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들이 나가서 우리 '대한민국'의 아들딸이 되어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혹은

자웅동체형의 이명박-왠지 그는 남성스럽지도, 여성스럽지도 않은...그저 괴물같다.- 앞에

'금메달'을 '바치는' 식의 스포츠 경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월드컵도, 올림픽도, 그다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각치 못하는 나이기도 했고, 그러한 국제스포츠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국력을 견줘보려는 조바심이 맘에 안 들기도 했다.


우연찮게 저녁을 먹으며 티비를 보았을 뿐이다. 마침 노르웨이와의 여자핸드볼 준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채널을 돌려도 모두 같은 경기를 중계중이었고, '우생순'의 훈훈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후반 10분여부터 경기를 따라갔다. 사실 난 아무런 룰도 모르고, 후반전이 몇분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네 골 정도 뒤지고 있었고, 스피디한 공수 전환 속에서 그 차이는 두 골, 세 골,

다시 두 골, 그러다 세 골, 네 골, 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건 선수들의 안타까운 표정과

사력을 다하는 움직임 때문이었다.


이기건 지건, 세계 최고건 꼴찌건 상관없다. 뭐 큰일도 아니고 그저 서로의 기량을 재는 유희일

뿐이다. 아무리 국가를 대표했다 해도, 각자의 이해관계와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 대

사람(들)'의 경쟁이 먼저지, 국력으로 왜곡된 판정이나 외부 효과, 훈련시설차 이런 것들은

차후의 문제다. 그러한 차후의 문제가 사람간의 경쟁을 악의적으로 방해하고 왜곡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건 스포츠맨십에 어긋날 뿐 아니라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에도 어긋날 게다.


그런 점에서 오심 혹은 편파판정의 문제는 크다. 노르웨이 선수들이 막판에 공을 잡고선 경기

속행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룰에 걸리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하나의 전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고 있는 측에서 경기 스피드를 올리려고 노력하는 게 정상적이라 용인되듯, 이기는

측에서 호흡을 늦춰 안전하게 가려는 것도 마찬가지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본다.

다만, 막판의 한 골. 우리가 세 골, 두 골, 한 골, 마침내 6초전 동점을 만들어내고 나서 그

드라마틱한 흥분을 채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벼락처럼 내리꽂힌 노르웨이의 한 골.


그거 골 맞아??





"우리 생애 가장 억울한 순간"
(프레시안 양진비 기자)
핸드볼 준결 오심논란속 분패…그들은 짐을 쌀 수 없었다
등록일자 : 2008년 08 월 21 일 (목) 22 : 01  
 

  농구와 달리 핸드볼에는 버저비터가 없다. 골인이 되더라도 마지막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공이 골라인을 넘지 않았으면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세계핸드볼연맹(IHF) 경기규정집 9조 1항에는 "볼이 골라인을 완전히 통과하기 전에 레프리나 계시원이 경기를 중단하는 경우에는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A goal cannot be awarded if a referee or the timekeeper has interrupted the game before the ball has completely crossed the goal line)"라고 되어 있다. (☞규정집 원문 바로 가기대한핸드볼협회 경기 규칙 바로 가기)
  

▲ 노르웨이 선수가 마지막 슛을 던지는 장면 ⓒMBC 캡처화면

  
▲ 종료 시간이 떴을 당시 공은 선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MBC 캡처화면

  그러나 21일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준결승 한국과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심판은 종료 순간 골인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득점을 인정했다. 종료 버저 소리를 "계시원이 경기를 중단한 경우"로 유권해석이 가능하지만 주심은 막무가내였다. 한국은 종료 6초를 못 버티고 1골 차로 분패한 팀이 됐다. 28-29 아까운 패배였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또 한 번 꿈꿨던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이렇게 그들의 생애에서 가장 억울한 순간을 맞았다. 종료 직후 경기 감독관들은 임영철 감독의 강한 어필을 받고 처음에는 '노골'을 선언하더니, 주심 2명과 상의를 한 뒤 결정을 번복, 골을 인정했다. 그리고 하나 둘 자리를 떠버렸다.
 
  그러자 임 감독과 김진수 핸드볼협회 부회장은 경기장에 마련된 IHF 사무실을 찾아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그러나 IHF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9시간 내에 500 스위스 프랑(약 50만원)과 함께 정식 항의서를 제출하면 된다는 말을 들려주기만 했다.
 
  한국팀은 선수도 감독도 30분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여자 핸드볼의 투혼을 기대하던 관객들도, 시청자들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 관련기사 : 여자핸드볼, 석연찮은 '버저비터'에 울다)
 
  ( ☞ 관련기사 : 임영철 감독 "가장 아름다운 이는 女핸드볼 14명")
 
 
▲ ⓒ연합뉴스

 
6분 남기고 우생순식 추격전 성공했지만…
 
  한국은 전반전에서 한 골씩 주고받는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특히 맏언니 오성옥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터뜨리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전반 중반의 8-8 동점 상황에서 한국은 연속 4득점을 올리며 12-8의 역전에 성공했다. 노르웨이의 반격으로 13-12까지 추격당했지만 오성옥의 스탠딩 슛과 골키퍼 오영란의 선방으로 15-14, 1점 앞선 상태에서 전반전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 들어 노르웨이의 속공으로 연속 세 골을 내주며 다소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팀도 계속해서 속공을 시도했으나 골은 골대에서 조금씩 엇나가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경기는 뒤집혔다.
 
  20일 남자부 8강전에서 한국팀의 슛이 번번히 스페인 골키퍼에게 막혔던 것처럼 후반전 들어 상대편 공격은 골대를 가른 반면 한국팀 공격은 먹히지 않았다.
  
▲ 21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핸드볼 4강전 한국 대 노르웨이 경기에서 안정화가 강슛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 24분 27-24로 뒤지고 있던 한국은 마침내 '우생순식' 추격전에 시동을 걸었다. 후반 종료 3분여를 남기고 문필희의 스카이슛으로 2점차까지 쫓아가 마지막 역전의 희망을 되살렸다.
 
  이어 종료 1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허순영이 중앙 돌파 슛까지 성공시킨 뒤 6초를 남겨두고 기적 같은 동점골까지 나와 극적으로 28-28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연장전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방심했던 것일까. 한국팀이 후반전 마지막골이라고 믿었던 골 뒤에 노르웨인 선수가 경기종료 부저와 동시에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골이 부저가 울리기 전 들어간 것이 맞냐는 판정논란이 일었고 심판들이 모여 판정에 관한 상의를 하는 동안 28-28이 기록된 전광판은 잠시 멈춰있었다.
 
  결국 전광판이 28-29의 기록을 알리며 심판은 노르웨이의 승리를 선언했다.
  
▲ 종료 직전 석연찮은 판정으로 한국이 패하자 오성옥이 코트에 주저앉아 허탈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림자도 금에 안 걸렸다"
 
  이로써 한국은 올림픽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오는 23일 동메달을 위한 3-4위전을 치르게 됐다.
 
  한국 여자핸드볼팀은 지난 15일 열린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남미의 복병' 브라질에 1초를 남겨놓고 역전골을 허용해 32-33으로 패했었다. 그러나 이번 노르웨이전의 경우 0.01초를 다투는 수준의 판정이어서 논란이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수 핸드볼협회 부회장은 제소와 관련해 "받아줄 지 안 받아줄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아시아에서 당한 데 이어 올림픽에서까지 이렇게 당하는 것은 협회 차원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정식으로 항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임영철 감독도 "절대 노골이다. 하프라인부터 시작한 노르웨이의 마지막 공격도 파울이었고 골을 넣은 선수도 오버스텝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가 끝난 직후 인터넷은 오심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네티즌 응원방'의 한 누리꾼은 "득점이 인정되려면 공이 금에 걸치는 것은 물론 공 전체가 통과해야 한다"며 "그림자도 금에 안 걸렸는데 골을 인정해주다니 너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핸드볼은 농구처럼 손에서 떠나는 그 순간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오심을 반드시 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 직후 감독관에게 항의하는 임영철 감독 ⓒ연합뉴스

  
▲ 맏언니 오영란은 일어설 수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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