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묵었던 호텔의 주인 아주머니에게 별 생각없이 "맛있는 칼국수 근처에 없나요", 라 물었더니 냉큼 알려주신 곳. '해궁'이란

 

곳의 푸짐한 해물칼국수. 아무래도 바닷가라 그런지 온갖 해산물이 그득그득.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포호 주변에서 드문드문 목격되는 네발 자전거를 따라 대여장소로 뙇.

 

핸들이 심플하고 단단하니 이쁘게 생겼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이 작아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전감.

 

경포호 옆의 공터에 여기저기서 자전거와 네발자전거..사륜마차를 주차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분들이 보인다. 추위를 막을

 

비닐 차양이 씌워진 것도 있고 그냥 날로 벗겨진 것도 있고.

 

달리기 시작, 운전하는 재미도 생각보다 쏠쏠하지만, 경포호가 생각보다 큰 호수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된다.

 

호수 옆에 살짝 주차해 놓고 사륜마차 전신샷. 앞에만 비닐차양을 위로 걷어올리고 삼면을 두꺼운 비닐로 막았더니 그럭저럭.

 

그러고 허난설헌의 생가로 빠지는 샛길을 달려 버렸다. 원래 호수 둘레길은 다소 안정적인 평지였는데, 다리 하나를 넘어

 

경포호에서 백미터 정도만 떨어지면 바로 나타나는 게 허난설헌의 생가. 오르막내리막이 제법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보통 사륜마차는 절대 도달하지 않는 곳에 와 버렸다는 뿌듯함.

 

 

사륜차를 한쪽에 슬쩍 세워두고 설렁설렁 돌아보고. 이미 바람이 차갑고 입김이 하얗게 새어나오는 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종아리는 살짝 기분좋을 만큼의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허난설헌 생가 뒷켠의 해송림 사이 오솔길을 내달리는 길. 아까 경포호에서 이쪽으로 올 때는 내리막이라서

 

엄청난 속도로 오솔길을 육박해왔는데, 다시 돌아가는 길은 (당연하게도) 오르막. 꽤나 헥헥거리며 페달을 밟았다.

 

 

샛길에서 다시 호숫가 둘레길, 공식적인 사륜차의 코스로 복귀하기 직전.

 

찬 바람이 씽씽 불어도 굳이 이 사륜차를 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제 궤도에 올라 좀 편하게 달려볼까 하다가 문득 옆에서 눈에 띈 꼬불꼬불하고 좁다란, 한눈에 딱 보기에도 마구마구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흥미진진해보이는 길. 물 위에 다리처럼 놓였는데 이리저리 배배 꼬였는 것도 재밌어 보이고.

 

그래서 다짜고짜 진입. 그렇게 또다시 사륜차는 옆길로 새 버리고. 생각만큼 길은 좁아서 사륜차 한대가 꽉 끼는 듯 했다.

 

그 와중에 뭐 재미난 게 있나 싶어 뒤를 따라온 다른 사륜차 한 대. 더구나 저건 6인승이어서 휠베이스가 더 길었는데,

 

덕분에 일정 이상의 꼬불꼬불한 코너를 만나면 전부 내려서 자전차를 들어올려야 했다.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오신 중년부부셨는데 어쩌자고 따라오셔서는.

 

그래도 중간에 차를 돌리고 이리저리 움직일만한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와서, 슬쩍 주차해두고 요리조리 구경도 좀 하고.

 

호숫가 한 복판에 이런 나무데크의 다리가 고불고불 이어지는 데다가 그 길에 꽉 껴서 달리는 사륜차도 재미있었다.

 

다시 정상 경로로 복귀. 그러고 보니 길 중간중간에 조각상도 보이고, 허난설헌의 오라비인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장면들을 묘사한 조각들도 보인다.

 

목 좀 축이고 가라며 만들어둔 음수대의 모양이 재미있다. 입을 쩍 벌리고 선 개구리 두 마리.

 

한바퀴를 도는데 한시간이면 느긋하고 유유자적하게, 더러는 딴 길로 새가면서 달릴 수 있는 듯 하다.

 

타기 전에는 뭐 특별한 게 있겠어, 싶다가도 생각보다 경포호 주변으로 샐 만한 곳도 있는데다가 기본적으로

 

두 발로 페달을 저으며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주는 쾌감이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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