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4년 12월 3일(Wed) AM 2: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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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찍힌 커다란 한자는 무슨 뜻일까요 + 초대장 받을 이메일~!^-^*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ctrl+c/ctrl+v로 사방에 초대장을 요청하는 분들 중에서 불량 컨텐츠를 양산하거나

 

받고 나서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필요로 하는 분께 드리고자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오니

 

어렵게 생각하시거나 불쾌하게 여기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40


홍콩의 구룡반도 중심가 몽콕, 그 메인로드 뒷편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야시장 골목들.

 

거기에서 만난 고양이 한마리,

 

아니, 이렇게 두마리를 만나고 말걸고 쫓아가다간 멈춰서고, 그렇게 사진에 담기 전에 눈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

 

 온통 높다란 빌딩들이 한뼘 정도의 틈만 서로 내어준 채 빼곡히 채워져있는 홍콩, 그 무대 뒤 철골이 날카롭고

 

위태하고 뾰족거리는 곳에서 기껏 빗물이나 받아먹고 철골구조물의 페인트나 핥아먹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

 

 

 

 왠지 두 마리 모두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랄까 살짝 우수에 젖고 무기력해진 것도 같은.

 

 낯선이를 온통 경계하면서도, 그렇다고 또 바지런하게 움직여 도망가지도 않는 게 이미 이동네 생리에 인이 박혔다.

 

 

근데 이 녀석 가만보니까 인상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눈 한쪽에 상처를 입었나 보다. 잘 뜨지 못하는 거 같은데.

 

못된 꼬맹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거나 아니면 다른 길냥이한테 당한 상처가 아니고 그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그런

 

작고 별것아닌 상처였으면 좋겠다.

 

골목에서 두 개 마주본 건물 사이에 덩굴처럼 늘어진 철골구조물, 계속 그걸 올려다보고 있는 와중에도

 

왔다갔다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분주하고 돌아다니시는 참이다.

 

 

 

 

마카오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앙상한 건물 외벽. 그것도 정면만 덩그마니 남아있는 모습은 기괴하기조차 하다.

 

그렇지만 1835년 화재로 정면을 제한 나머지가 소실된 이래 계속 저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고 할 부분이고,

 

또 그 전면에 저렇게 많은 은유와 상징들이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조각들이 빽빽하다는 것은 역시 아름답다.

 

이왕이면 하늘도 좀 새파랗고 빛도 따뜻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 같은데, 그렇지만 이렇게 온갖 색깔의 우산이

 

마카오의 거리를 점령해 버린 모습도 꽤나 재미있는 풍경이다.

 

 대부분이 여행객인지라 이렇게 무리해서 꼬맹이한테 우산을 들리고 무등을 태운 아버지의 뒷모습도 보이고.

 

육포와 아몬드 거리로 이어지는 골목은 온통 고기 냄새와 아몬드 가루 냄새로 가득하다. 빗냄새 덕에 더욱 생생했던 듯.

 

실컷 육포도 맛보고 아몬드쿠키도 맛보고 나서는, 북쪽으로 계속 가서 까몽이스 공원까지 걷기로 했다.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대충 골목길을 따라 위로위로 가다보면 나오겠거니 하고선, 재미있어보이는 골목으로 고고싱.

 

스콜처럼 비가 잠시 쏟아질 때는 옆에 있는 아무 상점이나 들어가서 물건들 구경도 하고, 주인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너는 왜 다른 한국인들처럼 shy하지 않냐고 놀라던 주인.

 

 

 

 

이렇게 상태 훌륭해보이는 400년전의 대포가 그랜드 리스보아 카지노호텔을 겨누고 있는 곳은 몬테 요새 위의 공원.

 

그야말로 마카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포인트다.

 

길 찾기가 조금 쉽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지만, 대충 오르막길이겠거니 하고 어림짐작으로 밟은 길이 그대로

 

몬테요새로 올라가는 길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대체 어떤 요구조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카오에는 유난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문화재들이 많다.

 

몬테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건물 정면만 남겨진 벽면이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

 

그리고 이렇게 공원이란 쓰임에 걸맞게 이쁜 꽃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기도 한 이곳은 거의 마카오인들의 휴식처라고.

 

 

이 곳에는 총 22문의 400년전 대포가 성벽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데, 실제로 사용된 건 17세기에 딱 한번 뿐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함대가 공격해왔을 때, 단번에 함대의 탄약고를 폭파시켜 승리로 이끌었다나.

 

 

 

 

 

 

 

 

세나도 광장에서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는 길, 아무래도 눈길가고 재미있어 보이는 길을 좇아 걷게 된다.

 

하얀 바닥에 정교하게 불규칙한 모양의 검은 타일을 붙여 기하학적인 문양을 피워냈다.

 

그리고 해마와 물고기들이 물을 뱉어내는 그럴듯한 분수대 하나. 그 뒤로 보이는 체크무늬 건물벽이 인상적이다.

 

 

고만고만한 골목에서 서로 만났다가 떨어졌다가,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 이쯤 되면 왠지 반가워진다.

 

빗물에 씻겨 개나리색 벽면의 색감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참이다. 그 앞의 벤치 하나가 동그마니.

 

마카오에서는 광둥어가 주로 쓰이지만 북경어와 포르투갈어도 병용되고 있다고 한다. 영어는 거의 못 본 듯 하다.

 

성당앞에는 꽃무늬라거나 성서에 인용된 알파니 오메가 같은 기호들도 있지만, 이렇게 물결무늬가 치는 것도 좋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매던 참, 아무래도 이 쪽은 아닌 거 같아서 몇사람을 잡고 길을 물었으나 영어가 정말 안되더라는.

 

무슨 오토바이 주차를 이렇게 잔뜩 해놓은 거주 구역은 또 처음 보는 거 같다. 대만에서도 인도에서도 못 본 진풍경.

 

 어느 막다른 골목 언저리에 꾸며져 있던 사당. 토지신에게 복을 비는 곳인가 싶다.

 

 

몬테 요새로 가려던 참이었으니, 계속해서 오르막길이 나오면 왠지 맞겠다 싶었다. 온통 새장처럼 철창을 두른 건물을

 

가운데 두고 갈라져나가는 삼거리에서 주저않고 오르막길을 택한 이유도 그런 거였다.

 

 

 

홍콩에서 출발한 쾌속 페리 내부, 속초 대포항에서 울릉도갈 때 타는 고속 페리와 비슷한 실내 모습이다.

 

찜사쪼이의 차이나 홍콩시티 페리터미널을 출발한 배는 대략 한시간만에 마카오에 닿는다고.

 

 

 그리고 마카오 페리터미널에서 마카오 중심가까지는 리스보아 카지노의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훌쩍 점프.

 

 

그러고 조금 걸으면 바로 마카오 시내의 중심부 세나도 광장.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답게 샛노란 파스텔톤이

 

은은하게 번지는 광장 바닥엔 온통 얼룩덜룩한 줄무늬가 장식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마카오 시내의 주요 볼거리들은 세나도 광장을 중심으로 반경 1.5km 이내에 몰려있다고 해서, 아예 처음부터 내처

 

걸어다니며 여기저기를 둘러볼 생각을 했었다. 다만 홍콩을 출발할 때부터 꾸물거리던 날씨가 끝내 발목을 잡을 줄은.

 

 

골목들조차 어디로 향하는지 뻔해보일만큼 조그마한 세나도 광장, 그리고 조그마한 동네 하나 같은 마카오 시내.

 

그래도 여전히 어딘가로 인도할지 모험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건 어느 곳의 골목이나 같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온통 몰려있는 세나도 광장에서 눈에 확 띄는 이 샛노란 베이지색 건물, 상 도밍고 교회.

 

마카오를 다녀오고 느낀 점 중 하나, 포르투갈에 가서 오리지널 버전의 색감과 장식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

 

 

 

그렇게 세나도 광장을 크게 돌아보고는 사람들에 쓸려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반쯤 내려진 셔터 아래 조용히

 

숨어있는 나무 인형을 만났다.

 

 

 

전주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희뿌연 하늘이 계속되더니 끝내 펑펑 눈이 내렸다.

 

진눈깨비처럼, 혹은 쌀가루처럼 휘몰아치는 눈이 내리고, 시커먼 기와지붕위에는 하얗게 줄이 그어졌다.

 

 

 

 

한라산 영실 코스, 백록담을 밟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라산의 수려한 풍광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또다른

 

경로임에는 틀림없다. 내려갈 때는 어리목 코스로 내려가는 것도 추천한다지만 차를 픽업해야 해서 같은 길로 하산.

 

우리나라 유일의 고산 초원이라는 '선작지왓'. 이름만 들으면 무슨 태국 지명같기도 한데, 봄에 진달래와 철쭉이

 

장관이라고 한다.

 

내려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돌아보게 되는 한라산 봉우리. 빠른 화면으로 돌린 듯 삽시간에 움직이는 구름이 빚어낸

 

새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나타나는 모습도 정말 장관이었다.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흐트러져 있는 울타리 말뚝들.

 

그런 울타리를 무너뜨릴 듯 커다랗게 솟아오른 소원탑들. 붉고 구멍많은 한라산의 화산질 돌멩이들이 눈에 띈다.

 

 

이름 모를 들풀 앞에 무릎을 꿇고 정면으로 사진을 담기도 하고.

 

 

 

아까 지났던 자그마한 구상나무 숲길에서 사람이 전부 지나길 기다리며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들이 밟고 다니던 구멍 숭숭한 화산암에 고인 빗물이 차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혼은 떠났지만 형체는 그대로 지키고 있는 주목의 잔해들이 보여주는 비감함과 당당함의 혼합물.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산중턱에는 잔뜩 짙은 안개가 버티고 있었다. 촉촉한 공기, 초현실적인 풍경.

 

제법 가파른 계단에서는 어느새 무거워진 발과 무릎을 최대한 보호하려 줄에 기대고, 심지어는 거꾸로 걷기도 하고.

 

영실 탐방로, 올라갈 때는 온통 사방을 둘러보며 설렁설렁 올랐지만 역시나 산행은 내려올 때가 힘들다.

 

그래도 선작지왓, 구상나무 숲, 영실기암과 병풍바위까지 영실 탐방로가 숨겨둔 비경들은 꼭 챙겨서 두번 볼 것.

 

 

 

 

인도 뭄바이공항의 화장실, 표지판은 굉장히 심플하지만 짙은 대리석 벽면에 그려진 무굴제국 병사같은 모습의

 

이미지가 그나마 밋밋한 남자 화장실의 외벽을 장식중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여자 화장실 역시, 표지판 자체는 별 특색이 없지만 벽면에 제법 포인트가 있다.

 

오히려 남자 화장실쪽보다도 더 신경써서 도안된 듯한 여성, 눈이 이쁜 인도여성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있는.

 

 

 

 

 

 

 

일시 : 2014년 11월 16일(SUN) PM 4: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이 사진이 찍힌 계절이 언제일까요 + 초대장 받을 이메일 주소~!^-^*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ctrl+c/ctrl+v로 사방에 초대장을 요청하는 분들 중에서 불량 컨텐츠를 양산하거나

 

받고 나서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필요로 하는 분께 드리고자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오니

 

어렵게 생각하시거나 불쾌하게 여기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80


 

수세식 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은 제주도 한라산 해발 1,700m고지의 윗세오름.

 

꽃과 사슴들이 화장실까지 와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가려는 듯 기웃거리는 모양새의 화장실 표지판.

 

기왕이면 조금은 더 남자와 여자의 이모티콘을 이쁘게 매만져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예컨대 남자나 여자나 등산복 차림이라거나. 여자가 저런 치마를 입고 여기까지 올라올 수나 있겠나 생각해보면.

 

 

 

한라산 등산코스는 대충 다섯 개, 보통 성판악으로 올라가 백록담을 보고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찾는다지만,

 

영실코스를 통해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코스도 짧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탓에 무리없는 트레킹이 가능하다.

 

 

백록담까지 가볼 수는 없다지만 뭐 꼭 산행이라는 게 꼭대기를 짚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날씨가 좀 흐린 탓에 백록담을

 

제대로 볼 수도 없을 바에야 안 가본 길을 가보자던 생각. 이미 예전에 활짝 개인 파란 하늘 아래 백록담을 보기도 했고.

 

 

영실휴게소에서 시작해서 얼마 걷지 않아 나타난 병풍바위, 근 1.5km 지점이던가.

 

길도 성판악과 비교해서는 나무 데크로 정비도 잘 되어 있는 편이고 경사도 완만한 편 같다.

 

 

..그렇지만 역시나 한라산은 얕볼 수 없는 산.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진다 싶으면서 식생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진다.

 

슬쩍 뒤돌아보면 굽이굽이, 나무데크가 끊길 듯 안 끊기며 저 멀리서부터 이어져 오는 모습이 내려보이고.

 

 

그러다 어느 순간 삽시간에 주위를 삼켜버린 구름..이라 해야 하나 안개라 해야 하나.

 

 

관음사 코스에서 참 멋졌던 죽은 주목나무의 잔해들, 여기도 조금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

 

 

이름 모를 보랏빛 꽃들이 활짝 피어난 경사면, 그리고 탐방길 우측으론 그보다 급한 경사의 산비탈.

 

 

 

 

올라갈수록 점점 짙어지는 안개. 공기까지 촉촉하게 젖어드는 느낌.

 

 

문득 경사가 끝났나 싶더니, 마치 마트 싱싱코너에서 물안개를 흠뻑 맞은 채소들처럼 싱싱하게 초록초록한 나무들.

 

 

멀찍이 백록담인지 뭔지 한라산 정상이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숲을 벗어나서는 야트막한 풀들이 가득한 초지다. 걷기도 좋고 기분도 딱 좋은 그런 길.

 

 

아까까지 시커멓게 먹장구름을 드리웠던 하늘이 조금씩 파란색을 머금기 시작하기도 하고.

 

 

마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막판에 잔뜩 업된 채 걸었던, 그런 완만하고도 평화로운 분위기의 산길.

 

 

그렇게 해발 1,700미터 고지의 한라산 윗세오름 도착. 여기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어서,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옆으로 틀어 어리목 코스로 내려가거나 해야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많이 몰려들어 짖어대던 까마귀떼들. 컵라면과 음료를 현.금.으.로.만. 판매하는

 

매점 위에 앉아서 울긋불긋한 등산객들을 구경하느라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제주도 모슬포항, 제주도의 다른 곳과는 다른 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고등어회를 파는 곳이라 갈 때마다 꼭 고등어회를 벼르곤 한다.

 

조금 숙성된 고등어회에 야채를 조금 얹고 김에 싸먹는 식인데, 고등어가 어찌나 윤기가 자르르하고 맛나던지.

 

...배고프다.

 

그리고 회를 뜬 고등어의 남은 잔해로 거의 끈적해지다시피할 만큼 지리를 끓여내오시는데, 이것도 역시 술 도둑.

 

원래는 '만선'이라는 곳만 맛집인 줄 알았는데, 그 옆에 있는 '돈방석'이란 곳이 더욱 맛난 고등어회를 맛볼 수 있게 해준 거 같다.

 

사진은 돈방석에 다녀갔다는 어느 시인이 주인 아주머니를 두고 읊은 시라고.

 

 

 

 

제주도 천제연, 갈때마다 날씨에 욕심을 부리게 되는 명소 중 하나. 이날 역시 하늘이 파랗게 이쁘진 않았던 게 아쉽지만,

 

육각기둥형태로 굳어진 주상절리의 기묘한 병풍에 둘러싸인 짙은 에메랄드빛의 연못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연한 초록빛이 되기도, 혹은 심원한 푸른빛이 되기도 하는 물빛깔이라니.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2폭포와 3폭포. 그런데 선임교라는 것도 예전부터 있었던가 살짝 갸우뚱.

 

 

 천제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아래로 아래로. 그토록 신비로운 빛깔을 지녔던 물방울들이 매끈하게 흘러내린다.

 

 

 척, 하니 옆구리에 팔을 올린 것만 같은 아크로바틱한 나뭇가지도 지나가고.

 

 깊은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우거진 나무들을 지나는 분위기를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도달하는 제2폭포. 제법 수량도 꽤 되고 폭포 아래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하얀 폭포수에 씻겨내리는 게 근사하다.

 

 비가 많이 온 다음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장쾌한 폭포의 맛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선임교. 문제의 선임교..옆면에 붙어 있는 저 선녀들의 부조부터 왠지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사출해낸 것만 같은 저렴한 느낌도 그렇지만, 왠지 한국적이라기엔 뭔가 미묘하게 어긋난.

 

 여하간 큰 호를 그리며 위로 올라섰다가 내려서는 구름다리는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고, 마침 해가 뉘엿거릴 때는 저렇게

 

샛노랗게 물드는 하늘을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저 석등이 이어지는 디자인이라거나 국적불명의 울타리는 좀 걸렸지만.

다리의 맨 꼭대기쯤에서 다리 너머를 바라보니 야자수가 점점이 늘어선 게 멋지다. 남국의 어딘가에 와있는 느낌,

 

한국이라기보다는 어디 중국의 남쪽 리조트같은 느낌에 가까우려나.

 

 이 아이도 좀 미묘했던 게, 한국의 사찰이나 전통 건축물을 꾸미고 있는 분수라거나 연못에 놓이지는 않는 형태 같은데.

 

최근 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깊숙히 침투하고 있다더니 이런 자연 유산을 어떻게 꾸미는지에 대해서도 입김을 발휘하는 걸까,

 

천제연의 아름다운 비경 그자체에는 한국이다 중국이다 딱지를 붙일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식으로 덧붙는 조형물들이 이왕이면

 

이 땅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있는 거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모슬포여객선터미널, 새롭게 단장중이던 터미널 앞 건물에는 철썩철썩 파도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여객선으로 대략 20-30분 정도면 금세 제주도를 떠나 가파도에 가닿는다. 산방산과 송악산이 바다너머 보이고.

 

  

누군지 참 공들여 쌓아둔 돌탑.

 

올레길 코스를 가리키는 파란색 화살표가 오두막에 단단히 박혔다.

 

 

 

새파랗던 하늘, 시퍼렇던 바다, 초록초록하던 가파도의 해안길.

 

 

 

 

선인장이 드문드문 자라는 식생도 조금 이질적으로 보이고.

 

풀숲 위로 스물스물 낮은 포복하듯 기어가는 하얀 구름, 파란 배경 탓에 바로 눈에 띈다.

 

 

 

가파도 마을 사람들이 바다에 제사를 지낸다는 제사단.

 

그리고 사람들이 앉아 쉬었다 가는 팔각 정자의 시원한 대청마루.

 

 

 

 

 

온통 동글동글한 몽돌로 치장한 가파도 마을의 어느 민박집.

 

올레길의 또다른 상징, 파랑색 조랑말 모양의 표지판.

 

아무래도 이런 조그마한 섬에선 급한대로 이렇게 쓸 일이다. 나무판자에 (아마도) 락카로, 급커브.

 

 

 

해안도로랄까, 산책로와 바다의 경계에는 씨알굵은 바윗덩이들이 일렬로 늘어서 단단히 박혔다.

 

 

그리고 가파도 민박식당. 이곳의 정식은 갈 때마다 참, 신기하고도 맛난 반찬들로 가득하다.

 

어느 갈래길. 제주도의 흔한 현무암 돌멩이들로 쌓아올린 돌담들의 실루엣이 미묘하다.

 

 

 

단단히 묶여있고 싶었던 거다. 이리저리 묶고 조여서는, 붉게 녹슬어 거죽은 부서져내릴지언정 철심에 기대고 싶었을 거다.

 

 

가파도를 해안선따라 한바퀴 걸어서 돌아보는 시간은 고작해야 두어시간, 중간중간 쉬고 사진찍는다 해도 그정도.

 

 

 

풍력발전기가 두 기.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윙윙 돌아가는 모양새가 한마리 학처럼 우아하기도 하고.

 

 

구멍이 숭숭한 돌들이 어찌나 많은지, 처음엔 신기한 수석보듯 보다가 나중엔 그저 범상해 보이기만 하더라는.

 

와중에 만난 하얀 강아지 한마리.

 

그리고 이 뜬금없는 시멘트 구조물은, 바다를 향한 미끄럼틀.

 

가파도를 닮아 담백하고 조용한 할머니 한분이 천천히 지나가며 슬쩍 웃음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제주도와 가파도를 오가는 배의 선장님은 때로는 피자배달부가 되기도 하더라는.

 

 

 

 

 

 

 

벼르고 벼르다가 처음으로 가봤던 안동하회마을, 마침 안동하면 떠오르는 부네탈이니 양반탈을 쓰고 벌이던 마당극부터 운좋게 조우.

 

양반집 대문에는 역시, 용龍과 호랑이虎가 새겨져 있는 운치있는 데코레이션.

 

곳곳에 세워진 자그마한 장승같은 목상들, 얼굴은 그대로 잘라내면 탈로 쓸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던.

 

 

이런 표찰도 있구나, 싶던 '독립유공자의 집' 표찰. 멋지기도 하고, 그게 고작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저런 걸로 되려나 싶기도 하고.

 

 

검은 기와를 훌쩍훌쩍 뛰어넘다보면 층층이 올라가 본채의 지붕 끄트머리까지 가닿는 시야.

 

중간중간 이렇게 초가지붕으로 소담하게 지어올린 집들도 섞여 있긴 하지만 대개가 고래등같은 기와집.

 

 

이런 고택이 민속촌이니 뭐 그런 박물관화된 곳에서 사람냄새없이 동그마니 있는 것보다 훨씬 정겹다. 사람이 살아가는 온기란 것.

 

 

야트막한 담벼락들도 마치 경복궁 옆 돌담길처럼 이런저런 문양을 꼼꼼히도 채워넣었다. 그야말로 한칸한칸 채워넣었을 문양.

 

어렸을 적 처마가 과하게 쳐올라가지도 않고 너무 단정히 미끄러져내리지도 않는다며 한국의 미란 게 바로

 

저 은근한 각도,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에 처한 각도에 있단 글을 읽었었는데 정말 미묘하긴 하다. 저 처마의 추임새 모양이란 게.

 

 

 

기와지붕이 그나마 풍경에서 조금 직선의 느낌을 던지는 정도지, 온통 둥글둥글한 풍경이다. 산도 초가지붕도.

 

다시, 이렇게 사람 살아가는 풍경이라니. 집 뒷켠 나무에 얹힌 까치집 두개가 더 정겹다.

 

 

문득 마주친 검은 고양이. 앞발을 모아세우고는 담벼락 위에서 해바라기 중인가부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가택들은 본채에 별채에, 이어지는 행랑채들까지. 꼬맹이 발걸음으로는 한바퀴 도는 것도 쉽지 않겠다.

 

 

뭐랄까. 한옥의 전통보다는 좀더 일상의 쓰임에 집중했달까. 목재와 돌로 지어진 전통 가옥에

 

플라스틱과 비닐, 스테인레스의 조합이 미묘하면서도 재미있는 균형을 만들어내는 거 같다.

 

 

위풍당당한 양반댁의 풍경 중 하나.

 

이렇게 보기드물게도 호기로운 커다란 대문도 인상적이었다. 흔히 한국적이라 말하는 분위기와는 다소 달라보인달까.

 

절제하고 소박한 조선 시대 선비의 분위기가 우리가 익히 아는 '한국적'인 분위기라면 약간 그보다는 당당하고 위압적인.

 

색을 절제하고 나무 본연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고택. 멋지다.

 

 

야트막한 돌담길 사이를 하릴없이 거닐다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과 지점으로 가닿는 게 매번 신기하기만 하다.

 

 

한옥 지붕의 옆면이랄까, 저렇게 벽돌인지 기와인지 검정 재료를 황토 사이에 촘촘히 찔러넣어 세련된 문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하회마을의 수호목. 소원을 적어 매달아둔 하얀 종이들이 꼭 흰나비처럼 나무를 뒤덮었다.

 

 

Let it be.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면 될 텐데 굳이 소원을 빌려고 하는 건 절박하거나 불안하기 때문이겠지만..

 

사실은 꼭 그렇게 삐딱하지 않더라도 재미삼아랄까 혹은 보험들어두는 셈이랄까.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일.

 

하회마을을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버스. 오자마자 관람할 수 있었던 탈춤 공연의 한장면이 그대로 차 꽁무니에 담겼다.

 

 

그리고 안동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부용대. 걸어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금방이지만, 거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하회마을은 정말이지 무슨 미니어쳐 마을같은 느낌. 한 귀퉁이에서는 저녁밥을 짓는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웅크리고 있는 동물떼처럼 야트막한 기와지붕과 초가지붕들이 사이좋게 어깨를 견주고 있는 풍경.

 

 

 

 

 

포스팅 주기만으로 봤을 때는 울산바위에서 내려오는데 한 열흘 가까이 걸리는 거 같지만, 실제로 내려오는 길은 세시간 정도.

 

내설악과 외설악, 병풍처럼 늘어선 설악산 능선들이 시야를 첩첩이 가로막는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끼인 바윗덩이 하나. 거대한 바위산인 설악산 울산바위 어귀 어드메쯤의 균열에 오도가도 못하고 딱 낑겼다.

 

 

그저 눈앞의 계단만 바라보며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갈 때 보니 살짝 아찔할 만큼의 경사였다.

 

죽어버린 고목 한 그루가 이파리고 줄기고 다 잃어버린 채 뒤틀리고 갈라진 기둥 하나만 남긴 채 가을처럼 서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내달려오던 구름이 어느순간 울산바위 위의 하늘을 꽉 채웠다 싶었는데, 또 저만치 내달리며 파란 하늘을 남겼다.

 

흔들바위까지는 그렇게 금세.

 

사진사 아저씨가 딱 자리잡은 곳에서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가 동시에 이렇게 담기는 것이었다. 살짝 눈치보며 찰칵.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 한병과 파전과 전날 사둔 '만석닭강정'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사람들의 소망이 텅빈 나무등걸을 꽉 채우고 흘러넘치던 모퉁이를 돌아나오고.

 

 

제법 형체를 우람하게 갖춘 돌탑이 붉은 단풍을 배경으로 슬쩍 곡선을 그리며 섰는 모습도 눈여겨봐주고.

 

 

신흥사에서 올려다보이는 설악산 바윗덩이들의 우람한 육질도 감상하고.

 

 

손을 꼭 맞잡은 어느 커플이 돌다리를 건너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부러워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설악산 입구. 언제나 그렇다지만, 안 가본 길을 처음 갈 때는 무지 멀고 길어보이지만 되돌아오거나

 

다시 한번 밟을 때는 어라, 하면서 생각보다 짧고 쉽게 느껴지는 거다. 이렇게 올해 가을은 끝.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는 '고작' 1킬로미터. 그렇지만 화살표가 바로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울산바위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쉽거나 짧지만은 않았던 듯한 체감도.

 

 

그렇긴 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르는데 어려움이 딱히 있는 코스는 또 아니다.

 

 

저 위의 하얀 돌덩어리가 울산바위라고 옆에 가던 아저씨가 알려주신다. 금강산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려 울산대표로 나섰던

 

바윗덩이가 그만 이곳의 풍경에 반해 눌러앉아 버렸다던가. 아님 늦어버려서 돌아가는 길에 그냥 여기 눌러앉았다던가.

 

오히려 이런 풍경들을 중간중간 멈춰서 감상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단 게 맞을 수도 있겠다.

 

 

하늘이 너무나도 맑고 파랬던 날. 멀찍이 설악산의 잔근육들이 하나하나 다 매만져지는 느낌이다.

 

중간 전망대에서 온통 폰을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 그네들의 옷차림에도 단풍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 단풍이 훨씬 화려해졌다. 색깔도 훨씬 깊고 진해져서는 본격적인 가을 정취.

 

 

 

 

그리고 어느덧 눈아래로 보이는 설악산 아랫도리 풍경. 아마도 저기 어디쯤에 흔들바위가 있을 텐데, 한참 찾아도 못찾겠다.

 

 

사실 해발고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고작 800미터 어간일 텐데, 식생이나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나즈막한 키의 나무들.

 

 

마지막 구간에는 저렇게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 코스. 바위에 꽂아 지탱한 철봉들을 보니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이란 게 실감난다.

 

 

그리고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바로 아랫쪽 전망대 풍경.

 

정상은 생각보다 비좁고 어리둥절할 만큼 별 게 없지만, 그래도 이런 즉석사진과 음료를 파는 매점도 하나 있다.

 

바다쪽 풍경, 저기 어디쯤 대포항과 속초항과 외옹치항이 있을 텐데.

 

 

울산바위 정상의 사진 포인트 하나. 그 괴목 아래의 의자에 걸터앉아 포즈.

 

그리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올려다본 울산바위의 정상 모습.

 

일행이 있다면 한명은 전망대, 한명은 정상에서 서로 찍어주는 것도 좋은 포인트.

 

 

 

 

 

 

 

속초 위쪽으로 있는 제법 커다란 호수, 영랑호. 그 주변길에는 왠지 80년대 정권의 핵심층이 '안가'로 썼을 법한 고풍스런 리조트가

 

열지어 늘어서있기도 하지만, 가을인지라 단풍이 곱게 든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 거다. 혹시나 하고 찔러본 길이 대박.

 

 중간에 마주치는 연못에선 활짝 핀 연꽃도 구경하고, 범바위였던가 온갖 형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커다란 바위도.

 

 그리고 속초 닭강정시장통으로 가서 만석닭강정과 중앙닭강정과 시장닭강정집이던가, 3대 닭강정집을 둘러보며 시장조사.ㅋ

 

 마침 설악문화제던가, 축제기간이었는지라 시끌벅적하던 시장통을 한발 빗겨나오니 막 공연을 마치신 듯한 아주머니들이 길가에서

 

쉬고 계시길래 한 컷.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전승받고 막 동남아 순회공연에서 돌아와 속초의 축제를 평정하신 아줌마들 되시겠다.

 

(물론 사진 촬영에 대한 허락은 자못 공손한 인사말로 얻어낼 수 있었음)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속초의 맛집 봉포머구리집. 가게가 휑뎅그레하길래 깜짝 놀랬는데,

 

최근에 건물을 새로 올려서 훨씬 번듯하게 장사를 하고 계시더라는. 물회와 성게알비빔밥 모두 맛은 그대로였다.

 

 

 

 

영금정 옆의 등대 전망대, 제법 가팔라보이는 길이 200여미터 수직으로 상승한다는 표지에 번번이 지나치기만 했던 곳.

 

이번에는 한번 올라가보겠다며 마음을 먹고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갈매기 모양의 가로등을 만났다.

 

속초의 청초호, 그리고 여객터미널이 내려다보이고. 은근한 빛무리가 구름 사이에서 내리쬐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금방 도달했던 등대전망대의 꼭대기. 속초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보니 풍경이 시원하다.

 

북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함께 흘러가는 설악산줄기.

 

전망대에 있는 갈매기 모양의 조형물.

 

방금 한바퀴 둘러보았던 영금정 정자와 전망대.

 

전망대에서 하릴없이 바닷바람 맞다가 멀찌감치 내달리는 배 한척을 발견했다. 오선지같은 울타리에 걸린 음표 하나.

 

영금정. 파도가 탄주하는 가야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자라 해서 영금정이라 했던가. 그때의 소리는 항구 개발이다 뭐다로

 

사라져버린지 오래라고 하지만 이름만 남아서, 이렇게 그 연원을 밝히는 조형물이 동그마니.

 

 

 

샌프란시스코의 곳곳에 숨겨진 특색있는 박물관 중에 하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박물관.

 

미국에 이주한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고 하길래 찾았는데.

 

두둥. 올해말까지 더 크고 새롭게 짓는다며 리모델링이었다는. 아쉽게도 언젠가의 훗날을 기약할 수 밖에.

 

그리고 샌프란의 그래피티들. 이전에 갔을 때는 주로 미션 지구쪽의 이름난 그래피티 골목들을 돌았다면 이번엔 그냥 랜덤으로.

 

 

 

미국의 이미지 중 하나는, 온갖 담배와 맥주를 팔고 있는 철조망 촘촘한 구멍가게. 왠지 이런 그림에 가깝지 않을까.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 앞에서 문득 육박해들어오는 그래피티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돌아보지 못한 골목에 대한 아쉬움도 한가득.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지만 외벽이 온통 음악과도 같은 느낌. 악기와 음표들과 새들이 날아다니는.

 

어디보다 맘에 들었던 그림, 선연한 빨강과 파랑, 그리고 하얀색과 왼켠의 노란색 기둥까지.

 

그러다보니 불쑥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의 공터로 흘러나왔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와

 

무거워보이는 짐보퉁이를 들고서는 힘든 듯 잠시 멈춰선 중늙은이 할아버지. 뭔가 지쳐보이는 뒷모습들이다.

 

어느 건물 벽면에 누군가 그래피티..라기보다는 캘리그래피같이 그려둔 낙서. 형체를 분간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저 그 모호한 형상과 필선의 강약만으로도 느낌을 던져주는 듯 하던.

 

여기 역시. 건물의 모든 외벽을 굉장히 세밀한 그래피티로 래핑해버린 게 굉장히 인상적이다.

 

건물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 그리고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본 벽면의 그래피티.

 

실컷 거리를 종횡무진,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해떨어질 무렵 숙소로 돌아와서.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호텔인지라

 

호텔방 번호판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케이블카가 담겼다.

 

 

 

 

 샌프란시스코의 항구들이 숫자를 복창하기 시작하는 시작점, 페리빌딩. 여기에서부터 항구들이 홀수숫자로

 

서쪽 해안을 따라 이어져서는 피어39를 지나 피어47까지 뻗어나가는 거다.

 

 앞에는 온갖 잡화를 취급하는 마켓이 열려서 청과물이나 수산물을 팔기도 하는데, 왠지 이 아저씨와 마네킹은

 

제페토 아저씨와 피노키오같은 느낌이어서 슬쩍 한 방.

 

 

 그리고 페리빌딩에서부터 차도 건너편에는 뭐랄까, 잔뜩 용틀임중인 조형물이 하나.

 

 멀찍이 베이브리지의 높은 끄트머리에서 늘어지는 강철줄들이 머리카락처럼 보인다.

 

 깃발을 쇠사슬로 묶은 채 굳센 부리로 지탱하고 있는 어느 난폭해 보이는 새 한 마리.

 

 

 베이 브리지로 향해 해변을 걷던 참에 툭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막힌 산책로. 거기에 그려진 미국의 해경 선박.

 

 

베이브릿지 아래로, 언뜻 보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잠깐 돌아본 사이에 휙 사라지곤 하는 요트가 한척.

 

막힌 산책로 끝에서 낚시줄을 드리운 아저씨 한 분. 슬쩍 다가가 가방을 보니 여즉 허탕인가부다.

 

베이브릿지도 심심하지 않고 꽤 이쁜 다리라고 생각하는데, 워낙 유명하고 그럴듯한 금문교가 옆에 있는 탓에 묻힌 거 같다.

 

아니면 온통 밋밋하고 재미없는 시멘트덩어리 다리들만 가득한 서울에서 온 내게만 특색있어 보이는지도.

 

 

페리빌딩과 유명한 시계탑. 완공된지 몇 년되지 않아 발생한 20세기 초반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때 시계가 멈췄다던가.

 

 

안전망 그림자가 만들어낸 촘촘한 그물망에 꼼짝없이 엉켜버린 뱅글거리는 의자 두개.

 

 

 

여긴 원래 뭐가 있었길래 이렇게 기둥만 하릴없이 녹슬고 낡아가는 걸까. 가끔 갈매기들만 몸을 의지하는 한뼘남짓한 쉼터.

 

 

이녀석들은 샌프란시스코 동쪽의 거대한 활 앞을 지키고 있는 호위무사 같은 녀석들이다. 거북이와 불가사리, 문어들.

 

 

누가 설치한 작품인지 맥락은 전혀 모르겠지만, 맘대로 상상해보자면 그런 거 아닐까,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쫓겨난

 

천사 한 녀석,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라면 큐피드라 부를법한 꼬맹이 하나가 징징거리면서 어머니 치마폭같은 오로라 뒤로

 

숨겠다며 북쪽으로 날아가다가 문득 여러가지 사건으로 활과 화살을 떨어뜨리는 거다. 하늘에서 추락한 활이 그대로 박힌 곳.

 

이런 스토리, 잘만하면 뭐 하나 뚝딱뚝딱 만들어지겠다 싶은데 글쎄.

 

해변가 어느 닫힌 산책로 끝에 누군가 의자를 가져다 놨나보다. 앉아서 쉬기 참 좋겠는 게,

 

삼면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가 바람도 시원하겠다 햇살도 따땃하겠다.

 

오랜 시간 해풍과 파도에 시달렸겠지, 그러니까 저렇게 잔금이 쭉쭉 번지다 못해 덩어리로 콘크리트가 떨어져나가겠지.

 

아마도 해상 안전이나 보안과 관련된 시설인 듯, 철조망과 나팔꽃으로 보호받고 있는 시설물.

 

 

그리고 깜놀! 베이브릿지의 남쪽 끄트머리에 파이어폭스 사옥이 있었다니. 몇몇 관광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음 모르고 지나칠 뻔한 조그마한 안내탑..이랄까.

 

파이어폭스를 개발해낸 개발자들과 설립자들의 이름이 온통 빼곡하게 세워져있는 기념비라는 게 차라리 맞는 표현이겠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서 요새 미국에서 무지 핫하다는, 블루바틀 커피. Blue bottle coffee. 간판이 어찌나 작고 조그맣게 있는지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지만, 역시나 핫한 만큼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덕분에 놓치지 않았다.

 

두어번 갔는데, 에스프레소도 맛있었고 카페 라떼도 굉장히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우유거품이 좋았다.

 

그 밖에 이런 샌드위치라거나 와플류도 나쁘지 않았고. 다만, 역시나 커피전문점은 브랜드의 힘인 걸까 하는 생각.

 

파란색 병 하나의 컨셉으로 인테리어고 브랜드고 모두 밀어버렸는데 그게 이렇게 먹히다니. 곧 한국에서 볼 수 있을 듯.

 

여기서부터는 아이폰 카메라 말고 들고 다니던 카메라로 찍은 샷. 넘버링 스탠드와 돌려받은 주문표를 꼽아두는 곳.

 

 커피 끓이는 기계가 조금 신기하긴 했다. 원리는 마치 모카포트와 같이 물을 끓여 위의 병으로 길어올리는 방식.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커피를 만드시던 두 분. 마침 누군가에게 커피를 건네려는 순간의 모습.

 

 

 내가 브런치를 먹고 가게를 구경하는 사이 옆에서 뉴스를 읽던 아저씨, 그리고 푸른색 셔츠를 입고 주문을 기다리던

 

아저씨의 모습이 너무 그럴듯해 보여서-게다가 여긴 블루 바틀 커피라구-살짝 도촬.

 

싱가폴까지 와서 굳이 차이나타운을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가기로 했다.

 

망고빙수가 유명하다는 집에 가보고 싶었고, 거리를 온통 중국 내음 물씬하게 꾸며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역시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여기서부터는 차이나타운이야!'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역시 거리에는 중국으로부터 흘러나온 마오쩌둥 배지니, 시뻘건 어록집이니, 아니면 저렇게 뭔가 신기하지만

 

조금은 조잡한 상품들이 가판 진열대마다 그득그득하다.

 

 

그러고 보면 정말 차이나타운은 어느 나라에 가나 비슷한 분위기, 싱가폴이나 샌프란이나, 아니면 동남아 어디가 되었건.

 

 

그래도 다닥다닥 어깨를 겯고선 건물들의 모양새라거나, 많이 퇴락한 채 곧 벗겨질 듯한 페인트들의 느낌은 역시 좋다.

 

하늘을 종횡하며 가로지르는 홍등도 좋고.

 

망고빙수. 이제 한국에도 많은 빙수 브랜드와 스타일들이 들어와있으니 굳이 새로울 건 없었지만, 망고 함량이 굳.

 

 

그리고는 싱가포르를 들른 사람이면 누구나 들른다는 점보레스토랑으로.

 

 

점보 레스토랑 앞에서 바라본 강 너머의 풍경. 마침 수륙양용배가 지나고 있다.

 

 

여기가 점보. 한자로는 진기할 진에 보물 보,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도 중의적인 영어 이름 잘 지었지 싶다.

 

워낙 손님이 많이 달리 예약을 하지 않는 한 하나의 커다란 중국식 라운드테이블을 다른 손님들과 나눠쓰게 된다.

 

내가 앉았던 데만 해도 무려 네 개 팀, 아홉명의 인원이 저 테이블을 함께 썼더랬다.

 

점보 레스토랑의 시그너쳐 메뉴, 칠리 크랩.

 

그리고 그에 못지 않다는 페퍼 칠리 크랩.

 

새우볶음밥도 맛보고.

 

칠리크랩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한결 더 찰지게 무르익는 빵까지.

 

음식 사진은 잘 안 올리지만 여긴 한번 남겨둘만 하다 싶어, 메뉴마다 한장씩 열심히 찍어두었다.

 

 

전주의 숨어있는 까페, 나무라디오. 혹은 나무라듸오. 오랜 한옥집의 얼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까페로 탈바꿈한 곳인지라,

 

나름의 따뜻함과 오랜 목재들이 빚어내는 운치가 살아있다. 게다가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과 그걸 그대로 체현한 듯한 주인 아저씨도.

 

 

 

 

 

 

 

어슴푸레해질 무렵 들어서는 입구에 이렇게 이쁘게 반짝반짝 조명이 섰다.

 

 

벽면에 붙어있던 다종다기한 낙서같은 모양새의 나무라디오 간판..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주인 아저씨가 취미삼아

 

나무를 만지시나본데, 하나하나 꽤나 품과 시간을 들이셨을 법 하다.

 

 

 

 

 

작년 가을에 갔을 때와는 달리,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금문교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전과는 다른 뷰포인트를 찾기 위해

 

꽤나 경사진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자전거 페달을 죽도록 밟긴 했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각도와 높이.

 

피셔맨스워프에서 금문교를 향해 달리는 길.

 

 

금문교의 상판, 번듯하고 미끈한 외양을 주목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아래에서 이렇게 튼튼하고 촘촘하게 받쳐든 기둥들은 잊지 말 일.

 

금문교 위에서 태평양 쪽으로 내다본 풍경.

 

 

그리고 소살리토로 향하는 길, 중간에 고개를 뒤로 빼고 금문교를 바라보면 이런 뷰가 잡힌다.

 

그리고 이건, 금문교를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고개 위로 올라가서 바라본 금문교의 끄트머리.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넌 반대편은 사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렇게 군사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혹여 미국의 내륙으로 접근해올 항공기나 함선을 막기 위한 시설이었다는데 이젠 쓰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곳에서는 금문교의 높다란 첨단으로부터 내리긋는 강철줄들로 저너머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투망질할 수가 있다.

 

 

혹은 아예 이렇게, 짙푸른 바다 위의 한조각 하얀 돛단배를 금문교의 강철줄로 낚시질해볼 수도 있는 위치.

 

이건 금문교를 다시 건너 돌아와서 샌프란시스코 서안의 태평양을 만나러 가는 길에 뒤돌아보고 발견한 풍경.

 

 

 

 

자전거를 타고 피어39에서 금문교를 지나, 그만큼의 거리를 또 달리고 나면 소살리토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처음 도착한 여행지에 들렀을 때 으레 그러하듯 다짜고짜 여행안내소로. 여기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요?

 

왠지 현지에서 사시는 분들의 추천은 가이드북과는 달랐던 경험에서 나온 건데, 역시나 새하얀 백발이 눈부신 할머니의

 

카랑카랑하고도 자부심 넘치는 한 마디. 꼭 봐야 하는 건 없지만, 한나절 여유롭게 거닐기엔 딱 좋은 사이즈와 분위기가 있답니다.

 

소살리토 초입에 들어서자 바다넘어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마천루.

 

 

 

그리고 해변의 돌들을 가지고 아주아주 미묘하게 균형을 잡아 세우는 예술작업중이신 예술가 아저씨.

 

 

샌프란시스코의 도로변에도 비슷한 표지가 있었는데, 소살리토의 표지는 생선 모양으로 조금 다르다.

 

그리고 소살리토를 돌아볼 때 일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분수. 삐에로처럼 고리눈을 한 채 활짝 웃는 표정이 괴랄하다.

 

미국의 소도시, 작은 마을에서 왠지 인도 냄새가 나는 코끼리상을 볼 줄은 몰랐는데.

 

샌프란시스코나 여기나, 시끌벅적하게 공기를 찢으며 내달리는 소방차의 위용은 마찬가지.

 

 

그런데 참 번쩍번쩍, 얼핏 보기에도 관리도 잘 되어 있고 굉장히 신형인 차들이다. 새빨간 도색은 말할 것도 없고.

 

 

소살리토의 샵들, 레스토랑들, 까페들과 자그마한 갤러리들을 휘적휘적 둘러보고 나니 두어시간.

 

 

자전거 주차는 아무데나 하지 말라고 경고판이 사방에 붙어있지만, 사실 또 그렇다고 유료로 주차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진의 포인트가 저 자전거 주차금지 표지판인 건 아니랄까.

 

 

화단이 잘 정돈된 모양새나, 천박하지 않은 간판들이 차분하게 늘어선 모양새나. 제각기 개성있는 건물들하며.

 

 그 와중에 소살리토의 메인로드로부터 샛길로 빠지는 왼갖 골목길들이 호시탐탐 여행객들을 노리고 있다.

 

 금문교를 건너 자전거로 여기까지 온 여행자들은 대개 페리를 이용해서 샌프란 시내로 돌아가는데, 대충 두어시간이면

 

돌아갈 수 있는 길이니 그냥 사람들 배타는 것만 조금 구경하다가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호호백발 할머니 말씀이 맞았던 거 같다. 뭔가 특별히 볼 게 있다거나 즐길 게 있는 곳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맞이하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의 풍경과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소살리토란.

 

 

 

하루종일 새파랗게 날이 선 하늘이더니, 해가 어둑어둑 내려설 무렵의 하늘이 너무나도 이뻤던. 9월초의 샌프란시스코.

 

카메라를 쥐고 피어39의 뷰포인트를 찾아 걷고 있는데 마치 태풍이라도 치는 듯 휘몰아치는 구름이 새빨갛게 불타고 있었다.

 

그보다 조금 전, 피어39로 걸어가는 길에 멀찍이 보이던 알카트라즈 섬.

 

 

그리고 큰 배를 바다로 내려보내는 도크, 그 너머로 스물스물 붉게 달아오를 준비가 된 샌프란의 하늘.

 

여기도 왠지 쌍쌍의 자물쇠들이 철조망에 굳게 매달려 있다. 열쇠는 아마도 바다로 던져버렸을까.

 

이런 하늘 빛깔, 술렁거림을 맛볼 수 있었다는 건 그야말로 이번 샌프란 출장 겸 여행의 백미.

 

 

 

해가 완전 바닷속으로 잠기고 나서야 샌프란시스코 항구의 불빛들이 둥싯둥싯 떠오르기 시작한다.

 

피어39의 레스토랑들과 샵들, 노점들까지도 불야성을 이루던 찰나지간의 매직 아워.

 

피어39의 한가운데를 버티고 선 메리고라운드. 그렇게 크진 않지만 짭조름한 바닷내와 더불어 흥취를 북돋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피어39의 끄트머리, 마치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에서처럼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헬륨가스 들이찬 풍선처럼 둥실.

 

 

매직아워도 잠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피어39에 남은 거라곤 물색모르고 여전히 들떠있는 공기와 몇몇 알전구들.

 

 

 

 

용산 아이파크몰 6층, 도무지 올 일이 없는 이 곳에서 전시중인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최근 스튜디오 지브리가 더이상의

 

창작을 하지 않고 기존 작품들만을 관리하는 형태로 사실상 제작 중단 선언을 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리던 터라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어마무시하도록 길게 늘어선 줄, 대기표와 티켓을 함께 받아들고 한시간여 근처를 배회하다가 겨우 입장.

 

지브리의 작품들이야 워낙 많고도 유려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총 여섯 개의 작품이 선정되어 일본을 제외하고는 최초로 전시되었다.

 

동선상 맞닥뜨리는 첫째 작품은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여긴 내 비밀의 정원이야.

 

막판에 이웃나라 왕자로 변하는 허수아비,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반전과 센스가 묻어있는 캐릭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두번째, 모노노케 히메. 혹은 원령공주라고도 하는 작품.

 

 스크린 너머 신비로운 표정으로 숨어있는 신. 그리고 바위 틈에 붙어있는 정령들.

 

 

 

산은 숲에서, 난 다타라에서 살면 되잖아. 함께 살아가는 거야.

 

세번째 작품,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아직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었던 90년대말 대학교 영화동아리에서 상영할 때 봤던 영화.

 

 

 늘 변신에 실패하는 캐릭터가 저녀석이었던 거 같다. 다른 주위 녀석들은 모두 변신에 잘만 성공하는데,

 

저녀석은 아무리 레버를 돌려봐도 당황하거나 뻘쭘한 표정으로 뒷통수를 긁는 이미지인 걸 보니 기억이 맞는 듯.

 

 

 

 그리고. 역시 뭐니뭐니해도 이웃집 토토로. 그리고 저 귀여운 꼬마소녀 메이의 입체적인 뒷태.

 

 

무려 삼십여분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함께 할 수 있는 토토로의 포토존.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가 일심단결.

 

 

 

 정말 잘 꾸며져 있었던 게, 토토로와 메이가 처음 조우하는 그 신비로운 나무등걸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틈새를 통해 배가 불룩거리는 토토로를 볼 수 있었고, 메이가 뒤쫓던 조그마한 두 녀석도 훔쳐 볼 수 있던.

 

 

 이웃집 토토로의 마지막 장면. 아픈 엄마가 누워있는 병원 창문턱에 옥수수를 살며시 놓아두고 돌아가는.

 

다섯번째, 무려 홍돈! 붉은 돼지라는 타이틀로 번역되어 나온,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품.

 

어떻게 하면 당신에게 걸린 마법을 풀 수 있을까?

 

 

 

 전쟁으로 휘몰아치는 세상에 홀로 여유롭고 낭만적인 돼지 포르코, 그가 숨겨둔 조그마한 파라다이스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수상 비행기에 대한 로망, 아무도 없는 모래톱 위 삼각텐트와 파라솔, 그리고 자그마한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돋게 한 영화.

 

마지막 여섯번째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지브리의 애니가 애들용이 아니라 어른용임을 다시금 각인시킨 영화.

 

이야기의 단초가 되었던 기묘한 음식점 거리가 실은 어느 홍등가를 그대로 따서 쓴 거라던가. 성인을 위한 메타포가 넘쳐난다.

 

 그 앞에 선 센 혹은 치히로. 시야를 꽉 붙드는 불룩한 온천탕 건물의 외곽선이 소녀의 뒷모습을 더욱 가냘프게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남우주인공은 사실 소년이자 용인 하쿠, 그렇지만 모두에게 더욱 깊이 각인된 녀석은

 

역시나 가오나시. 아, 아, 거리는 이녀석의 단말마같은 의사표현은 왠지 이런 폭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다.

 

 왠지 적적하고, 슬프고,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지만 무척이나 여리고 상처투성이일 거 같은 가오나시.

 

무턱대고 사랑을 갈구하며 먹어치워버리고는 결국 고스란히 되짚어 토해내버리는 모양새가 참 딱했던 거 같다.

 

그렇게 총 여섯 개의 작품, 그 배경과 캐릭터들의 조형들을 꼼꼼히 둘러보니 대략 한시간반. 토토로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린 시간을 포함해서니깐, 얼추 한시간이면 내용을 둘러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싶다.

 

 바깥에는 하얗고 동그란 스티커를 자유로이 쓰도록 해서, 이렇게 지브리의 캐릭터들이 각자 알아서 그려서는

 

벽면에 붙여 넣도록 해놨는데, 은근히 잘 그리는 사람도 많고 몇장의 스티커를 활용하는 창의력 돋는 사람도 많고.

 

 제2롯데월드몰에 지브리 캐릭터상품샵이 들어선다는 거 같은데..여긴 왠지 언제 무너지지나 않을까 싶어

 

나중에 가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언제고 무너지거나 가라앉거나 물이 들어차거나 비행기와 부딪히거나.

 

현실에선 그럴 때 나타나 구해줄 하쿠도 없고, 낭만돼지 포르코도 없고, 토토로도 네코버스도 없으니.

 

 

 

몇가지 새롭게 발견한 캐릭터 상품들. 그 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엔진이 되었던 저 악마 녀석이 그려진

 

후라이팬이 은근히 탐나던데, 계란후라이도 왠지 더 맛나게 구워질 거 같고 말이지.

 

 

샌프란시스코, 정확하게는 나파밸리를 진원으로 하는 강도6.0의 지진이 발생한지 일주일 후. 여진이 있지는 않을지, 피해가 크다던데

 

제대로 돌아볼 수는 있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아무런 특이점을 찾아볼 수 있었던 나파밸리.

 

작년말에 돌아본 곳이 주로 소규모의 작은 와이너리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나파밸리에서 세번째로 크다는 베린저Beringer 와이너리를

 

찾아보았다. 확실히 포도밭도 넓고, 와이너리 투어도 훨씬 더 체계적인 모습. 우선 이렇게 각지의 토질을 비교해놓은 장면부터.

 

운좋게도 9월초는 포도를 수확하는 타이밍이라 한다. 곳곳에서 검은 보랏빛으로 통통하게 익은 포도송이들이 보인다.

 

 

 

 

 

독일에서 넘어온 와인제조 장인의 후손들이 가업으로 잇고 있는 곳이라, 와이너리의 이름도 그렇지만 건물이나 정원도 독일 느낌.

 

 

 

열시부터 시작한다는 와이너리 투어 이전에 여유있게 도착했는지라, 마치 조그마한 공원처럼 이쁘게 꾸며져 있는

 

와이너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큼한 포도향과 허브 향기가 진동하는 아침공기를 흐트려놓았다.

 

 

 

그리고 와인 테이스팅 투어 시작.

 

 

베린저 와이너리의 가장 큰 와이너리는 독일식을 따서 만든, 야산에 서늘한 동굴을 파고 이를 꾸며놓은 와인저장고.

 

그 앞으로는 건물을 세워 와인 저장과 포도 착즙, 숙성 등의 과정을 같은 공간으로 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와인저장고에서의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밖에 없어 노이즈가 엉망.

 

 

그리고 테이스팅. 베린저의 대표 와인들 세 가지를 고루 맛보는 기회였는데, 단순히 일정 시간내에 부어라 마셔라

 

하는 테이스팅이 아니라, 기본적인 와인 마시는 방법에서부터 어울리는 안주를 고르는 방법까지 세심하게 교육해주었다.

 

와인과 안주와의 마리아주가 흔히 생각하듯 레드와인-고기, 화이트와인-생선 식으로 간단하지만은 않단 이야기.

 

 

 

 

테이스팅을 마치고 둘러본 샵. 고풍스런 느낌의 스테인드글라스하며, 어두침침한 가운데 농밀하게 깔린 와인 향기하며.

 

나파밸리나 소노마밸리나, 와이너리들의 기념품샵은 왠지 제각기 개성있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이다.

 

와인 관련 악세서리들이나, 비네거 소스, 와인향을 첨가한 비누 같은 것들.

 

 

 

 

 

그렇게 테이스팅과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샵에서 한보퉁이 지르고 나니까 어느덧 두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글쎄, 시간내 무제한 리필을 해주는 아기자기한 느낌의 소규모 와이너리 투어도 좋았지만, 소믈리에 급의 가이드가

 

와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재미있게 풀어주는 체계잡힌 투어도 무척이나 좋은 경험이었던 듯.

 

 

*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에 대한 다이아그램 (by Ber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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