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카메라를 들고 가면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어느새부턴가 '오프라인으로 표시'로

쭉 가고 있는 이모티콘달력-사진찍고 나선 '졸려요'로 바꿨다-과 일렬로 쭉 늘어선 각종 커피전문점의 컵을

재활용한 수경화분. 벌써 열개 가까이 덩굴식물을 꺾어서는 화분을 만들어 사방에 분배해주었다.

책상에 앉아 모가지를 빼고 왼쪽을 보면 보이는 초록빛 덩굴식물, 완전 잘 자라서 자리 하나를 온통 초록색

잎들로 덮어버리고 있다. 그 앞에는 잡다한 서류들, 그리고 캄보디아 가서 찍었던 석양 사진을 출력한 액자.

파티션 위의 삼각뿔에는 내 이름과 담당업무가 적혀있다. 가까이 땡겨서 찍으니 그 굉장한 생명력이 더욱 잘

느껴지는 것 같다. 가뜩이나 건조하고 공기도 좋지 않으며 환기도 되지 않고 햇볕조차 들어오지 않고 백날

파리한 형광등 불빛만 먹고 살 텐데 어찌 이리도 선명한 초록색의 위용을 과시하는 것인지.


마디마디 뻗쳐있는 눈이 있는 줄기를 적당히 끊어서 물 속에 담가놓기만 하면 알아서 무성하게 뿌리를 뻗으며

자라나는 생명력. 장양강장의 상징이다.

사무실 자리 오른쪽, 얼마전 선물받은 벤자민 고무나무 화분과, 작년부터 잘 쓰고 있는 소형 가습기. 가습기

위에 꽂힌 물병은 10월 출장 때 들고 왔던 두바이의 생수병이다. 내 손목을 보호해주는 오리너구리하며,

왠지 올해 다이어리를 부실하게 써버린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스타벅스 다이어리. 이쁘고 맘에 쏙 드는

다이어리를 사야 일년이 충실한 거 같다.

그리고 마법의 램프. 미친듯이 빌어봐야 때만 나온다.

전자파로부터 날 지켜주는 제주도 화산석으로 만들었다는 돼지 두 마리. 그리고 언젠가 인사동에서 백년천년

오래 살라고 선물받았던 조그마한 거북이. 난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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