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문화가 만개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건 '무령왕릉'의 발굴 이후였다고 한다. 우리가 갖고

있던 백제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막연하고 불분명해서, 예컨대 금동용봉대향로같은 굉장히

화려하고 세련된 유물을 발굴하고 나서도 이것이 백제의 것일지 아니면 중국의 것을 수입한

것일지 논란이 있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儉而不褸,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 :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음)"라는 백제의 미감을 한껏 표현한 무령왕릉유적의 화장실엔 그래도 조금은 신경쓴, 백제의

미감엔 한참 못 미치고 복식 역시 조선의 그것을 연상시키지만, 아무튼 조금은 신경쓴 듯한

화장실표시가 있었다.

이왕 화장실 표시를 범용의 파란색 남자, 빨간색 여자 표시에서 벗어난 개성있고 문화가 담긴

뭔가로 바꾸고 싶었다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약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지만

그래도 이 곳까지 생각이 미쳤다는 것 자체로도 분명 진일보한 건 사실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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