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이었으며 한국 사회 비주류와 소외된 자들의 대변인이었던 것처럼

기억되고 있으며, 마치 민주주의를 위해 한평생을 헌신했던 인물인 양 급격하게 단순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미군기지를 위한 부지를 조성한다며 평택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강제 진압을 벌였던 것도,

동시다발적 FTA추진전략이랍시고 한미FTA를 졸속으로 추진하며 이른바 4대 선결조건 문제를 예비했던 것도,

사실상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한국의 교조적인 시장주의 세력-신자유주의 세력-을 용인하고 부추겼던 것도,

부동산 문제나 금산분리 문제, 언론법, 사학법에 있어 지금과 같은 퇴행적 상황을 야기한 것도,

말로는 서민들을 위한다면서 비정규직을 폭증시키고 재벌들과 가진 자들의 배만 불렸던 것도,

심지어 그가 선정적으로 이야기했던 '과거의 유물' 국보법 폐지 문제에 있어서 결국 아무 성과도 없었던 것도,

그리고 이미 그의 치하에서 이명박 정권 때와 별반 다름없는 국가 권력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시위진압작전이 있었던
 
것도,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지금의 정부에 대한 불만들, 지금의 정책에 대한 불만들을 표출하기 위한 땔감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초혼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이명박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그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가
 
실제로 '비주류'와 '소외된 자들'을 위한 대통령이었는지는 차치하고, 그의 몇몇 언행들이 편집되어 반복 재생되고 있는

거다.


그가 정면으로 반박했던 대운하 사업,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던 대북한 포용 정책, (발언의 실리적 공과를 떠나)

미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 검찰의 독립권을 보장하고 언론권력을 비판하려 했던 그의 문제의식.

그리고 무엇보다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도 '일반인'에 가장 가까웠던 그의 화법과 '출신성분'.


그런 것들이 작금 이명박 정부의 대척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치지어주는 키워드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손쉽게 기억하며, 그 기억들은 대개 현재의 필요로 인해 불러내어진 것들이다.


노무현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떠올리는 그의 모습이 온통 긍정적이고

바람직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할 듯 하다. 그렇다고 노무현 정권 시대에 우리가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다만 그러한 '기억의 재구성'과 새로운 '인간 노무현의 탄생'이 모쪼록 지금의 답답하고 부조리한 정국을

타개하는 에너지로 化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혹자는 지금의 정국이 80년대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건

단지 성고문, 물고문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노무현은, 왜 죽었는가.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노무현은,

우리에게 정말 희망이었는지로 답을 마감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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