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의 산막이옛길, 편도 약 3킬로미터의 옛길 구간 내내 화장실이 없는 건 아마

자연을 지키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또 꼬맹이들 손붙잡고 오는

부모님들이나 사람들을 발 동동 구르며 울부짖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절절한

멘트를 큼지막하게 써붙일 수 밖에 없는 거다. 여기 좀 봐유, 이곳에서 버리고 가유~!


잘 되지도 않는 충청도 사투리로 몇번씩 되뇌여보다가 그 리드미컬함에 놀라며 완전

재미가 붙어버렸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성조에 맞춰서 찰지게 달라붙는 저 끄트머리의

머머해유~ 하는 맛이라니. 화장실 없슈, 없대유, 여서 버리고 가유, 돌 굴러가유, 말했잖슈.ㅋ


양반의 고향 충청도답게 화장실 표시에 등장한 남자와 여자도 아주 잘 갖춰입고 점잖기가

그지 없다. 눈을 얌전히 내리깔고 부채를 펼쳐든 신랑의 이미지와 그보다도 훨씬 수줍어

보이는 볼빨간 신부의 이미지. 나름 험한 산길을 앞에 둔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색색깔 등산복이나 간편복장과는 영 다른 느낌.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자신이 본 최고의 화장실 표시를 제보해주실 분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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