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찾아가는 길은 꼭 산과 내를 찾아가는 길이 되곤 한다.

다독다독 잘 다져진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 길 끝쯤, 더이상 들어갈 수 없다 싶은 깊숙한 산허리춤에서

문득 산사가 나타나는 거다.

불끈 진로를 비틀고 내려닫는 나뭇가지가 수면을 희롱하고 있다.

백화산 반야사 들어서는 입구. 커다란 대문이 반긴다.

선명한 단청보다 눈에 들어왔던 건 배불뚝한 기둥에 그려져 있던 네 마리 용.

사천왕상을 대신해서 휘감겨있는 네 마리 용인가보다.

흑백톤으로 바꾸니 또 다른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이른 봄 실개천을 가로지른 돌다리.

500년 묵었다는 나무가 굵고 커지지는 않고, 꼬불꼬불 안으로만 무성해졌다. 배롱나무랬던가. 메롱이다.

삼층석탑의 단단한 기단 위에 사면으로 네 명 부처가 앉았다. 그리고 그보다 많이 올라앉아 있는 돌멩이같은

납작한 동전들. 어떻게 보면 부처를 향해 가르침을 청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스님들이 수행하시는 곳, '출입금지'라는 두꺼운 붓글씨가 멋지다. 금지의 '지'자가 살풋 앞으로 구부린 모습이

이런 딱딱한 표현을 쓰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이랄까, 종교인답게 양해를 구하는 것만 같다.

무너져 내릴 듯 살짝 위태로운 산방의 대나무울타리.

백화산 산신령의 호랑이가 출현하는 국내유일의 도량, 백화산 반야사. 절 에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낙석무더기들이 흘러내린 모양이 호랑이를 닮았다는 건데, 글쎄. 그냥 저건 많이 휘어진 나이키 로고다.

아까 지나친 삼층석탑, 기교와 크기와 가용자원의 차이일 뿐 그것과 같은 정성이 땅에 발딛고 하늘로 뻗었다.

다소간 끈적해 보이는 개울물이 휘여휘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엉성한 나뭇가지로 까칠한 윤곽을 가리던 산이

너울너울해진 수면 위에 내려앉아 한결 부드러워졌다.

돌탑위에 또 돌을 올리자니 이미 완결되어 버렸다 싶은, 오를 대로 오른 돌탑들 뿐이다. 괜찮다. 위로 오를수록

작고 가파르고 위험해지는 돌탑이 정점에 달했다 싶으면 또 다시 그 옆에 큰 돌 하나부터 차분히 박아넣고

시작하면 되는 거다.  

오밀조밀 사이좋게 쌓여있는 땔나무들이 이쁘다. 그 땔나무가 토해내고 있을 흰연기가 굴뚝을 거쳐 사방으로

뽈뽈뽈 번져 나갔다.



▶◀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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