 모호한 경계에 모호하게 발붙이고 선 무역협회는 그러한 상식이

얼마나 무디고 편향적인지 첨예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중소기업 편인지 대기업 편인지, 김용철 변호사가

개XX인지 삼성이 XX끼인지. 이미 면접 때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나름의 답까지 제시해

줬었던 무역협회다. 흑자면 장땡이라는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신중상주의로 부활하고 있다는 건, 70년대 건설업체 사장나부랭이가 'CEO'라는 21세기적 단어가 가진

마력을 빌려 대통령에 덜컥 당선한 마당인지라 이상할 것도 없다.



#3. 창조적인 불만, 냉소에서 출발하는 낙관,..Whatever.

과장스러운 환영사와 일장훈시들은, 결국은 "초심을 잃지 말아라" 혹은 "비싼 밥이니 맛있게 먹어라"

정도로 요약된다. 누구나 초심을 운운하며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말하지만, 사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처럼 문제는 자신의 마음인 거다. 내게 있어, 모든 초심의 초심은 '즐거움'이고..즐겁게

일하고 싶다.

일단은..아직 발령도 안 받은 신입직원 나부랭이로서는, 이렇게 내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곳을 갈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래놓고 부메랑처럼 돌아올 부담감과 깨어있음의 압박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 ver2.0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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