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떠날 때 마지막 하는 일은, 다시는 안 돌아올 것처럼 사무실 책상 위를 말끔히 정리해두는 거다.

꼭히 출장만이 아니라 잠시라도 이곳을 떠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그 어떤 계기도 마찬가지다.

책들을 가지런히 열지어세우고, 뒹굴고 다니던 펜들을 필통에 꼽아두며, 웬만하면 거슬리는 게 없도록.

다녀와서 새로운 기분으로 마치 새로운 공간의 새로운 인간이 된 양.


꽤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매일같은 야근에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던 패턴.

덕분에 머릿속에 켜켜이 쌓였던 나태함과 비루함, 자멸감 따위의 찌끼미들이 홀라당 타버린 거 같은데, 실은

그저 며칠동안 내가 안 놀아주니까 심심해서 잠시 외출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다녀와봐야 알 일, 그리고 다녀와봐야 새삼스레 별다를 것도 없을 거란 것도 알지만 매번 속는다.


말이 길었지만 여튼,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샹하이에 다녀오겠습니다~*

이 글이 발행될 때쯤이면 이미 상해에 도착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사진은 며칠 전, 날밝은 오후 날 물끄러미 째려보던 청천(靑天)의 백월(白月). 속이 다 시원하도록 하얗던 달.

시퍼러딩딩한 일상에 서늘하도록 하얀 점 하나, 떠남.



再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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