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과 천국을 잇는 다리를 재현하려는 의도였다고 추측된다는데, 탁 트인 채 주변 녹지와 이어져 있어 살짝
어색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다. 지상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에 한 컷. 그런데, 저 너머 천국은 얼핏 봐도 공사중.
끈적한 젤리나 타르처럼 몸에 덕지덕지 묻어날 것 같은 연못물. 바람이 일면 수면이 푸딩처럼 흔들렸다.
지금이야 무너지고 부서져 사방에 구멍이 숭숭 난 채 헐벗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피신자들을 품넓게 넉넉히 안아줄
만한 커다란 사원 아니었을까. 아마도 새들마저 조심할 만큼의 위엄이나 신성을 띄고 있었을 거다.
어느 때나 물이 갖는 이미지란 별 수 없는 거다. 정화, 죄씻음, 그런 이미지. 인간의 상상력이란 의외로 한계랄까
그 구획이 뚜렷하다. 마치 저 연못처럼.
있다는 뉴에이지류의 상상력이 새삼 신선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먼 타지에서 '별수 없군'이란 생각을 들게
만드는 몇가지 진부하고 익숙한 사고방식이나 그 결과물을 만날 때.
킬링필드, 인접국과의 전쟁 등 여러 역사적 굴곡을 겪으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도면이 사라지기도
했다는데, 엄격한 좌우대칭의 원칙을 지키는 공법과 여러 노력을 기울인 덕에 나름 복원을 재개하고 있다고.
프랑스 식민시절이 아닐까 싶은데, 이 곳의 수많은 유적들은 지금 각국의 지원을 받아 복원되거나 유지되고 있다.
당장 바푸온사원도 이렇게,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복원이 한창이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캄보디아가 스스로의 힘으로 '과거'를 돌보기엔, 그들의 '현재'가 너무 숨가쁘다.
돌덩이에 그려진 전 식민국가 프랑스의 자유/평등/박애 삼색기.
혹은 빈티지스러움은 왠지 천년을 지낸 사원에서 느껴지는 '남루함' 혹은 빈티지스러움에 필적하고 있다.
반짝거리는 복원부분. 보통 새로 기워진 부분이 이전 몸체에 융화되려면 그간 본체를 써온 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던데. 바푸온 사원의 새롭게 복원된 부분이 자연스럽게 원형에 녹아들려면 또다른 천년쯤이 흘러야 하지 않을까.
'움집'. 아기돼지 삼형제 중 게으른 첫째가 지었다던 지푸라기집이 이런 거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그 첫째돼지는
게을렀던 게 아니라, 동남아와 같은 아열대성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건지도 모른다.
엉성해보이는 외관은 실은 바람 숭숭 통하기 위한 지혜이며, 햇볕만 막음 되니 공들여 담쌓고 벽세울 필요도 없을 터.
어느 나라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이나 영어 가이드가 붙었다면 설명도 훔쳐듣고 좋았을 텐데, 한템포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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