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축의금 대신 돈 모아서 에어콘 한 대 들여주면 되는 거지?

B : 됐어, 방하나짜린데 몰.

A : 정말?
A : 나중에 난 굉장굉장히 쎈 거 바랄 텐데.ㅋㅋㅋㅋ

B : 꼬됴
B : 선풍기 이미 샀다.

A : 그나저나 이제 오일 남았네.
A : 기분이 어뗘?

B : ㅜ.ㅜ

A : ㅋㅋㅋㅋ

B : 뭘 ㅋㅋㅋ 냐

A : 이제 좋은 시절 끝이고
A : 쳇바퀴 속으로 들어가
A : 뺑글뺑글 돌겠고만

B : 그걸 '안정'이라 하지

A : 아.

B : 너같은 망나니는 잘 몰라

A : 쳇

B : ㅜㅜㅜㅜㅜㅜ

A : 근데 왜 우냐 너같은 안망나니는.

B : 기쁘잖어.

A : 진짜 기뻐서 우는 거냐..;;;

B : 맘대로 생각하셔.

*                                                               *                                                               *


어쩌면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날밝아 눈뜨면 회사가고, 해떨어질 때쯤 퇴근해서 집에 오고, 다시 자고. 주말이면 조금 노닥대고

휴가 때면 조금 코에 바람이라도 쐬다 오지만. 다시 꼬박꼬박 챙겨 써야지, 하고 엑셀을 밟을 때면 그 뿐,

금세 하얀 속살만 펄럭이고 마는 다이어리처럼 진부하고 판에 박힌 삶이다.


게다가 결혼이라니. 고등학교 졸업, 대학교 입학, 군대 입대, 제대, 대학교 졸업, 취직, 그리고 결혼.

결혼, 아이 탄생, 유치원 입학, 초등학교 입학, 졸업, 중학교 입학, 졸업, 고등학교 입학, 졸업...어느 즈음 퇴직.


나는 틀렸다. '좋은 시절'은 없었다. 무독무해한 기억속에서 쉼없이 매만져지는 과거가 있을 뿐. 쳇바퀴에 새삼

들어가 정신없이 돌리기 시작한 건 어쩜 태어나면서부터였다. 그러니 결혼이란, 단지 그 쳇바퀴의 기어를

변속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어1에서 기어2로.


어디에서 어떻게 브레이크를 걸고 방향을 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왠지 하루하루 맘속에서부터 퍼져나오는 울림이 있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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