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의 2012 시네마 리플레이. 작년에 개봉한 좋은 영화 10개를 모아 한번씩 더 상영한다는 기획이다.

 

저번주 멜랑콜리아에 이어 봤던 건 알랭 레네의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오르페우스 신화는 그대로

 

영화속 영화의 소재가 되고 영화 자체의 주제가 되었으며, 끝내 감독 알랭 레네와 합일하기에 이른 거 같다.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못했다. You Haven't Seen Anything Yet, 2012

 


 

오르페우스 신화는 다들 알겠지만. 류트를 연주하는 예술가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그의 아내를 죽음의 신으로부터

 

구해오려 하데스 앞에서 연주를 하곤 그를 감동시켜 아내를 구출해 오다가, 세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따라오는 그녀를

 

보지 말라는 금기를 깨버리고 영영 아내를 잃어버린다는 이야기.

 

 


거기서 취할 수 있는 지점들은 다양하다. 오르페우스와 아내의 지극한 사랑, 금기를 깨버리는 그의 불안... 혹은 불신,

 

죽음의 신까지도 감동시켜 이겨낼 수 있는 예술의 힘(혹은 끝내 아내를 구하는데 실패했으니 최종적인 실패를 말하는지도

 

모른다)...그 하나하나 영화의 주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판에, 그 이야기를 모두 아우르고 게다가 영화적 문제의식마저

 

녹여내는데 성공했달까.

 

 


기억과 상상의 힘으로 시공간을 극복해왔다는 알랭 레네는 익숙한 영화적 문법과 상식을 줄곧 파괴하며 영화속 현실의 틈새에

 

분절된 시간과 공간을 촘촘이 박아넣는다. 아마 그는 영화예술의 오르페우스가 되고 싶었던 거 같다. 자신의 영화로

 

지난 시간과 기억을 구원해내고, 그러나 끝내 실패하여 죽음이 도래하는 그런 반영웅담 혹은 비극.

 

 

 

지인의 평이 그랬듯,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관과 좌절에 대한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울줄이야."


예술이 가진 힘이란 뭘까, 예술 중에서도 영화예술로 가능한 자유로움의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그건 과연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마 이 영화는 그런 오랜 화두에 대한 구십살 노장의 단단한 비관에 발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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