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를 걷다가 '천공의 성 라퓨타'의 경비로봇과 마주치고 말았다. 여기에서 이 로봇을 마주칠 줄은 생각도

못했었는지라 조금은 놀랬고, 어렴풋하던 로봇의 실루엣이 조금씩 세세한 디테일을 곁들여 눈에 들어오면서는

그 엉성하고 옹색한 모습에 실망해버렸다.


이건 너무 엉망이란 생각, 두 팔은 무게를 버티지 못해서 쇠파이프 두개를 지팡이처럼 지탱해 놓았고, 홀쭉한

배와 밋밋한 아랫도리와 두 다리의 이어짐이라거나, 완전히 부식된 채 곳곳이 터져나간 두 발. 그래도 상대적으로

고글을 낀 것 같은 머리통은 잘 남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깡통 로봇을 하야오의 경비로봇이라고 한눈에

알아본 힌트도 바로 저 머리통.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법솥, 지브리 스튜디오 A to Z.

이게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왔던 경비로봇을 세심하게 재연해낸 지브리 스튜디오

옥상정원의 경비로봇. 뭐, 이걸 그대로 따라 만들거나 세부 모습까지 하나하나 재연하는 데 흥미가 없었다면

저런 식의 버전도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한눈에 이 두 로봇이 '경비로봇'이란 같은 걸 보여주려

하는 '출제자의 의도'를 알아챘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랄까.

그리고 옛날 장난감들을 모아놓은 갤러리에서 발견하고 만 토토로와 고양이버스의 태엽 인형. 그러니까 저 태엽을

잘 감아올려서 바닥에 놓으면 토토로가 우산을 쓴 채 성큼성큼 다가오고, 고양이버스도 체셔고양이같은 웃음을

흘리며 달려드는 장난감인 듯.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고 한 대여섯번은 중얼거린 거 같다.

그렇지만 이 녀석들은 비매품, 90년대인가 일본에서 판매되던 장난감이라며 진열되어 있던 소장품이다.

토토로 6만원, 고양이 버스 4만원 해서 한 10만원까지는 기꺼이 냉큼 쥐어줄 용의가 있는데.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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