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불을 밝히고 있었던 거다.

하여 지키는 사람 하나 없는 골대가 어둠 속에서 창백하게 여위어 있었다. 그물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그래도 다행이랄까, 누가 지켜주지 않아도 이 막막한 평화의 순간을 틈입하려는 낯선 공이라거나

막무가내의 공격수 역시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밤공기가 단단히 철벽수비를 펼쳤다.


그렇지만 역시 뭔가 먹먹하고 서글프고, 지쳐보인다. 자기 구실을 못 찾고 관심조차 끊겨버린 모습이란 건.

그러고 보면 어렸을 적 엄마들이 아이들을 소환하고 나서 텅빈 놀이터의 표정이 딱 저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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