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아래 보이는 공사판이 답답하다. 정돈이 된다면 그럴듯해지겠지만, 아직 송도는 분장 중이다.
안배하기란 애초 한계가 있으며, 삼십분의 짧은 미팅시간은 약간의 지각, 약간의 변수 만으로도 충분히 이후
스케줄을 헝클어뜨릴 만큼 위태위태하다.
잘해야 본전일 수 밖에 없는 이런 행사의 운영이란 것, 할 수 있는 부분이란 가용한 부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누수를 막고 예측가능한 빵꾸를 때워내는 것. 스물다섯의 운영요원의 건투를 빌며 상담장으로 쓰이는 홀 두개,
등록데스크, 인터넷 까페와 대기장을 빨빨거리고 다녔다.
이틀째 누군가 한 명의 대학생 운영요원으로부터 들은 말, "근데 인턴이신가요?" 뭐. 어리게 봐준거라면 땡쓰,
뺑이치는 게 인턴같아 보인 거라면..흠. 구두가 물에서 막 건져낸 걸레처럼 축축해져 척척 살에 달라붙는 느낌,
이런 행사할 때 한번은 슬쩍 만보기를 차봤던 적이 있는데 이만보가 너끈히 넘었더랬다. 운동 솔찮이 된다.
나오지 않게 하고, 뭔가 열의띈 모습으로 상담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는데 사실 맘에 드는 사진이 없었다.
한상, 韓商. 중국의 화상이나 유대인들의 유대상들처럼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보려는 시도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비즈니스가 이뤄지려면 국적이나 다른 조건보다 상호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게
우선이니까. 그런 이해타산을 따지고 서로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윈-윈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게다. 내년은 대구.
없이 이틀간의 상담이 지나가고 있었다. 뭐...누군가에게 막말을 듣기도 하고, 누군가의 불끈 쥔 주먹이
금세라도 뻗어나올까봐 쫄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고맙다, 만족한다라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됐다.
철푸덕 앉아버리고 말았던 높은 굽의 여성 요원들 덕분에 그래도 큰 탈없이 행사가 굴러갔다. 어찌 그렇게
영어도 중국어도 러시아어도 잘하시고 까칠한 사람들에 대응도 잘 해주는지.
짬이 좀 나서 주르르 의자에 앉아 쉬는 그녀들을 보자니 갑자기 면접장 분위기로 바뀌어버렸다. 애초 단정하고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를 위해 검정정장과 질끈 묶은 머리를 요청했던 게다.
눈에 잘 띄도록 한다는 목적에 충실한 표지판. 송도컨벤시아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것.
충분히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보는 순간, 오..이거 괜찮은데 싶었다.
지나간 흔적을 더듬었다. 뭐랄까, 방금까지 부산히 돌아가며 윙윙대던 모기떼들이 갑자기 탁, 하고 멈춰버린
느낌이다. 멍하다. 새삼 느껴지는 발바닥의 통증이 무지근하다.
안 왔는지, 미팅일정이 어떻게 변경되고 어떻게 취소되었는지 따위 머릿속을 채우던 단기 기억들을 닥닥
긁어모아서 싹 휴지통에 몰아넣고는 '휴지통 비우기'를 해버렸다.
남은 것은 상담실적 집계와 결산, 보고서 작성이라거나 몇몇 한상과 국내기업에 대한 피드백 등이지만, 일단
당장은 좀 쉬기로 한다. 그러고 보면 이틀내내 2층 행사장 밖으로는 한걸음도 안 나섰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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