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코미디'라 할 수 있을까. 개그가 버무려져 있긴 하지만,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코믹한 상황 전개에 맘껏 웃긴 했지만, 과연 그것 뿐일까. 이 영화가 이주노동자, 흔히들

외국인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캐릭터나 상황을 단순히 코미디의 소재로 소진해버리고

만 건 아니라고 볼 포인트들은 적잖이 깔려 있었다.


첫번째 포인트.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반복되는 메시지. "동냥은 못 줄지언정 쪽박은 깨지 말랬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위해 법의 사각지대를 감내하며 추방의 위협을 무릅쓰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신고하고 사기치지 말자는 맥락에서 나왔던 대사다.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그들이 왜 굳이 탈주해서 불법체류하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좀더 담겼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주노동자를 보는 기본 시각으로 부족함이 없달까. 같은 한국인끼리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더럽다'며 고함치는 판이니 저 메시지는 모두가 모두에 대해 명심해야 할 거다.


두번째 포인트, 그들이 '낭만에 대하여' 대신 작업반장 알리의 고향노래를 함께 불렀던 것.

가사를 일일이 설명하고 재연해가며 배웠던 '낭만에 대하여'는 한국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이주노동자노래자랑에서 상받는 노래는, 뽕삘의 성인가요,

명랑하고 신나는. 열심히 일하며 밝고 희망차게 한국에서 사는 이주노동자의 이미지 그대로다.

그들이 정작 무대 위에서 부른 건, 알리가 매일같이 흥얼대던 아주아주 슬프고 절절한, 그의

모국어로 된 노래. 이주노동자들의 정서와 고유한 문화를 드러내며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 아닐까.


세번째 포인트, 한국인이 부탄인이라 위장해서 취업했다가, 국적이 드러나며 쫓겨난 것.

일각에서 이주노동자를 불편해하고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이란

거다. 저임금을 감수하고 고된 노동을 감내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단

이야기다. 과연 그런가. 그러한 판단은 선후를 잘못 생각하는 거 아닐까. 언제나 좀더 값싸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인력을 찾고 있는 사장들이 먼저 있었고, 엉성하고 뒤처진 법망 틈으로

그들이 고용된 거 아닌가.


요새 문제인 비정규직/정규직에 비겨 보아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낮춘다고 손가락질할 건가.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윤을 극대화하려

노동을 짜내는 사장들이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 비정규직법안을 만들어내고 제도적으로 

악용할 여지를 계속 잔존시키는 사람들이 손가락질 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

탓하더라도 유명무실하고 비현실적인 '산업연수생'제도와 법망을 피해 그들을 착취하는 고용인을

탓해야 하는 거 아닐까.


영화가 조금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코미디의 가벼움과 상큼한 뒷맛을 유지하려던 때문이겠지만,

뒤로 가면서 너무 편하게 해피엔딩으로 빠져버리더라는 점이었다. 착한 사장이 나와서 그간 지급하지

않았던 체불임금을 한번에 주는가 하면,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노래에 울먹이고, 강제추방을 앞둔

그들이 경연장에 나설 수 있다는 등. 그렇지만 분명 이 영화는, '사장님 나파효'를 연발하는 개그

소재로나 단발적으로 소모되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갈 때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억측을 막기 위한 안간힘을 보여준다.



p.s.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무식한 방법은 따로 있긴 하다. 문제를 없애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들 중 불법체류자를 모두 본국으로 추방하고, 법적 시스템과

고용 시스템을 정비한 후에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만 제한적으로 받는 거다. 그렇지만 그건

결국 불가능한 이야기. 법의 보호를 받는 이주노동자는 더이상 지금처럼 싸게 막 부릴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는 아닐 테고, 공장과 자본은 역시 해외로 튀어버린다며 협박할 거다.

무엇보다, 문제를 없애는 게 칠판에서 백묵을 지워내듯 간단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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