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

 

 

1) 한국정치가 양당제로 고착화될까.


유럽과 같은 다당제가 이념정치, 계급정치가 가능할 거란 점에서 우리나라 의회정치도 그렇게 가는 게 이상적이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회의적이 되어간다. 특히 지리멸렬해진 진보블록을 대신해 치고 나온 안철수의 역할과 성과가 문제가 될 텐데...만약 그가 자체의 정치세력을 만들어내고 일정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이제 한국사회는 양당제가 고착화되지 않을까.

안철수가 뭔가를 제대로 해내기는커녕 이쁘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제3세력에 대한 대중의 냉소와 불신은 팽배할 테고. 이미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불러낸 대중들의 피로감과 분노를 가중시키는 존재가 되어가는 듯 하다. 그렇다면 역시, 한국도 미국처럼 양당제로 고착하게 되는 걸까. 심지어 미국보다 못한 식의 중도우익과 극우세력의 양강구도가 되리라 예상되지만.

 


2) 진보정치세력의 구심은?


이른바 재야나 운동권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건설된 진보정당에서 지켜온 의회 내 진보정치의 기치는, 어느덧 아웃오브안중이 되어가는 거 같다. '진보', '개혁', '복지', '경제민주화' 따위 단어에 대한 소유권도 모두 넘어가버렸고 좀처럼 회복될 거 같지도 않다. 이는 진보정당의 한계기도 하고, 이나라 민주주의와 '계몽'의 한계기도 하다. (안철수 현상의 안쓰러운 미망을 보라) 의회정치 내에서 진보적 가치를 표방할 수 있으려면 진보정당이 아니라 차라리 민주당 내 진보블록을 미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의회 밖의 정치적 필드는 별도로 치고)

 


3) 비판적 지지의 문제


이념적 비전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든 현실은 찔끔찔끔 변한다 했을 때, 보다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 뭘지에 대한 고민이다. 페이퍼당원이나마 진보신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당에서 미는 후보가 아닌 타당의 후보를 이렇게 거리낌없이, 혹은 절박하게 미는 경우는 또 처음이니까. 진보신당의 공식지지 후보 김소연 후보, 그녀의 자격과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현재로선 문재인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문>박,안)

 


4) 선택지에 대한 고민...박과 안의 비교.


다만, 단일화된 결과 안철수가 야권 후보가 된다면 다시 난 고민하게 될 거 같다. 그에게 기본적인 국정운영의 능력과 자원이 있을까. 정치라는 것에 대한 그의 얕은 인식과 부정적인 시각에 더해서, 도대체 그가 가진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능력은 무엇인지 문제해결능력-정치력-은 있는지 뭐하나 알 수 없단 점에서 그렇다.
수첩공주라지만 박양은 할튼 조조처럼 재사들을 주위에 많이 모으고 있고, 독재자의 딸이라지만 그건 이제 까봐야 먹히지도 않으며, 민주주의적 감수성이나 가치관이 부족하다지만 기성 정치인들 대개 오십보백보인 거 같기도 하고. 최소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되지 않을까. 박양이 된다고 애비처럼 독재를 하거나 총칼로 짓밟진 않을 테고 뭐, 엠비만큼 하겠지...니미.


굉장히 우울한 그림이지만, 안철수가 하면 뭐가 나아질까, 그리고 뭐가 불안해질까를 계량했을 때. 난 안과 박양 둘다 지랄같은 결과일 거 같아서. 그땐 차라리 진보정당의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현재로선.

 

 

4-1) 안철수에 대한 단상

 

정치개혁'이라는 말을 협소한 지평에 지 나름의 상식에 가둬놓고는,
피와 살이 느껴지지 않는 '국민'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모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단어, '개혁'과 '변화'의 이미지를
냉소의 도가니에 빨아제낀 걸레짝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

대체 안철수가 바라는 '정치개혁'이라는 건 뭘까.
감성적으론 알 듯 말 듯 하다가도, 정작 디테일은 없다.
니들이 알아서 국민의 소리를 들으면 정답이 나올 거다, 라는 식인데
이건 어쩌면 자기도 뭘 어째야 할 지 몰라서일지도.

* 이번에 다시 국회의 구조조정/정리해고를 말하는 꼬라질 보고 확 열받아서.

 


5) 요약.


박양이 대통령이 될 거 같고, 안철수는 엑스맨인 거 같고, 문재인과 민주당은 확연한 진보성은 고사하고 리더십도 전략도 없는 거 같고. 그런데 진보정당은 다 말아먹었고. 당비가 아까울 지경이고. 뭐 이딴 지랄같은 상황이 도래하고 말았는지 니미.

 

게다가 더욱 좌절스러운 건, 엠비5년의 시점, 나라의 가치관과 비전과 성장/분배전략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굉장히 큰 공간이 열렸음에도 이지경이라는 점. 분명 큰걸음 한발자국 왼쪽으로 뗄 수 있는 객관적인 호조건이 도래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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