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미륵산 정상까지,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고 나니 발아래 저만치 보이던 잔뜩

갈기갈기 찢긴 듯한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 정말 저 너머가 바다라고 느끼기에는 너무 빼곡하다

싶을 정도로 크고 작은 섬들이 수평선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섬마다 소보록하게 덮여있는 나무들의 질감은, 마치 습기찬 어느 바윗돌 위에 잔뜩 덮여있는

촉촉한 이끼같이 부드럽고 보슬보슬할 거 같다. 저 너머 너울너울 오르내리는 섬들의 실루엣은

무슨 장대한 산맥이 몇겹으로 놓여있는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


전날 저녁에 횟집에서 푸짐한 상차림을 마주하기 전에, 얇은 비닐이 한 겹 깔려있는 테이블 위에

또르르 물방울이 굴렀었다. 사방으로 퍼진 물방울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는 땡글땡글 섬처럼

자리잡았다. 한려수도의 수많은 이름모를 크고 작은 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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