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사람들이 몰리고 호응이 좋은 탓에 일주일인가 축제기간이 늘었다고 했다. 정확히는 몰라도
슬쩍 주워들은 이야기만 믿고서 다짜고짜 청계천으로.
색색의 등들이 두 줄로 내걸려 있었고, 아랫쪽 통행로는 사람들이 기차놀이를 하며 순례중.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빠찡꼬의 색감과 비슷해서 그런 듯.
빨간 칠하고 칼든 저 분은 스트리트 파이터의 옛 캐릭터 혼다를 닮았다.
않은 캐릭터란 생각이 조금.
이런저런 그림들이 그 단순한 형태를 잘 보완해서 이쁘게 만들어진 듯. 살풋 부푼 별도 그렇고.
달아두면 안에 있는 그림통이 빙빙 도는 대류현상이 일어나서 '말이 움직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해서 주마등이라고 한다. 스무 개 나라에서 온 말과 국기가 함께 빙빙 돌던 주마등, 아무 것도
성취없이 원점으로 도로 돌아간 G20 서울 서밋의 훌륭한 상징이긴 하겠다.
마침 올해가 호랑이해였고 내년이 토끼해니까, 늘어지게 퍼져앉은 호랑이 옆에서 담배연기
훔쳐 마시고 있는 눈빨간 토끼녀석이 좀더 눈에 밟히는 건지도 모르지만.
토끼 녀석의 간을 빼다가 용왕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기쁨에 은근슬쩍 잠겨 있을 때겠구나.
지나가고, 그 담에는 좀더 경쾌하고 즐거운 모양의 등불들이 등장. 제기를 차거나 말뚝박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어린이들. 그렇지만 가만히 보면 말뚝으로 박혀있는 녀석의
표정이 썩 밝고 재미있지만은 않다. 외려 굉장한 리얼리티.ㅋ
빨갛게 충혈시켜주는 건 센스일지도.
풀밭을 지났다. 그러다보니 거의 종로1가쯤까지 걸은 듯 하다.
지나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 파트라슈의 개처럼 얼룩덜룩한 무늬가 개의 온몸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녔는데, 그냥 난 좀전에 있었던 그 귀엽고 작지만 따뜻한 불빛을 품고 있는 강아지가 좋았다.
설치된 철구조물 때문인지 수로 가장자리에 잔뜩 뭉친 채 부유하고 있던 조그마한 물고기들.
치어 수준의 어린 물고기들 같았는데, 이 녀석들은 어느 수족관에서 사왔을라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수로 바닥에 이렇듯 튼튼한 철제 구조물을 받쳐두어야 하는 거다.
저것들이 위생상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고, 밤 시간에 저렇게 밝은 불빛들이 한동안 켜져 있어도
수중 생태에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고, 저런 장애물들이 수로에 잔뜩 있으니 물 흐름에 장애가
생기지 않을지 그것도 모르겠고.
수질오염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인데, 두 가지 전부 세계등축제에도 해당될 여지가 있어보인다.
청계천이 정말 복개천인지 아니면 거대한 인공수조인지, 거기 사는 물고기들이 생태계가 되살아난
증거인지 아니면 서울시청에서 사다가 뿌린 건지, 따위의 문제들은 이미 많이 지적되었으니 생략.
다만, 마치 백조가 물 위에서 우아하고 아름답게 미끄러져 다니는 것 같아도 그 밑에서는 쉼없이,
그리고 고생스럽게 물갈퀴를 젓고 있다는 이야기처럼, 사람들이 한줄로 서서 순례하듯 구경하는
어여쁜 세계등축제가 벌어진 청계천 수중에서는 뭔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생스럽고 힘겨운
삶을 사는 물고기나 수중생태계가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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