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하고 걸진 느낌의 서해 바다가 숨기고 있던 갯벌, 들고 나는 파도에 날카롭게 각이 선 구릉들이 마치 사막의 듄처럼 황량하다.

 

 조개구이를 먹으러 갔던 길, 오이도의 명물 붉은 등대에 오르니 바닷바람이 뺨을 썰어내는 것 같았지만 그조차 상쾌한 느낌.

 

 물이 빠진 채 뭍에 올라서버린 고깃배들. 하루종일 눈이나 비가 푸지게 쏟아질 날씨다 싶더니 역시나 해무가 자욱하다.

 

 성긴 그물망을 그득그득 채웠던 굴들, 저걸 벽돌삼아 집 한채를 뚝딱 지어낼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굴이 천지삐까리.

천막 위 한팔 높이로 올라선 연통 위로는 꾸역꾸역 시꺼먼 번개탄 연기가 흘러나가고, 새하얗고 탱글한 굴은 뱃속으로 굴러들어가고.

 

 원래는 시꺼먼 선상에서 둥실대던 고깃배로 넘어가는 계단이었을 터, 물이 빠지니 더욱 팔이 늘어나 갯벌까지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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