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 집터를 두고 상상하기.

 

 

2015년 4월초.

 

부모님을 따라 처음 가 본 땅. 내 집도 아니고 내 땅이라니. 아마도 3개월 정도면 이 헐벗은 땅에 집이 올라선단다.

 

언제던가, 어렸을 적 아버지가 당신의 일에 대해 '지구의 표면을 조각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마도

 

그렇게 여태껏 조각했을 땅거죽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집 앞에는 조그마한 내가 흐르고 역시 조그마한 다리 하나가 걸쳐져 있다. 그리고 집터 양쪽으로는 잣나무와 소나무숲.

 

 

다리는 무려 1974년에 지어졌다는 표식이 선연하고, 그렇지만 꽤나 두텁고 튼튼해보여서 안심.

 

집터를 단단히 받치고 선 석축, 냇가에 있는 동그란 우물 같은 건 농번기에 물을 보관해두고 쓰려는 공간이랬던가.

 

냇가로 내려갈 수 있는 돌계단도 갖추긴 했는데 온통 잡풀더미로 가려져 있어서 나중에 정돈을 해야겠다.

 

집터 한가운데쯤에 있는 배수구, 여기 어딘가쯤에 집의 네 벽을 세울지부터 정하고 내부를 어떻게 할지는 그다음이다.

 

 

 

그와중에 아버지 아이디어, 배수구에서 흘러내리는 저 까만 배관을 감출 수 있을 만한 장식품을 찾아봐야겠다!

 

 

집터 바로 옆에 있는 큰길가, 지금도 바윗돌들로 길과 집터의 경계가 잡혀있지만 여길 어떻게 정돈하고 정원을 꾸밀지도

 

또다른 관전 포인트. 울타리를 칠지 아니면 바윗돌을 좀더 높게 쌓을지, 혹은 아예 정원으로 터버릴지 등등.

 

 

그리고 석축의 끄트머리 지점, 다른 사람의 소유지에서 그치는 이 석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도 또다른 포인트가 아닐까.

 

 

냇가로 내려가는 돌계단을 반대쪽에서 바라본 사진. 냇가에 수북한 수풀들은 나중에 공사가 시작되면 전부 정리해

 

버리면 말끔해질 거라고 한다.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많이들 놀러오기도 하는 냇가라는데, 나중에 고기라도 팔아야 하나.

 

 

집터의 뒷쪽, 그러니까 좀더 길을 따라 올라가서는 뒤돌아 찍은 사진. 지금 차가 서있는 곳을 대충 출입구로 삼고

 

차를 세대 정도 주차할 수 있게 주차공간도 만들 생각이다. 길가 쪽으로는 잔디밭에 화단, 그리고 집 뒷쪽으로는

 

매실나무니 감나무니 하는 유실수들이랑 간단한 텃밭이 생기려나.

 

잠시 둘러보는 사이에도 차 한대가 와서 냇가에 고기굽는 판을 벌렸다. 다행히 상류쪽에 축사나 공장이 없어서

 

물이 맑고 깨끗하다더니 정말 아는 사람들은 찾는 곳인 듯 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진하게 풍기는 잣내음도 좋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