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여객선터미널, 새롭게 단장중이던 터미널 앞 건물에는 철썩철썩 파도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여객선으로 대략 20-30분 정도면 금세 제주도를 떠나 가파도에 가닿는다. 산방산과 송악산이 바다너머 보이고.

 

  

누군지 참 공들여 쌓아둔 돌탑.

 

올레길 코스를 가리키는 파란색 화살표가 오두막에 단단히 박혔다.

 

 

 

새파랗던 하늘, 시퍼렇던 바다, 초록초록하던 가파도의 해안길.

 

 

 

 

선인장이 드문드문 자라는 식생도 조금 이질적으로 보이고.

 

풀숲 위로 스물스물 낮은 포복하듯 기어가는 하얀 구름, 파란 배경 탓에 바로 눈에 띈다.

 

 

 

가파도 마을 사람들이 바다에 제사를 지낸다는 제사단.

 

그리고 사람들이 앉아 쉬었다 가는 팔각 정자의 시원한 대청마루.

 

 

 

 

 

온통 동글동글한 몽돌로 치장한 가파도 마을의 어느 민박집.

 

올레길의 또다른 상징, 파랑색 조랑말 모양의 표지판.

 

아무래도 이런 조그마한 섬에선 급한대로 이렇게 쓸 일이다. 나무판자에 (아마도) 락카로, 급커브.

 

 

 

해안도로랄까, 산책로와 바다의 경계에는 씨알굵은 바윗덩이들이 일렬로 늘어서 단단히 박혔다.

 

 

그리고 가파도 민박식당. 이곳의 정식은 갈 때마다 참, 신기하고도 맛난 반찬들로 가득하다.

 

어느 갈래길. 제주도의 흔한 현무암 돌멩이들로 쌓아올린 돌담들의 실루엣이 미묘하다.

 

 

 

단단히 묶여있고 싶었던 거다. 이리저리 묶고 조여서는, 붉게 녹슬어 거죽은 부서져내릴지언정 철심에 기대고 싶었을 거다.

 

 

가파도를 해안선따라 한바퀴 걸어서 돌아보는 시간은 고작해야 두어시간, 중간중간 쉬고 사진찍는다 해도 그정도.

 

 

 

풍력발전기가 두 기.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윙윙 돌아가는 모양새가 한마리 학처럼 우아하기도 하고.

 

 

구멍이 숭숭한 돌들이 어찌나 많은지, 처음엔 신기한 수석보듯 보다가 나중엔 그저 범상해 보이기만 하더라는.

 

와중에 만난 하얀 강아지 한마리.

 

그리고 이 뜬금없는 시멘트 구조물은, 바다를 향한 미끄럼틀.

 

가파도를 닮아 담백하고 조용한 할머니 한분이 천천히 지나가며 슬쩍 웃음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제주도와 가파도를 오가는 배의 선장님은 때로는 피자배달부가 되기도 하더라는.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무키네 마을의 유일한 레스토랑에서 피자 한판과 맥주 두병으로 맛난 점심을 해치운 후에 슬슬 숙소를

 

찾으러 눈보라 속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꽃이 만발한 작고 이쁜 민박집들이 열지어 서있어야 할 마을에는 온통 눈밭.

 

 그래도 용케 문 하나 열린 집을 발견하고, 사람이 지나지 않은지 엄청 오래 되었는지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지나 드디어 체크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입구는 두 개, 1번입구와 가까운 라스토바차 마을과 2번입구와 가까운 무키네 마을인 셈인데,

 

아마 공원이 폐쇄되었을 거라는 주인아저씨의 만류를 무릅쓰고 산책 겸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사람 하나 없는 길. 그래도 드문드문 제설차가 지났는지 큰 길에는 제법 눈이 치워진 흔적이 남았지만, 그 너머는 온통 눈이다.

 

 

 본격적으로 산길. 마을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카르스트 호수들이 이어지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그렇지만 온통 눈. 어쩌다 만난 관광객 커플에게 앞의 상황을 물었더니 공원은 폐쇄되었고 사람 하나 없는데다가 길도 끊겼댄다.

 

그래도 일단, 풍경이 넘넘 이뻐서 무작정 앞으로 홀린 듯이 나가게 된다. 인적은 끊기고, 소복소복 쌓이는 눈에 소리는 모두 지워지고.

 

 

부지런히 길을 틔워놓는 제설차량의 바퀴자국. 그 위에 다시 소리없이 나려들며 흔적을 지우는 백배 더 부지런한 눈.

 

 

 

이윽고 도착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2번 입구. 폭설이 아니었어도 이미 입장시간은 아니었구나.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오픈.

 

내친 김에 다른 정보들도. 성인용 1일 티켓은 80쿠나, 아이는 40쿠나로 반값, 그리고 이틀짜리 티켓은 성인 130쿠나, 아이 60쿠나.

 

 

 

모른 척 하고 아무도 지키지 않는 입구를 넘어서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온통 하얀 세상, 나만 혼자 남겨진 듯한 착각.

 

누군가의 발걸음을 희미하게 지워둔 채 허벅지까지 들어가는 눈폭탄이 그곳에 있었다.

 

 

찔끔 겁이 나 버려서, 어디선가 들리는 졸졸졸 물소리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다 말고 포기하기로 했다.

 

여기선 발을 헛딛고 추락하거나 눈밭에서 뒹굴다가 죽어버려도 한동안은 아무도 찾지 못할 거 같단 생각이 들길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전경이 담긴 안내판 위로 수북하게 눈을 이고 지고 있는 나뭇가지들이 축축 늘어져버렸다.

 

 

 

 

 

그리고 이젠 더이상 뭐라 할 말도 없는 하얀 세상.

 

 

 

 

 

저 아랫쪽으로 보이는 데가 아마도 초록빛 신비로운 색감의 플리트비체 호수들이 웅크리고 있는 국립공원 내부.

 

 

 

 

 안내판도 온통 눈으로 하얗게 지워져 버려서, 대체 어디가 어딘지, 아까 밟아 내려왔던 길을 다시 그대로 찾아 올라가기도 힘든.

 

 

 그래도 불쑥 튀어나온 표지판에 의지해서 다시 찾아온 무키네 마을, 사실 2번 입구와 무키네 마을은 고작 2킬로 남짓

 

떨어져있을 뿐인데 이렇게 눈이 푸지게 내리고 길을 지워버려서야 도무지 거리감각이고 뭐고 없다.

 

 

아까 눈여겨보았던 그 슈퍼마켓. 와인을 한 병 사고, 700ml짜리 라키야를 한 병 사고,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추천을 받아

 

안주로 제격이라는 치즈랑 오렌지, 올리브 좀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 성찬을 벌이기로 했다.

 

이런 곳에 세워둔 차는 길고 지루한 겨울이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으려나, 상태는 괜찮으려나 괜한 걱정.

 

 

 

 

 

플리트비체의 민박 마을에는 두 개, 라스토바차 마을과 무키네 마을이 있다. 그 중에서 2번 입구쪽으로 가까운 무키네Mukinje마을의

 

입구에서 덜렁 혼자 내렸다. 새까만 아스팔트 도로가 금세 하얗게 지워져버리는 폭설, 버스는 거북이 걸음으로 느릿느릿 떠났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다른 크로아티아 일정과는 달리 숙소를 전혀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와버린 플리트비체인데 암담하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눈은 이렇게 펑펑 내리니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돌아볼 수나 있을지 아님 시외버스는 계속 다닐지.

 

 원래는 여기서 2박쯤 하고 스플릿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고 하룻밤만 지나면 길이 꽁꽁 얼어붙진 않을지.

 

 

 

그냥,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눈밭을 헤치며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길. 좀체 인적도 없고 민박집들도 불이 꺼져있고.

 

 

마을 안쪽 깊숙이에 있는 정류장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 차도를 따라 걸어도 눈은 무릎까지 차올라 있었다.

 

그러다 도착한 무키네 마을 유일의 레스토랑. 그리고 유일하게 문이 열린 채 사람들이 조금 모여있던 공간에 도착했다.

 

스키얄리슈테 피자 비스트로. 일단 맥주부터 한 잔 시키며 눈을 털었다.

 

 

 

테라스 너머 바깥으로는 아담한 스키 슬로프가 하나. 이 레스토랑은 사실 이 스키장에 딸려 있는 식당에 가깝다고 하는데,

 

자연설이 이만큼이나 넉넉하게 쌓인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고 놀면 진짜 재미있을 거 같다. 슬로프 위엔 사람 한 명 없고.

 

 

온통 하얗기만 해서 눈이 부실 정도인 바깥 풍경과는 달리 창가 안쪽에 있는 싱싱한 화분. 새빨강과 새초록의 싱그러움이라니.

 

 

 

마을 입구에 내려섰을 때의 막막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창밖의 눈덮인 풍경들을 감상하느라 온통 마음이 기울어 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플리트비체에서의 이틀 동안 평생동안 볼 눈꽃과 셜경을 볼 수 있으리라곤 전혀 몰랐고, 이런 풍경이란 건

 

이제 플리트비체에서 본격적으로 마주할 풍경에 비기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걸 몰랐다.

 

그리고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피자 한판을 주문하고 맥주 한병을 다시 주문하고. 허겁지겁 먹다가 문득 생각나서 인증샷.

 

 

 

 

호스텔에 물었다. 류블랴나 구시가에서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을 가장 제대로 하는 데가 어디니. 그렇게 찾아갔던 곳.

 

그리고 그곳에 찾아가 다시 물었다. 니들이 가장 자신있는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은 뭐니. 그렇게 맛보게 된 음식.

 

 

Game Plate, 체리 소스를 얹은 사슴고기, 버섯 소스를 곁들인 숫사슴 스테이크, 그리고 후추를 친 야생돼지고기.(19.5유로)

 

사실 일종의 샘플러 메뉴에 가깝지만, 그래도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는 데서 만족했다. 이전에는 류블랴나 성 근처의

 

숲에서 사슴이니 야생돼지를 잡아서 이렇게 조리해 먹었다는 설명 역시 그럴 듯 했다.

 

그리고 하우스 스페셜티.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 모두 라키야라는 과실 증류주를 전통적으로 마셨다고 하는데,

 

대략 30도에서 40도를 넘나드는 독주에 향은 그다지 달콤하진 않지만 목넘김이 굉장히 좋은 술이다. 400ml, 4.9유로.

 

 

레스토랑 풍경.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를 떠나기 전에 한번 더 찾아가 음식을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비를 쫄딱 맞는 바람에

 

이것저것 계획이 많이 틀어져 두번째 방문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아쉽게도.

 

그리고 다른 날 아침 일찍, 피자 전문점 같은 곳에 찾아가 샐러드를 한 접시 주문하고 맥주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푸짐한 샐러드보울이.

 

샐러드를 한참 먹고 또 먹고 배부르도록 먹고 있는데 이제 슬슬 화덕엔 불이 들어가서 달궈지기 시작했다.

 

슬로베니아 어디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던, 슬로베니아에서 제일 대중적이라는 맥주 중 하나.

 

 

투르크메니스탄에도 '피데'라는 이름의 피자를 팔고 있었는데, 놀라웠던 건 길쭉하게 만들어진 도우 위에 얹힌

치즈와 계란, 고기 들 위에 대파가 하나 통째로 올려져 있었다는 사실. 썰지도 않은 대파의 하얀 뿌리까지 그대로

피자 위에 얹어놓았다는 게 꽤나 충격적이었지만, 피자와 함께 썰어서 맛을 보고 더 놀랐다.


어라, 맛있잖아. 피자의 느끼함이나 고기냄새 따위를 깔끔하게 잡아주면서 상큼하게 입맛을 돋궈주는 느낌.

대파를 여기저기 음식에 많이 넣어서 먹는 한국에서도 한번 시도해봄직한 색다른 토핑 아닐지.

양고기를 빵 안에 넣었다고 해야 하나, 빵으로 양고기를 쌌다고 해야 하나, 특유의 양고기 냄새가 풀풀 나는

부드럽고 고소한 양고기의 기름이 빵에 스며서 굉장히 잘 어울렸었다. 구운 토마토 같은 더운 야채와 함께

먹으니 그렇게 기름지지도 않고.

붉은 무가 주로 들어갔던 야채 샐러드. 붉은 무가 어찌나 붉던지, 다 먹고 나니 왠지 이빨까지 빨개지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 정도, 그리고 조금은 저것들 인공색소는 아니겠지 할 정도로.

양꼬치, 러시아와 CIS 국가지역에서 즐겨먹는 꼬치 요리를 '샤슬릭'이라고 한다고 했다. 양고기나 닭고기, 소고기를

꼬치로 구워서 빵이랑 야채랑 같이 먹는 건데, 내가 먹었던 곳에서는 마치 인도의 '난'같이 담백하고 쫄깃한

갓 구운 빵을 고기 바닥에 깔고 고기 위에 덮어서 보온 효과도 살짝 노린 듯 하다. 보료를 깔고 이불을 덮어서

자장자장, 샤슬릭은 물론 맛있었고, 특히나 양고기 샤슬릭은 최고.

쉬어가는 사진,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드에는 백화점 하나 변변한 게 없지만 그나마 터키에서 들어온 쇼핑센터

'임파스'가 가장 큰 곳이라고 했다. 그곳의 1층에서 대충 간식거리 사고 2층에 올라가 밥을 먹던 중이었다.

사탕처럼 봉지에 포장되어 있는 설탕이 귀여워서 한 장.

투르크메니스탄의 빵도 꽤나 맛있었던 거 같다. 어디서 먹던 기본 이상은 했다. 다양한 소가 들어가거나 맛이

색다르진 않은 거 같지만, 그냥 빵 자체가 맛있었던 거다. 쫄깃하고 담백하고, 게다가 이 빵 같은 경우엔 아낌없이

뿌려진 깨 덕분에 굉장히 고소했고.

온통 투르크어나 러시아어로 씌여진 메뉴 중에서 골랐던 샐러드 하나. 샐러드야 당연히 메인 메뉴 전에 야채를

좀 먹어서 비타민을 공급하려는 건데, 무작정 아무거나 찍어서 시킨 샐러드엔 온통 고기 뿐이었다. 혓바닥을

저민 듯한 햄도 있고, 간도 있고, 그리고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첨보는 햄들도.

투르크에서도 그렇지만 러시아에서도 많이 먹는다는, 일종의 탕이랄까. 고기도 들어가고 야채도 들어가고

붉은 무도 들어가고, 저렇게 하얀 크림같은 덩어리도 넣어서 잘 섞어 먹기도 하고. 자작한 국물이 얼큰하기도

하고 건더기도 보슬보슬 맛있었다.

위에는 양고기와 소고기가 섞인 '샤슬릭', 아래는 only 양고기 '샤슬릭'. 원래는 사막에 나가 모닥불을 피우고

불 주변에 모여앉아 꼬치를 구워먹는 게 제대로라고 하던데, 출장 중에 그런 호사를 부릴 여유야 도저히 나지

않는 거고. 그래도 이 샤슬릭을 먹었던 집은 뭔가 제대로여서, 고기에서 모닥불의 향기가 은은히 배어났다.

양고기는 정말 그러고 보니 원없이 먹었구나.

너무 노골적으로 새 한마리의 형체를 오롯이 드러내고 있던 고깃덩어리. 치킨이라고 했는데, 닭이라기엔 크기가

조금 모자란 게 중닭이나 병아리를 잡은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고기를 좋아하는

나라고 하지만, 이 녀석은 왠지 넘 적나라하다 싶어 조금 애도의 마음을 갖고 고기에 임했었다.

떠나기 전, 투르크 정부에서 차려주었던 만찬장의 테이블. 기본으로 테이블에 깔려있던 음식만 이만큼이었다.

일단 에피타이저처럼 저들을 엔간히 해치우고 나면, 그 다음부터 메인 디쉬가 차례차례-한 세네번 나왔던 듯-

나오는 순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테이블 한가운데 장식처럼 놓여있던 과일들을 가져가서 깍아내오는 식.

사막의 나라 투르크에서 이렇게 신선한 야채들을 먹기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역시 대부분의 야채니 과일은

인접한 카자흐스탄이나 다른 '-스탄' 국가로부터 수입해 온다고 한다. 밑에는 치즈를 감아돌린 가지 샐러드,

그리고 닭고기를 찢어서 버섯과 옥수수와 무친 샐러드.

출장을 힘들게 다녀와봐야, 이렇게 음식들이 풍성하니 살이 디룩디룩 쪄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몰라도 투르크메니스탄은 누구든 물갈이를 한번쯤 하고 오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웬걸,

'밥만 잘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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