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동의 골목은, 서촌이나 이태원 경리단, 혹은 부암동의 골목길과는 또 다른 풍경이 숨어있었다.
사람 두명도 어깨를 부딪기며 걸어야 할 듯한 좁은 골목길을 롤러코스터처럼 타고 몸을 맡긴 채 한참을 흐르다가,
어느 허름한 집앞에서 문득 풍경을 발견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앉지도 못하고 스케치북을 잡은 채 서서 그리길 수십여분, 문득 옆엣집 낮은 담장 너머 중국어가 들리더니 삐그덕,
녹슨 철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은 아마도 중국에서 넘어오신 일가족. 왠지 그분들 중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가
대표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셨고, 나 역시 왠지 미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꾸벅하고 말았다.
'[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 > Korea+DP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UFO가 불시착한 안양시청, 그 안의 U-통합상황실을 침범하다. (0) | 2012.05.16 |
---|---|
물장구는 참아도 비눗방울 터뜨리기는 못 참는 어른 한명. (0) | 2012.05.14 |
청계천을 걷고 종로통을 지나, 길냥이가 꿈꾸는 까페로. (0) | 2012.05.13 |
부처님 오실 날을 앞둔 조계사 풍경. (2) | 2012.05.13 |
인사동에서 여행객 코스프레. (0) | 2012.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