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픽사가 합친 건 나로선 매우 다행인 일, 디즈니 오피스에 가끔 들를 때 이렇게 루카스필름과 픽사의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니.

최근 이마트 키즈존에서 뜻밖의 득템을 하고 기쁘긴 하나, 좀더 정교한 피규어들이 있음 좋겠다..고 쓰다가 생각난 녀석.

있긴 했구나ㅎㅎ 레고 스페셜 에디션. 그래도 여전히 배고프다고! 특히나 이브는 왜 피규어가 한개도 없냐능!

이렇게 날 추운 계절에도 타임스퀘어에 나와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뉴욕 타임스퀘어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르는 이가 없을만큼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벌거벗은 카우보이', Naked cowboy. 남여를 불문하고 뭇 시선을 한눈에 받는 찰진 궁둥이.

 

 

기타를 설렁설렁 치며 노래를 부르다가도 사람들이 다가오면 포즈를 취해주고, 저렇게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요모조모 뜯어보면 다리도 제법 이쁜 편이고, 몸도 탄탄하니 좋다. 저러니까 벗고 다니지, 란 생각도 드는데.

 

 

어머니들이고 딸내미들이고 모두 활짝 웃으며 그와의 포즈에 동참.

 

그리고 한켠에선 웃통을 벗어제낀 아저씨의 온몸에다가 굵은 선으로 그림을 그려넣는 아저씨도 있었고.

 

 

스머프와 픽사 애니메이션 캐릭들이 실사화되어 난무하기도 했다.

 

 

뉴욕의 악명높은 경찰이 말을 타고 순시 중이기도 했고, 누군가는 프리허그 팻말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고.

 

아무래도 키티는 실사화하면 좀, 머리가 너무 커서 어색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 미국적인 캐릭터가 성조기를 꿰매어 만든 듯한 옷을 입고 있는 쥐시키.

 

스폰지밥은 그냥 진짜 스폰지밥같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키티는 이상하다.

 

 

그리고 이 사람도 참 끈질기게 보이는 사람, 2001년엔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배터리파크에 이런 사람이 있었는데.

 

그런가 하면 인디언 추장같은 아저씨가 젖퉁을 드러낸 채 팅커벨이랑 이야기를 하고 계시기도 하고.

 

엘비스는 길을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꽥꽥 고함을 지르다가도 카메라 앞에선 급 방긋해주시는.

 

 

 

이건, 요새 봤던 왠만한 영화 중에 최고다.

Wall-E에 이어 픽사가 또다시 잊지 못할 영화를 만든 것 같다. 업(UP) 말이다.

메가박스 영화관 한가운데에 전시된 풍선이 주렁주렁 매달린 집을 보았을 때도, 다른 영화를 보기 전 예고편으로

할아버지와 뚱뚱한 꼬맹이가 나왔을 때도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감동적이고 흡인력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었다.

애니메이션이 더이상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님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이제 굳이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방식을 지적하며 다른 실사 영화와는 다른 기준으로 그 예술성이나 완성도를 평가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건, 요새 봤던 왠만한 영화 중에 최고다. 이야기를 이끄는 호흡의 완급에 있어서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에

있어서나, 어느 모로 보나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다. 감동을 마구 먹어버렸다.

스포일러의 요소를 최대한 피하겠지만, 사실 이건 영화를 직접 봐야 느낄 수 있으니 별로 스포일링되지 않을 듯.


영화는 이제 시작인데 벌써 눈물이 한번 고여버렸다.

할아버지가 거대한 풍선다발에 집을 매달고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지의 삶, 그러니까 그의 생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초반의 장면들이란 건 뭐랄까, 누군가의 인생에 순식간에 감정이입하면서 문득 일흔세살의 노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 어느순간, 내가 그 '칼'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그의 백발이

이전엔 검은 머리였음을 알고, 그의 완고한 표정과 눈매가 이전에는 훨씬 부드러웠고 누군가에겐 애정이 가득했음을

알고 있다. 비행선을 동경하며 늘 모험을 꿈꾸던 아이가 어른이 되고 홀로 남게 된 그런 상황, 영화는 그제서야

시작이다. 영화는 이제 시작인데 벌써 눈물이 한번 고여버렸다. 이런 영화는 본 적이 없다.

"Adventure is up there"?

스토리를 구구절절 이야기할 생각은 없으니 급마무리랄까. 할아버지가 집을 위로 띄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황,

주위가 온통 재개발에 들어가 고층빌딩이 조그마한 집을 포위한 터였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집을 띄우고 남아메리카까지

날아가기로 한다. 비행선을 동경했던 할아버지 내외의 가슴에 새겨져있던 탐험가의 말, "Adventure is up there"는

늘 '칼' 할아버지에게 하늘을 쳐다보게 만들었댔다. 이야기가 끝낼 때쯤에야 바닥에 안착하는 집의 이미지가 보여주듯

모험이란 건 다소 들뜨고 불안정한 상태,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고 부유하는 상태에서 이뤄지는지도 모른다. 또한 그건,

모험을 하려면 약간은 바닥에서 거리를 두고, 원경에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Adventure is ubiquitous!

'유비쿼터스'란 단어가 한때의 트렌드였던 적이 있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편재하는' 정도의 뜻을 가진 이 단어가

아마도 이 이야기와, '칼' 할아버지를 이끄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위(up)' 어딘가 기다릴 모험을 찾아 떠난

길이지만 실은 그의 삶 전부가 모험에 다름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어느 특정 장소에 도착해야 비로소 모험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하며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던 거다. 흔히 여행이란 방식으로
 
낯선 곳에 떨어지고 나서야 하루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곤 하듯이 말이다.


'칼' 할아버지는 과거의 일상이 모두 소중한 모험이었음을 깨닫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지금의 순간을 적극적으로

'탐험'하기 시작한다. 그의 집이 비록 과거의 추억을 완성하기 위해, 과거에 약속한 모험을 이루기 위해 위로 떠오르긴

했지만, 수천개의 풍선은 이제 지금의 순간을 위해, 지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으레 삶의 전성기를 지났다 여겨지는 노인들이 그러듯 어떤 삶의 순간에 멈춰버리지 않고, 다시금 계속해서 살아간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기억들을 만들며.



p.s. 다시 생각해보면 애니메이션이어서 유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애니메이션이라서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장면 하나하나에 스토리의 흐름에 필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움직임
 
하나, 소품 하나까지 의도에 맞게 정밀하게 세공해낼 수 있는 게 애니메이션이니까. 중간중간 화면 전체에 의미가 꽉 차

있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이 더러 있었다. 게다가 어떤 건물의 창문밖을 슥 지날때 풍선을 투과해서 집안 내부에 비쳤던 

알록달록한 조명도 그렇고, 집에 묶여 바람에 나부끼는 색색의 풍선들이 보여주는 음악같은 율동감과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이라니. 물론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압축적이고도 압도적인 삶의 묘사는 말할 것도 없고.


또 하나 만화라서 되려 유리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한 부분이 있다면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육체적으로

쭈글쭈글하여 '아름답지' 않으며 뭔가 모험이나 역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져 극을 이끄는 주인공으로는 잘

캐스팅되지 않는 그런 캐릭터를 무리없이, 감정이입이 쉽게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역시 애니메이션이 갖는 '미화'의 힘

때문은 아닐까. '칼' 할아버지는 사람이 살면서 자연스레 외면에 쌓게 되는 온갖 흔적들로부터 자유로운 건 사실이니까.

어떤 배우가, 어떤 사람이 '칼' 할아버지를 이만큼 연기해낼 수 있을지 잘 상상이 안 간다. 만화라서 유리한 건 역시

역사성 없는 할아버지 캐릭터랄까. 삶의 구린내가 전혀 풍기지 않는 동화(만화) 속의 할아버지여서, 그의 삶에 더욱

쉽게 감정이입하고 그와 함께 울고 웃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살풋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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