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말을 더하고 싶진 않았다. 이명박의 위기를 김정일이 구해주고 김문수가 마무리하는 식으로 보였다. 이미

이명박의 위기를 부르는 일련의 흐름을 막아세우려는 듯한 움직임이 가뜩이나 많지 않은가. 학교내 왕따 문제가

새삼스레 이토록 긴급하고 중대한 줄은 몰랐고, 한나라당 비대위라는 '찻잔 속 태풍' 이야기가 그리도 온국민의

관심사인 줄도 몰랐으며, 26살짜리 멍청이가 '박근혜의 남자'인지 뭔지로 불리는 것 따위도 관심은 없었는데.


여하간, 김문수가 '도~~~지사'라며 119 긴급전화에 대고 위세부린 건 정말 더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다.

근데 그렇다고 그 두명의 소방관이 잘했다거나 진정한 소방관이란 식으로 추어올려지는 건 너무 웃기다. 그냥

평균 혹은 약간 모자랐던 업무 수행이었단 게 맞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긴급전화에 걸맞는 신속하고 유연한

상황판단 및 대처능력이 부족해 보였다.)


사람들은 세상을 심플한 헐리웃 블록버스터나 싸구려 히어로물처럼 읽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간편하게 읽는데 습관이 들어버린 건 아닐까 싶다. 숨소리조차 희화화되는 절대악, 거악과 그에 대비되는 착하고

성실하며 순한 일반인들이란 대립구도. 집권여당과 그 정책, 비전을 꼼꼼이 따지고 비판하는 걸 넘어서서 그냥

말하나 행동하나로 꼬투리잡고 희화화하는데 몰두하고 있다는 염려가 점점 짙어진다.


그런 뒤에 남는 게 뭘까를 생각해보자는 거다. 바로 그런 소방관 무조건 편들어주기, 떠받들기 아닐까 싶어서다.

실은 고관대작이 아니라 이름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본분에 맞게' 일하는 갑남을녀가 진정한 영웅이라는

식의 손쉽고 위험한 결론으로 귀환하거나, 극악무도한 '적'들에 당한 사람은 모두 옳고 착하며 게다가 순진하고

약해서 당한 거라는 편견 같은 것이 점점 강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식의 현실 인식으론 용산 철거민이나 한진

중공업 해고자들에 대해 '미친놈' 아니면 '순교자'란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중요한 건, 그런 식의 비난과 선긋기와 무조건적인 편들기, 흑과 백의 선연한 구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MB와 그 수하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묻는 거다. 사실 그런 식의

손쉽고 간편한, 게으른 태도로 MB를 불러낸 거였는데, 그걸 고치지 않고서 같은 자세로 또 불러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해봐야 뭘까. 그게 두려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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