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도쿄 여행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깜찍한 아이템, 고양이 볼펜이다.

고양이 양팔이 번쩍! 위로 올려져서는 검정색 쓰자, 하면 오른손 내리고, 빨간색 쓰자, 하면

왼손 내리는 식의 아주아주 깜찍한 볼펜.

원래 만년필을 즐겨 쓰지만 당분간 이 펜을 써주기로 했다. 왼손 내려, 오른손 내리지 말고

왼손 내려, 왼손 내리지 말고 오른손 내리지 마, 오른손 내려, 따위의 구령을 맘속으로

붙여가며 찰칵찰칵 빨강색 검은색 모드를 바꿔주는 거 은근 재미있어서.


게다가 여행을 가는 길에 만년필을 갖고 다니는 건 넘 부담스러워서, 4박 6일동안 따뜻한

남쪽 나라로 도피하는 여행에는 딱이다. 오늘 출발, 3월 2일 새벽 6시반에 도착, 그리고 바로

집으로 내달려서 짐놓고 옷갈아입고 출근. ㄷㄷㄷ

방콕은 예전에도 한번 다녀왔던 곳이고, 딱히 꼭 집어 방콕을 가고 싶던 게 아니라 그저 순전히

따뜻한 남쪽 나라를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온갖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을 뒤지다가 나온 곳이라서

아무 계획도 없고 예약한 숙소도 없고 그냥, 티켓만 들고 간다.


일단은 그저 온종일 걷고, 배고프면 까페나 조그만 음식점에서 먹고 마시고, 열대 과일 잔뜩 먹고

특히 두리안 잔뜩잔뜩 먹고, 사진 많이 찍고, 가져가는 책 두권 다 읽고 오고, 이것저것 헝클어진

머릿속도 좀 청소하고, 그럴 생각이다. 아무 계획없이, 특별한 목적없이 휴양하러 가는 건데

막상 써놓고 보니 굉장히 할 일이 많은 거 같다는..;


하얀 고양이 인형은 '개운초복', 운을 열어주고 복을 불러준다는 인형이니 부디 비행기 안 떨어지고

이상한 범죄에 휘말리지 않고 몸건강히 마음건강히 돌아올 수 있기를. (아무래도 이런 새삼스런 걱정은

요새 비행기 추락사고로 섬에 불시착해 벌어지는 미국드라마 LOST에 빠져있던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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