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어제 눈여겨 봐두었던 봉은사 앞의 현수막 앞에 섰다.

"거짓말을 하지 맙시다."


한참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검찰의 강압수사에 대한 공분이 일던 무렵에도

봉은사 앞에는 현수막이 걸렸었다.

"대한민국 검찰의 출입을 금합니다."


종교가 이 땅을 밟고 섰지 공중부양을 하는 게 아닌 바에야, 이런 '현실 개입'은 필요하지 않을까.

법정 스님이 '무소유'를 이야기하며 청빈하고 정갈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분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지천으로 벌어지는 토목사업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봉은사 정문 앞에는 뜬금없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대학가에도 다시 대자보 문화가 일고 있다더니, 이젠 절에도

대자보가 붙어야 한다. 원래 대자보는 문화혁명기 중국에서 잘 활용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억눌렸고 표현의

욕구가 가장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방식으로 표출된 수단으로 읽을 수 있을 거다. 세련된 방송, 지면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어떻게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

A4용지에 커다란 폰트로 가로뽑기를 해서는, 전지 한장에 여덟장 정도로 붙여넣는 게 대학가의 대자보 기본형태.

봉은사 앞에는 전지 한장에 직접 출력해 낸 '일독을 청합니다'라는 글. 정말, 봉은사에 외압을 넣고 종교에

정치적 입김을 불어넣는 사람들, 일독을 청합니다.

'존경하는 총무원장님'도 한번 봐 주시길. 읽히기 위해 벌려놓아진 글이니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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