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모양의 술병, 모양새부터 범상치 않은 꼬냑. 그대의 심장을 꽉 채운 알콜을 조금 덜어 내게 옮겼다.

40%에 이르는 알콜도수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고 사치스러운 향기, 그리고 뜨겁고도 매끈한 목넘김같은

점이 꼬냑의 특징이라곤 하지만, 이건 그 중에서도 우월하다.


후각을 마취시킬 듯 훨씬 짙고 단단한 듯 하면서도 혀끝에서 사르르 풀려나가는,

그렇게 한상 가득 차려내는 맛과 향. 나즈막하면서도 뭔가 밑에서부터 무너뜨려내는 느낌이다.


손바닥으로 꼬냑잔 바닥을 온전히 덮어주면, 덥혀진 알콜이 솔솔 올라오며 애초의 찌를 듯한 예기가

어느정도 녹아내리는 느낌인 것도 좋고, 병 속의 짙은 호박색 액체가 잔으로 옮겨지며 조금 엷어진

황금빛으로 변하고 조금씩 투명하게 노란빛 노을빛깔로 연해지다 사라지는 모습도 황홀하고.


빛깔의 변화는 일몰의 역순, 그렇담 일출의 상쾌함이나 뿌듯함이 일어야 할 텐데 그렇진 않고,

여유작작 술마시며 낙조를 구경하는 기분. 꼬냑을 좋아하는 이유.

한 잔이 두 잔을 부르고, 두 잔이 세 잔을 부르고. 세 잔이 네 잔까지 불렀던 거 같다.


그대는 나즈막히
당신은 언제라도 날 떠날 수 있어요
얘기하네

난 아무 말 못하고
두터운 목도리를 말 없이 벗어준 채
돌아서지만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 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 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 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필요 없어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루시드 폴, 그대는 나즈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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