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원래 포도를 원료로 하여 숙성시켜 만드는 술, 포도주를 이르던 단어였을 텐데, 어느 순간 '포도주'란

단어가 촌스러워보이기 시작하던 즈음 새로운 원료로 빚어진 '와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거 같다. 복분자니

오디니, 그런 것들이 '와인 열풍'을 입고 마구 생겨나는 것 같은데 해외에도 비슷한 열풍이 일고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 여러 원료로 '와인'을 빚어내는 건지는 모르겠다.

마우이 블랑. 하와이의 커다란 네 개 섬 중 하나가 마우이섬 아닌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무려

파인애플을 원료로 하여 빚어낸 와인이라고 한다. 카라멜 색깔의 파인애플 와인이라 라벨에는 써져있지만

글쎄, 카라멜 색깔이라기보다는 약간 형광빛 느낌마저 도는 누런빛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노란색

형광펜 액상을 물에 풀어넣고서 약간 탁하게 하면 저런 색이 나오려나.

9.99달러짜리니까 꽤나 저렴한 와인인 거다. 물론 국내에 들어온 와인들은 대개 현지에서의 가격보다 네다섯배

정도는 우습게 뛰어오르니까, 만약 이 와인이 국내에서 팔리고 있다면 한 50달러 정도에 맞춰져 있으려나. 뒷면

라벨엔 'soft, dry, fruity'한 와인이라고 적혀 있는데 사실 맛은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걸 대체 화이트

와인이라 해야할지 레드와인이라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대략 색깔이 붉은색보다는 백색에 가까우니까

화이트 와인이라 치고, 부드럽고 드라이하다기보다는 맛이 시큼하고 텁텁했다. 딱, 파인애플 맛.

와인이라기엔 좀 많이 예외적인 맛과 향을 가진, 차라리 레드와인과 오렌지주스를 섞은 '샹그리아'처럼

이름을 달리 붙이는 게 나을 법한 '마실거리'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