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가 아미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아들 켄지는 두살 반이며, 행사 내내 영-불-아랍 통역을 담당한

재자(才子). 그는 알제리 내의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이해에 얽매여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그런 부패나 무기력증 때문에 이런 외국과의 경제협력도 그다지 큰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말하자면

알제리의 '꼰대'들이 틀려먹었다는 건데..이미 알제리엔 그런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갈등이 심각하댔다.

음..어느 나라랑 비슷하고만. 난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비록 머리를 길게 기르고 꼬불꼬불 파마를 해서 질끈 묶고 다니는 쾌남가이였지만, 엄연한 무슬림이다. 그의

나라 알제리에서는 남자가 머리를 기르는 게 크게 눈길을 끌거나 말을 부르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내게 이

화살표를 보여주며 이게 뭔지 알겠냐고 묻길래, 아는 척할 절호의 찬스다 싶어 넙쭉 대답을.


메카를 향한 무슬림들의 나침반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아련히 들려오는 아잔 소리에 맞추어 기도를 하기 위해,

메카를 향해 무릎꿇고 절을 하기 위해 방향을 알려주는 무슬림들의 나침반.

이렇게 콘솔 서랍 속에 붙어있었다. 무슨 숨은 그림찾기도 아니고, 좀 눈에 잘 띄는 데다가 붙여놓지 왜 이리

소심하게 붙여놓은 건지. 뭐..그런 주의깊달까 조심스런 태도는 무척이나 맘에 들지만.

알제리에 한두차례 다녀온 사람들에게 몇 번씩 들었던 알제리 최고의 음료, '하무드'. 그리고 '셀렉토'.

하무드는 일종의 알제리 상표 사이다라고 하면 될 듯 하다. 레몬 맛이 나며 탄산이 많지 않아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리고 알제리 콜라,라고 누군가 설명했던 '셀렉토'는 하무드 시리즈 중의 하나다. 하무드에 약간의 색소와

과일향을 첨가해 만든 콜라빛깔의 음료지만 콜라맛은 아니고. 여튼 이 것도 꽤나 맛있었다.

나머지 하무드 시리즈 두개는 오렌지와 레몬, 뭔가..레몬맛이 하나는 투명하고 하는 연두빛이라니 정체가 다소

의심스럽지만, 아미르에게 부탁해 하무드 시리즈 네 종류를 이렇게 모아놓고 조금씩 시음하듯 마시는 재미가

쏠쏠했다. 알제리의 하무드. 셀렉토. 단순히 사이다와 콜라라고 표현하는 건 영 적절치도 않고, 나름 현지화되어

특화된 맛에 대한 예의도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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