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전히 높은 건물들은 올라가는 와중이었고 커다란 크레인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두바이의 그것을
조금 축소시킨 느낌이었다.
있는 기간이다. 한상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은
28-29일. 전날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동선은 어떤지, 배너는 적절히 걸려있는지 세팅상황을 살피고 한상과 국내
기업들의 미팅 일정을 체크한다.
어떤 업체에서 제공한 소독용 약산성수 살포기가 입구마다 설치되고 곳곳에 세정제가 비치되었다.
때를 위한 '의료상담, 혈압측정, 혈당검사'도 취급하는 의료소다.
뭐였지...미추홀이었던가. 백제의 건국신화부터 유래된 고풍스런 이름 미추홀. 그치만 수돗물의 비릿하면서도
까칠쌉쌀한 느낌은 너무도 현대적이랄까.
에스컬레이터만 타면 더이상 샛길로 빠질 염려는 없다는. 작년에 제주도에서 했을 때도 동선이 과히 깔끔하진
않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다지 동선이 쉽지는 않다.
있었는데 공간을 구획하는 저 파티션이 넘넘 어정쩡한 거다. 치우기로 했다.
관계자들로 정신없이 붐빌 테고, 그렇게 이틀이 지나면 뭔가 '신삥'의 어릿어릿함을 지워낸 채 전투를 겪은
노련함이 묻어날 게다.
피아노를 쳤던 곳이 여기 어디라던가.
아직 갈 길이 참 멀다는 느낌이다. 밥 먹을 곳조차 찾기 쉽지 않아 한참을 돌아야 했더랬다.
담날, 다담날 행사 진행에 대한 간단한 교육과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많이 기울어진 해가 창밖에서 고개를 잔뜩 빼물고 행사장 안까지 구경중이다.
스케줄이 해당기업에 맞도록 적혀있는 터라 약간씩만 일정이 변경되어도 수정해야 할 명찰수가 장난아니게
늘어난다. 한상이 약 200개, 국내업체가 약 300개였던가. 일단은 가나다순으로 정리하고 그새 변경되거나
취소된 일정은 밤에 숙소로 돌아가 반영해놓기로 했다.
의자와 테이블을 잔뜩 깔아놓고 착착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손놀림이란. 뭔가 프로의 손놀림이다.
가리킨다. 처음엔 좀 찾아오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배너를 십여개나 '도배'를 해버리고 나니 이건
억지로 딴 길로 새버리기조차 쉽지 않겠다 싶다.
채 완료되지 않았으며 테이블 위에 놓일 넘버링 스탠드도 몇개 모자르지만, 밥은 먹자고 재촉하여 나서는 길.
그러고 보니 인천에 도착한 게 오후 두시, 바로 행사장 돌아보고 운영요원 오리엔테이션하고 명찰이다 뭐다
챙기다 보니 숙소에 체크인한 건 밤 열시였던가. 뭐랄까, 한판 행사를 벌이기 전의 긴장과 분주함이란 건
마치 연극을 무대 위에 올리기 전의 어쩔 수 없는 그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란 부분은
생기기 마련이고, 정작 삐걱대며 무겁게나마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엔 알아서 자체의 동력으로
움직이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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