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똑같다지만, 핀란드는 다르다. 열심히 바닥을 훑으며 줏었던 버섯들을 어느새 흘리고

올 만큼 사람을 홀리는 숲이 있어서라고는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소박한 식당에 모여앉아 밥을 챙겨먹고

커피를 마시는 그네들의 손놀림, 몸가짐, 온몸에서 풍기는 분위기,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여유로움'과

'아늑함'이라는 단어를 깊이깊이 각인시킨다. 낯선 타지로 여행을 나선 사람의 눈으로 보아서 그런 걸까.


'성공'이란 자기 억압의 결과물이라 했던가. 그냥 여기서라면 살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눌러 앉을 수도,

지도를 펼치고 눈감고는 아무데라도 찍어서 떠날 수도, 여행가방의 분실을 핑계삼아 아무 기약도 계획도 없이

머무를 수도 있는 건데. 그 곳에는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세 여자가 있었고, 그녀들은

가게 분위기를 만들고 또 그대로 젖어든다. 정정해야겠다. 핀란드라 다른 게 아니라 그녀들이 다른 거다.


핀란드가 아니어도, 그녀들이라면 어디서든 숲을 살갑게 헝클어뜨리는 바람을 불러일으킬 거 같다. 어디서든

빵을 굽고 주먹밥을 쥐며 손님들을 다정하게 불러모을 거 같다. 그런 가게가 근처에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실 커피에 마법의 주문을 속삭여주는 주인이 있고, 소박한 가게의 인테리어에 맞는 앞치마를

깔끔하고 단정하게 걸치고 있는 점원이 있고. 그런 가게가 있다면 잠시 핀란드로, 어디로던 여행을 떠난

기분으로 앉아있을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그녀들도 언제나 그렇게 머물러 있지는 않을 터다. 완벽하다 싶은 조합은 하염없이 멈춰있을 수는 없고,

누군가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아쉬워 하며 빈자리를 쓸쓸해 할 거다. 몸이 떠나지 않더라도 마음이 떠나

더이상 이 잔잔하고 고요한 '여행'의 동반자이기를 부정하거나, 시덥잖은 농담에 푸짐하게 웃어줄 수도

없을지도 모른다. 데모, 그렇지만, 세상의 끝날에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모아놓고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만든 맛난 것들로 파티할 때 다시 모이리라는 기대만 있다면야. 결국은 다시 모으고 모일 수 있으리란

기대만 있다면야 그야말로 다.이.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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