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을 끼고 신라호텔 뒷켠으로 올라가는 길, 옛 서울 사대문을 잇는 성곽을 따라가는 산책로 들머리에서

 

나른하게 몸을 옹송그리고 꾸벅거리고 있는 토실토실 얼룩고양이 한 마리.

 

반얀트리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동대입구에서부터 여하간 남산산책로로 이어지며

 

여차하면 남산N타워까지 기분좋게 걸어갈 수 있는 서울성곽길의 한쪽 코스다.

 

모든 구간에서 옛 성곽의 자취를 따라 걷는 건 아니고 중간중간 성곽이 완전히 망실된 곳도 있지만, 그래도 이 구간에서는

 

대략 옛 성곽을 끼고 주욱 걷게 되는 거 같다. 성곽의 커다란 돌뭉치를 꼬옥 쥐고 여름 한철을 지난 덩굴손 이파리가 노랗다.

 

그렇게 경사가 급하지도 않은데 어느새 서울 시내가 눈 아래로 굽어보인다. 성곽을 따라 올라선 집들의 지붕에 눈높이가 맞는.

 

 

 아직 풍성한 초록빛 단풍이파리 사이로 빛이 한줄기 내리쬐이니 줄기에 뚜렷이 새겨지는 잎의 형상.

 

 

 햇볕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단풍이 드는 속도가 다르다더니, 이쪽 구간은 온통 시뻘겋게 불이 붙었다.

 

 나무에서 떨어져나와 사각사각 말려들어가는 이파리가 더욱 짙은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날씨가 갑작스레 차가워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보이지 않아 더욱 좋았던 산책로.

 

 

 후둑후둑 떨어지는 노랑빛, 빨강빛 조명과 그 아래 회색빛 성곽을 얼룩덜룩 마구잡이로 칠해놓은 가을볕.

 

 성곽의 총구멍 안에까지 어떻게 들어갔는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낙엽 한 장이 슬쩍 햇살을 등지고 웅크렸다.

 

 

 

 그리고 아직 시퍼런 생기가 푸르딩딩한 풀밭을 좌우로 거느린 나무계단을 따라 걸으며 이어지는 성곽길.

 

 

반얀트리가 눈앞에 보일 때쯤, 눈 아래로 굽어보이는 남산의 울긋불긋한 풍경, 그리고 남산로.

 

 

 남산 산책로로 어찌어찌 접어들어서 조금 더 걷던 길. 길도 이쁘고 날씨도 나쁘지 않아 언제까지고 걸을까 하다가.

 

설렁설렁 걷다가 조금 큰 원을 그리며 다시 동대입구쪽으로 돌아섰다는 짧은 가을소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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