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일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좋은 일요일 내내 흙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를 핑계로 전날밤부터 급 달리기 시작한 '연애시대'.

토요일 밤을 꼬박 새고, 네시간 자고, 밥먹고, 다시 달려서 이제야 16부작 정주행 완료.

저렇게 적고 보니 왠지 폐인 모드였..지만, 왠지 한번쯤 다시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봤을 때와 지금의 느낌이 어떻게 다를지. 내게 어떤 자극이 될지 궁금했달까.

장래희망을 잃고 하루를 견뎌내고 있단 느낌이 드는 때.



#1. 사랑이 오고 간 자취.

다시 봐도 역시, 서로 끌리고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과 사람 간의 온갖 국면을 참 섬세하게

그려냈다. 미묘한 떨림, 설레임과 두려움에서부터 슬쩍 엇나가고 막막해지고 슬퍼지는 그런

순간들, 두사람의 감정이 휘발되고 언뜻 지치고 지루해지는 순간들과, 그리고 둘 이외에는

의미불명의, 둘에게조차 더러는 덧없을지 모를 몇몇 장면들이지만 분명히 행복했고 아름다웠던,

그리하여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들. 특히나 유머러스하지만 센스넘치는 카메라워킹과 소품들로

놓치지 않은 뉘앙스들은 장면장면 공들여 조탁된 이 드라마의 덕목 중 하나.


#2. 사랑이 뭘까.

사랑이 뭘까. 헤어지고 나서야 시작된 이상한 마음, 그런 것도 사랑일까. 미움도 사랑, 집착도

사랑, 미련도 사랑, 아쉬움도 동정도 선망도 욕정도 모두 사랑인 걸까. 그런 건 아니라 치면,

역시나 모르겠다. 사랑이 뭘까. 사랑이 아닌 건 뭘까. 마지막회 엔딩 후에 스탭들이 모두

'사랑이 몰까'란 질문에 답하는 장면이 있었다. 둘이 있을 때 행복한 거, 믿음, 끊임없는

의사소통..같은 답들도 의미심장했지만 그보다는, 나잇살 깨나 먹은 분들도 모르겠다며

손사래치는 모습이 훨씬 든든했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구나, 하는.


#3. 사랑은..운명일까.

그리고 역시나. '사랑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와 '사랑은 사람이 어쩔 수 없다' 사이의 갈등.

그 굵은 갈등선에 대해 워낙 풍부한 말들과 감성적인 장면들을 마련해 두었는지라, 결국은

이거든 저거든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어도 될 거 같다. 드라마야 비록 해피엔딩 아닌 앤딩을

말하며 끝났지만, 그래서 둘은 운명인 걸까,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지나고 나니 운명이었다

손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어차피 못가본 갈랫길엔 '붕어똥처럼' 후회가 남는 거다. 다만..

조심스레 덧붙이자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 한결같은 그 일관성이 슬프고 원망스러울지라도.



#4. (특히) 이번에 꽂혔던 대사들.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시작할 때는 두려움과 희망이 뒤엉켜 아프고

시작한 후에는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고 싶어서 부대끼고

사랑이 끝날 때엔 그 끝이 같지 않아서 상처받는다.

사랑 때문에 달콤한 것은 언제일까."


"사람은, 추억만으로도 살 만하단다."


"기억이란 늘 제멋대로여서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내가 제대로 알 리 없다.

먼훗날 나는 이때의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노력하면 될 줄 알았어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왜 이렇게 피곤할까요."


"당신이 그랬잖아.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우리 잘 될까?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확신해?

우리 끝까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아?"


"언젠가는 변하고 언제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달파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면서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 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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