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먹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다. 이어폰을 귀에서 탈착할 필요도 없으며, 밥먹는 데에 집중하거나 꼬리를

무는 어떤 생각에 집중하거나 간에 장애가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밥먹고 나서 걍 바로 자리를 뜨고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먹음 한 끼 해결인데, 마음도 편한데다가 아주 자유로운 느낌마저 든다. 학관 지하에 12시 약간 전에만

가주면, 자리도 널럴해서 왠지 주위에 둘러싸인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왠지 저사람들은 서로가

무진장 친밀한 따뜻한 나라에 사는 거 같고, 난 왠지 어딘가 그림자가 빠져있거나 심장이 빠져있는 나라에 사는

듯한 감정이 유발되곤 하는 거다, 식탁 가득 사람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면.



그 중에 혼자 밥먹는 사람도, 혹은 같이 먹더라도 별반 안 유쾌한 사람도 기실 그럴 때엔 나랑 같은 감정을 느낄

게다. 어쩌면, 걍 아무나 혼자 먹고 있는 사람 있음 그 앞이나 옆자리에 앉고서 친한 척하며, 혹은 친해지며

밥먹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싶다. 통성명부터 시작해서 과, 나이, 등등 '코스'를 밟아가며 미팅을 시작하는

방법도 있을 게고, 걍 무작정 반찬투정부터 시작하며 공감대를 열어가는 방법도 있을 거고.(여기 밥 절라

맛없잖냐? 개밥이야 개밥..)



가끔 걍 주위를 휘 저어보면 저기 어딘가 혼자 밥먹고 있던 처자나 남정네와 눈이 딱 마주치기도 하는데, 백방

그럴 경우 그녀석도 나처럼 무작정 아무나하고 같이 밥먹어 보까 하는 쓸데없는 객기를 발동시켰을 테다. 그나마

오늘은 자리가 워낙 휑~했어서 내 심리적인 안정 공간을 확보한 채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져

내 옆앞뒤로 내 공간을 침범한 타인..들이 늘어나면 어쩌면, 숨쉬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친한 사람과

밥을 먹거나 밥을 먹으며 친해지는 방법 두가지밖에 없는듯하다. 왜 바둑에서, 단수에 몰린 말이 살기 위해

숨통을 트는 방법은 돌을 하나 이어 숨구멍을 넓히는 거처럼.



글타고 내가 '단수에 몰렸다'거나, 혼자 밥먹는게 불유쾌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이제 밥먹는 상황에서도

인간관계를 유추해버리고 마는 지극히도 편향적인 이 사고의 흐름을 어쩔 수가 없단 탄식.ㅋ 어쨌거나, 밥을 같이

먹는다는 행위는 결국 내 숨통을 넓혀줘, 아님 내가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고 있다는 걸 믿게 해 줘...라는 말과

등치되는 거다. 따뜻한 피가 쿨럭이며 심장을 후비고 있으며, 내 그림자도 언제나처럼 묵묵히 발치에서 날 내려다

보고 있단 걸 확인시켜 주는 행위, 그게 바야흐로 "같이 밥먹자"란 말이 담고 있는 지극한 의미가 아닌지.



혼자 밥먹을꼬얌~ 하는 퇴짜는, 글타면 그러한 외부의 도움없이도 혼자 숨을 충분히 쉴 수 있거나 (산소호흡기던

부레를 갖췄건 간에) 혼자서도 충분히 따뜻한 남쪽나라란 걸 실감할 수 있어서인가...그 이전의 삶 A가

2년 6개월여의 B를 거치면서 A'로 변질된 거 같긴 한데, 아직 난 A와 A'를 비교하며 ....되는 경향보다는, B와

A'를 비교하며 마냥 좋아라 하는 경향이 더 큰거 같다. A와 A'를 비교함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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