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강원도 묵호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편을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 한 좌석만 챙기면 되는 싱글 여행자라면 언제고

 

그냥 인터넷을 통하거나 전화로 예매하면 내일이고 모레고 떠나는 배를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http://www.daea.com/)

 

꼭 그렇지 않아도 사실 한 좌석 정도라면 그냥 여객선터미널에 가면 대충 그까이꺼 구할 수 있을지도.

 

아침 9시 배를 타기로 전화로 예약했는데, 티켓 창구가 8시부터 연다는 이야기에 아침을 챙겨먹으려 근처를 배회.

 

 

'아침식사 됩니다'란 간판을 따라 걷는 길에는 머리를 조심해야 하는 높이 1.7미터 짜리 터널을 지나고,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뚜껑 덮인 재래시장을 지날 즈음.

 

울릉도 떠나는 배를 아침저녁으로 보시면서도 여태 울릉도를 못 가보셨다는 아주머니가 생태찌개를 맛있게

 

끓여주시던 '향로식당'에서 든든히 아침을 먹고. 원래는 생선구이를 먹을까 했는데 세시간여 배를 타고 가려면

 

멀미를 조심해야 한다며 생태찌개를 권해주셨던 아주머니.

 

비행기 타는 만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배 역시 위험하기 때문일까. 주민번호와 비상연락처를 적는 승선표.

 

뭔 일이 생기면 '신원불상'의 사상자가 아니라 '홍길동(31세, 남)' 뭐 이정도로 식별은 가능하겠구나 싶다.

 

꾸역꾸역 배를 타는 사람들. 대개가 단체관광객들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아주머니들인지 사투리도 각양각색.

 

이상하게도 묵호에서 울릉도로 떠나는 배는 파도가 심한 편이라 한다. 나올 때는 잔잔한 편인데, 아무래도 조수 탓인 듯.

 

배를 타고 한시간이 지나기 전, 양손으로 봉지를 쥐고 배 바닥 곳곳에서 힘든 작업을 펼치다가 널부러진 어르신들.

 

(선창으로 나갈 수 없는 밀폐형 고속정이어서 배 안 가득한 냄새와 소리는..가히 지옥도의 한장면을 방불케했다.)

 

그리고 세시간 반. 시퍼런 물결이 넘실거리던 망망대해 저쪽에서부터 삽시간에 거대해지는 섬 하나. 꽤나 크다.

2012년 6월부터 강원도 묵호에서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는 도동항이 아니라 사동항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도동쪽의 번화한 상권을 형성한 상인분들의 반대가 없지 않다고는 하는데, 사동항은 도동항에 비기면-굳이 비기지 않아도-

 

완전한 허허벌판. 이제 항구가 본격적으로 건설되고 상권이 조성되면 또 금세 이런 모습은 사라지겠지만.

 

 

 

울릉도에 와서 가장 먼저 눈에 띄인 건 오징어가 매달려 있는 가로등.

 

아무 생각없이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아볼까, 하고 무작정 한 삼십분 걷다가 그래도 기운 빵빵한 첫날인데

 

성인봉을 쉬엄쉬엄 오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다시 뒤로 돌아 걷기 시작한 기점. 성인봉을 만만히 봤었던 거다.

 

그렇게 다시 사동항을 지나가는 길에, 아까의 배가 한껏 토해놓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대형버스와 봉고를 타고 떠나버린 한적한 풍경을 다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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