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분명히 말하건대 '불난 민심'에 부채질하는 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민심을 따르다 보니 지지율이 절로 올라간다는 '법칙'을 알아버린 건 좋다. 그렇지만 '나영이 사건'에 대응하는

그의 언행을 보면 민심에 편승하다 못해 차라리 민심을 자극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평생 그런 사람은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대통령의 마음이 참담하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 말했단다. 그리고 그 후 쏟아지는 '대책'들이란 게 그렇다.

때마침 '네티즌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개편된 청와대 홈페이지 '소통마당'에 첫날 오른 글도 바로 이 사건에

대한 글이었다. (靑 "네티즌과 상호 소통 강화" 홈피에 '소통마당' 개설, 한국일보(09.10.01)) 그의 '참담함'에

화답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법을 개정하겠다,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소리가 정치권과 정부에서

나오는가 하면, 러시아에서는 화학적 거세를 한다느니 사형까지 고려해야 한다느니 언론도 가세한 참이다.


이미 이른바 '민심'은, 가해자라 추정되는 사람의 인적사항과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법정최고형, 사형에

처하라는 청원까지 벌이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은 잔뜩 성난

불붙은 민심에 MB(와 똘만이), 그리고 언론이 힘을 합쳐 기름을 뿌리며 더욱 흥분시키고 있는 격이다. 게다가

일부 언론은 그 와중에 MB어천가에 여념이 없고 말이다. "국민의 요구에 정확히 부응했다"느니, 심지어 작년

일산 경찰서를 '몸소' 방문했던 기억까지 되짚는다.([현장에서]민심 정확히 읽은 李대통령, 세계일보(09.10.01))


그 잔인무도한 사건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가해자인 성폭행 전과자의 비인간성, 그리고 법원의

납득할 수 없는 감형 사유, 법감정에 맞지 않게 가벼운 형량까지. 그렇지만 국무회의에서 그렇게 자극적이고

가다듬어지지 않은 '의견'을 표하는 것은 대통령으로 보일 언행은 아니다. MB의 말 하나에 삽들고 4대강으로

돌격하는 단무지들답게,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 자체가 '분노' 해소, 보복에 치중되어 있지 않은가.


형량을 강화한다고 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지,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피해자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지를

따져야 하는 거다. 앞으로 장애인으로 살게 될 피해자 아이가 사회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은

갖춰져 있는지, 우리 사회의 아동보호시스템이나 '아동 복지'의 개념은 어떤 수준인지, 그런 부분을 짚어보고

고치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이다. 피해자 아이는 앞으로 고작 월 10만원의 장애인 복지비를 받게 될 거라는데,

가뜩이나 빈약한 복지 예산마저 다 까먹는 건 누구냔 말이다.(나영이사건 파장...참담한 장애인의 현실)


무슨 불놀이도 아니고. MB, 오줌쌀라. 불장난 그만하고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라. 분노는

헤아리되 대응은 이성적으로, 성숙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죽여라~!'하는 사람들의 성난 외침 속에 숨어있는

변함없이 형편없는 시스템에 대한 절망, 체념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말한마디로

자신의 신념이고 평소 언행이고 다 뒤집어 버리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국민들의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지는 못할 망정 인민재판용 장작을 하늘높이 쌓아올리도록 방조해서는 안 된다.


혹은 일가친척 다 만나서 정치경제사회 전반을 논하게 될 추석이 지나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나영이 사건'

하나만 이야기하길 바라고 부채질하는 건 부디 아니길 바란다. 지나친 기우라거나 뭘해도 MB욕하는

또라이라는 욕을 먹을 때 먹더라도, 굳이 '나영이 사건'에 대한 MB의 대응을 짚어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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