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태운 대형버스는 시내투어에 나섰다. 카타르 도하의 해안도로는 다른 오랜 유적들과 함께 도하, 혹은
카타르에 가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손꼽히곤 한다.
옅은 남색바다가 저렇게 옆에서 출렁이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왠지 운치있게 쪽쪽 뻗은 도로 중앙의 야자수들.
그리고 야자수 잎새 사이에서 얼쩡대는 저쪽 해안가의 스카이라인도 심심치는 않다.
바람을 쐬었을 텐데, 하다못해 패키지 투어라 해도 가이드를 꼬셔서 차를 세웠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일하는 중인
게다. 카메라를 손에 계속 쥐고 있기도 사실은 꽤나 민망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일행분들 찍어준다는 핑계를 대며
꿋꿋이 쥐고 있었다.
차들 너머, 어릴 적 갖고 놀던 레고에서 푸른색 무성한 '나무'랑 똑같이 생긴 것들.
보드라울 거 같은 느낌이다.
뜨거운 햇볕이 쨍쨍하고 내리쬐어도 그늘 아래만 들어서면 선선한 기운이 금세 차오른다. '더위'라는 게 꼭 우리
나라처럼 덥고 끈끈한, 그래서 불쾌한 무엇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생각은 안 들었고, 그나마 건물 정수리에서 펄럭이는 카타르 국기조차 바람결에 적극펄럭인다기보다는 이리저리
돌아누우며 어떻게든 안 일어나려는 휴일 아침의 내 모습 같다. 외려 저 촘촘하고 날선 느낌의 둘러친 담에 시선이
가닿는다.
몇개씩 생기고야 말 거 같다. 카타르가 그렇게 정치상황이 불안하거나 외교적인 긴장관계에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저렇게 살벌한 담을 둘러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몸을 일으킬 염을 냈나보다.
선명하다. 저 위에 올라서면 아마 도하 사방이 내려다보이지 않을까 싶도록 전체적인 건물들이 납작 엎드려있다.
모래바람과 쉼없는 땡볕세례에 까실까실 뾰족해진 잎새들만 품고 있는 이곳 녹색공간에 저렇게 풋풋하고 약한만큼
섬세한 녹색이 번창하고 있다는 게, 보는 사람의 맘을 왠지 안도하게 만드는 거 같다.
다리, 아무 쓸데없는 계단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버스 밖을 계속 바라보는 보람이 된다.
신체의 실루엣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 저 검정 두루마기는, 그녀들에게는 더러 아쉬움을 유발하지 않을까.
했는데, 운전 역시 마찬가지다. 엄격히 여성의 운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우디와는 달리 카타르에서는 이런 여성
운전자가 꽤나 흔하게 보였다. 흔히 외국인들이 중국, 한국, 일본 등지를 '유교문화권'이라 묶어서 이해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단순화라거나 너무 범주가 크다고 불평할 수 있듯, 아랍권 국가들 역시..'아랍권'이라는 형체불분명한
칭호보다 개별국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접근이 필요할 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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