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로 가는 트램 안에서. 자그레브의 구시가 앞, 옐라치차 광장 앞에서 나를 내려줄 6번 트램 중에 섞여있는 오래된 트램 중에는

 

이렇게 객차들이 분리되어 있는 형태도 있는 거다. 왠지 앞엣 객차에선 뭔가 스탠딩 파티가 벌어지기라도 한 분위기.

 

 

며칠만에 다시 돌아왔을 뿐인데 되게 반갑다. 문을 닫고 정리하려는 꽃가게들의 풍경만 봐도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

 

그리고 아침, 왠지 몸이 무겁고 침대에서 나오고 싶지가 않다 했더니. 슬로베니아에서는 진눈깨비와 비를 잔뜩 맞았다 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여행의 컨셉은 비와 눈을 온몸 가득 맞으며 돌아다니는 건가보다.

 

 

눈이 가진 질감과 부피감은 눈꺼풀 위에 날려들어 떨어질 줄 모를 때 가장 크게 실감난다. 빗물은 그저 흘러내릴 뿐 달라붙을 줄

 

모르지만 눈은 차디찬 바깥공기에 힘입어 뻗어나간 가느다란 팔다리로 시야를 가리고 마는 거다.

 

광장에 펼쳐진 난장 가운데에서 치즈를 팔던 아가씨는 눈 때문인지 손님 발걸음이 뚝 끊긴 와중에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이야기하느라

 

손이 빨갛게 곱는 줄도 모른다. 아마도 사랑이어라.

 

 

 

그리고 눈이 점점 삼엄하게 내리는 와중에도 꿋꿋한 자그레브인들의 걸음걸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노천 마켓에서 블루베리도 사고.

 

 

옆에 있는 까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피자 한 조각을 사먹으며 가벼운 아침식사도 하고.

 

두어번 나도 들러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던 까페. 몇몇 가이드북엔 맛집으로 소개되었던데, 에스프레소는 확실히 맛있던 곳인데다가

 

아침 시간에도 어김없이 가게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면면이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똑같길래 왠지 더욱 정감이 가던 곳이었다.

 

Shabby hostel, 아고다를 통해 찾아본 값싼 숙소 중에서 가장 가격도 싸고 위치도 최상이었던 곳이다. 10명이 한 방에 자는

 

도미토리가 한화로 2만원 선이었던가. 가격도 싸고 시설도 괜찮은 데다가, 직원들도 다들 친절해서 자그레브에 체류할 때마다

 

가능한 이 곳에 묵고 싶었더랬다.

 

 

 

그리고 플리트비체를 가기 위해 자그레브 버스정류장으로 떠나려는 참. 갑작스런 폭설 떄문에 교통 상황도 많이 안 좋았는지

 

트램과 자동차 간의 접촉사고도 났다고 하고, 왠지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트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고난 트램이 삐걱거리며 철로를 따라 어딘가로 이송된 후에야 나타난 다른 트램들. 다행히도 사고는 그리 대단치는 않아

 

트램의 자동문이 조금 찌그러진 정도, 다친 사람도 없는 거 같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어쩌면, 트램이 있어서 도심지의 교통 흐름

 

속도가 그나마 좀 여유로워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사고가 나도 크지 않은 수준에서 멈추는지도.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내 앞에 앉아계시던 두 어르신은 뭔가를 계속 이야기하며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 계셨다. 오랜 지기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두 분은 때로는 창밖을 함께 내다보며 숙연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거나 웃음으로 화답하기도 하고,

 

굉장히 훈훈한 풍경이어서 슬쩍.

 

그리고 버스정류장 도착. 애초 이 곳은 자그레브 국제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올 때 내렸던 곳이기도 했다.

 

트램을 타고 구시가 쪽으로 들어가기 위한 중간 경유지였달까. 이제 플리트비체로 가는 버스 티켓을 사고 출발 직전.

 

 

* 교통 (Zagreb to Plitvice, 100쿠나(baggage fee 7쿠나 포함) 3시간 소요)

 

 10:30, 11:30, 12:30 하루 세 차례 운행이 전부  (2013. 3월 현재)

 

 

 

* 플리트비체행 버스가 언제든지 있는 듯이 이야기하는 가이드북 믿었다가 뒷통수 맞지 말고 미리미리 확인할 것!

 

 

 

 

시외버스 플랫폼의 황량하다면 황량한 풍경. 그래도 파랗고 붉은 색으로 도색이 말끔하게 되어 있어서 그나마 괜찮은 셈이었달까.

 

플리트비체 행 티켓, 정확하게 티켓 값으로는 93쿠나. 1쿠나가 대충 200원이라 치고 티켓이 2만원쯤 하는 셈이다.

 

그리고 플리트비체로 가는 중간중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인 건지 기사님도 내리고 손님들도 자연스레 내린 시간에 잠시 근처 구경.

 

여기는 자그레브보다 더욱 굵은 눈발이 펑펑 내리는 참이었다.

 

 

 

 어느새 나무들은 모두 새하얗게 뒤덮여 버린지 오래. 이런 식이라면 대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고지대에 위치한다는

 

플리트비체는 어떠려나 슬쩍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역시나, 세시간여 달리고 나서 '무키네 Mukinje' 마을 입구에 내가 떨궈질 때는 버스 안에 나 밖에 없었다는 사실, 오는 길 내내

 

대관령 눈꽃열차를 달리는 기분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떨궈지고 나니 좀처럼 모든 게 막막하니 새하얗게

 

덮어있는 풍경이어서, 당장이라도 길이 끊기고 고립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부터 잔뜩 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겠다.

 

찜사쪼이의 스타페리 선착장, 빅토리아 항을 향해 활짝 열린 창문들 너머로 보이는 홍콩 찜사쪼이의 스카이 라인.

 

그리고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센트럴과 완짜이의 스카이라인. 스타페리를 타고 건너갈 예정이다.

 

한가로운 시골의 버스 터미널을 연상케 하는, 적당히 촌스럽고 한가로운 분위기의 선착장 내부.

 

스타페리, 라는 이름은 굉장히 럭셔리해 보이는데 실제로 빅토리아항을 오가는 스타페리들은 그렇게 럭셔리하진 않다.

 

다만 배 위에서 반짝거리는 별 모양 쇠장식이 눈에 가까스로 잡히는 정도.

 

 

 

 

찜사쪼이에서 센트럴, 찜사쪼이에서 완짜이, 다시 센트럴에서 찜사쪼이, 완짜이에서 찜사쪼이. 네가지 경로로 바삐 다니는 배들.

 

 

그 와중에 온갖 개인 선박이나 화물선들도 낑겨 다니느라 바다 위는 제법 바쁘다.

 

 

찜사쪼이의 명물 시계탑이 굽어보고 있는 선착장에서, 막 도착한 스타페리에서 우르르 쏟아져내린 사람들이 걸어나가는 참.

 

스타페리 옆에 새겨진 배의 정식 이름은 'Twinkling Star', 반짝이는 별이란다.

 

 

'트윙클링 스타'페리호를 타고 완짜이로 가는 길, 홍콩 컨벤션/엑시비션 센터를 지나고, 그 뒤로 센트럴 플라자가 보인다.

 

 

점점 가까워지는 홍콩 컨벤션 & 엑시비션 센터.

 

그리고 깜놀하게 생긴 옛 범선 모양의 배도 시야를 가르며 달려나가고.

 

뒤로 돌아보면 저만치 조그마한 미니어쳐처럼 보이는 시계탑과 찜사쪼이의 선착장.

 

 

이제 센트럴 선착장에 도착. 찜사쪼이에서 센트럴까지는 대충 6-7분 걸린 듯 하다.

 

스타페리에서 내리기 전, 방금까지 따끈하게 엉덩이로 덥혔던 의자를 슬쩍 살폈다. 좌석마다 온통 오각별이 반짝반짝.

 

 

 

 

온통 격자무늬로 사통팔달 뚫려있는 맨하탄의 도로들이지만 유일하게 한 곳, 뻥 뚫려야 할 대로 앞의 풍경이

 

건물로 가로막히는 곳이 있다. 그 건물이 바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그리고 그 뒤의 메트라이프 건물.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은 미국 동부 곳곳을 연결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역이기도 하지만, 건물 자체로도 유서가 깊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마이클 조던이 한다는 샌드위치 바였던가, 그런 것도 있었다고 했다.(요건 10년전 이야기)

 

 

오랜만에 들른 김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분위기를 살짝 맛봐주고,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가고 떠나온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표지를 하나씩 달고 있는 듯 하다. 그 성마른 걸음새하며 살짝 낯선 표정하며.

 

그리고 찾은 곳은 그랜드 센트럴 지하 1층의 오이스터 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는 곳이다.

 

메뉴판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해산물 싯가가 관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메뉴판에 일기처럼 날짜가 적혀 있었다.

 

돔형의 지붕이 촘촘히 이어져있다고 해야 하나, 노랑 불빛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지는 않은 테이블마다 왁자하고 유쾌한 대화들이 오가는 레스토랑이다.

 

오늘의 메뉴, 랍스타. 메인주에서 직송되었다는 싱싱한 랍스타를 직접 고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이게 '싯가' 메뉴였던 거다. 오늘의 가격은 파운드 당 27.95달러.

 

그리고 새우도 빼놓을 수 없는 해산물. 갈릭 버터 점보새우를 고르고,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무래도 랍스터를 찌느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았다. 많이 기다렸다. 한 이십분 이상.

 

(사실 서빙받는 데도 꽤나 굼떠서 '자본주의 최강국' 미국의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불만이 +10 상승했다)

 

드디어 나온 점보새우.

 

그리고 랍스터! 살이 토실토실, 탱글탱글한 랍스터.

 

먹기 전엔 꼭 이런 앞치마를 하고 먹어야 사방으로 튀는 랍스터 육수에 옷을 적시는 축성식을 피할 수 있다.

 

새만금 아래, 변산반도국립공원 끄트머리에 있는 격포항에서. 허리와 엉덩이와 입술을 맞댄 배들이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조의 연환계라도 쓴 듯 그렇게 바다를 뒤덮은 채로 옴쭉달싹 못할 거 같은 배들 너머로 유유히

항구를 빠져나가는 배가 보인다.

그리고 조금 너머에는 배 세척을 사이좋게 나란히 묶어둔 채 둥실둥실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운데 있는 배가 조금

커보이긴 하지만 비슷한 사이즈의 비슷한 색깔, 모양새의 배 세척이 고양이 발가락처럼 곰실곰실.

여객선터미널을 지나 쭉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사람들과 대치하고 선 우락부락하게 층진 암반, 그위에 살풋

얹힌 단풍들. 저쪽으로 좀더 걸어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모자란 관계로 패스, 어찌나 아쉽던지.

대신 무지개빛의 바람개비 옆을 지났다. 바람이 불지 않던 탓에 빳빳이 굳어있던 바람개비들은 바다쪽으로부터

육지쪽을 향해 날아갈 폼만 잡고는 장대 위에 게으르게 앉아있었다.

바다도 보고 언덕도 보고, 그리고 단풍도 즐기며 변산반도 쪽, 다음에 시간 내어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바람이 불어왔고 바람개비들이 씽씽 돌기 시작했다. 저러다간 어느 순간 포르르 날아가버리겠다 싶도록.




*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의 일원으로 떠난 출사 여행이었습니다.

고속터미널·서울역 '사제폭탄' 연쇄폭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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