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영금정 앞 겨울바다. 짝다리를 짚고 선 어린 커플 한 쌍이 바다에 찰싹 가까이 붙어서서는 방파제의 끝,

빨간 등대가 침핀처럼 박혀있는 저 너머를 함께 바라보고 섰다.

영금정에서 조금 나아가면 바닷가 끝으로 불쑥 돌출한 파란 지붕의 정자가 있는데, 그 곳까지 이어지는 길은

울렁이는 나무 발판을 가진 현수교 스타일의 짧막한 다리처럼 놓였다.

뭔가 원목을 사용했다거나 단청을 담백하게 올린 맛보다는 거칠고 짠 바닷바람에도 굴하지 않도록 시멘트를 발라

만든 정자, 그래도 나름 한번 그 팔각지붕 아래에서 바다쪽이나 영금정 쪽을 바라볼 만 하다.


영금정에 바싹 인접한 항구는 동명항, 국제여객터미널을 너머 보이는 건 속초항. 배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멀찍이 눈안개에 가리어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하얀 눈덮인 산은 설악산 자락이 아니려나 싶은데, 모르겠다.

영금정 앞에 즐비한 횟집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던 건 찬란한 다홍빛으로 빛나는 대게들. 다른 녀석들을 꾹꾹

즈려밟으며 자기 혼자 당당하게 포즈를 잡고 선 저 녀석은 장군감.


그리고 속초 8경 중의 하나라는 속초등대전망대. 표지판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갈색 관광지 표지판에 있는

언어가 한글, 한자, 영어 이외에도 러시아어가 보여서.

등대보다도 등대 아래에 있는 매점이 눈에 꽂혔다. 어렸을 적 수학여행 다니면서 보았던 저 후지필름 광고가 그려진

허름한 간판에 궁서체로 붓글씨된 커피, 생수, 라면 따위 메뉴들이 자아내는 운치라니.

그리고 속초관광중앙시장까지 걸어가는 길,한산하고 소박한 거리를 걷다가 문득 마주했던 기발하고 참신한

담벼락 풍경. 삶의 농담 같달까, 폐냉장고를 커다란 벽돌처럼 쌓아서 담길을 따라 쌓아둔 모습은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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