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는 '당대비평'하고 '문화과학'이라는 계간지를 정기구독했었다. 특별호로 '탈영자들의 기념비' 같은

매력적인 제목의 책이 나오던 약간은 삐딱한 계간지들이 번번이 아무 문제 없이 보안성 검토를 필했다는 빨간
 
도장을 받는 사실이 신기했다. 게다가 일간지 대신 주간지를 보는 게 훨씬 정제된 기사를 접할 수 있는 것처럼

계절에 한번 나오는 책들인지라 그 밀도와 무게감도 엔간한 책보다 충만하게 느껴졌다.


제대하고는 딱 끊겼었다. 계간지를 계속 보고 싶긴 했지만 그 무게감이나, 소화시키는데 필요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가끔 서점에서 펼쳐 보곤 하는 정도, 에서 타협을 보았고 다시 정기구독을 신청할

생각조차 없어진 듯 했다.


그러다 며칠 전 갑작스레 '문학동네' 계간지를 신청해 버렸다. 친구의 권유도 있었지만, 무언가 사상이나 이론

같은 것들보다는 문학이 주가 된 계간지를 받아보고 싶던 참이었다. 이런저런 정기구독 조건을 살펴보다가

3년치를 단번에 신청해 버렸더니, 책이 이만큼이나 와버렸다.

최근 출판사마다 전집 내기가 붐이라더니, 문학동네에서 내고 있는 전집 중 다섯 권이나 모아버렸다. 지금 보고

있고 보고 싶은 책들도 쌓여있는 상황이지만, 차분히 보면 된다. 한권씩, 한권씩.

사실 3년 정기구독을 신청한 이유 중의 하나는 또 있다. 큐브 형태의 하얀 책장. 사무실로 배송시켜서 오자마자

박박 포장을 뜯고 조립해선 자리잡고 앉혔다. 굉장히 깔끔한 느낌, 사무실의 내 공간을 조금더 애착이 가도록

만들어주는 멋진 아이템이다.

그래서, 2010년 4월 어느날의 내 사무실 책상. 그럴듯한 책꽂이가 생긴 덕에 스탠드 불빛도 좀더 높은 곳에서

넓게 비추게 되었고, 니호혼과 지니 램프도 안락한 자리를 잡았으며, 나는 조금은 더 회사다닐 맛이 생겼다.


...계간지로 시작해 책꽂이 자랑질하다 '회사는 다닐만하다'는 최면으로 끝나는 포스팅.

아, 절대 광고성 글은 아니다. 이제 프로모션 기간도 끝난지 오래라 저 큐브 책꽂이도 안 주는데 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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