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끝,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한시간 못 미처 바다를 달려나가야 도착하는 호젓한 섬 청산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된

 

섬에서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대를 담아내려면 왠지 필름카메라가 땡기는 거다. 77년생 소련제 카메라 Zorki 4K.

 

 섬을 종으로 횡으로 이어주는 청산도 슬로길을 설렁설렁 내딛는 걸음 따라 서편제의 풍경이 지나가고 누런 황소의 울음이 맺힌다.

 

 

 섬까지 물자를 실어나르기 쉽지 않아서였을까, 야트막한 단층 가옥을 짓고는 창문은 음료수병꽂이로 대신했다.

 

 

 양귀비가 시뻘겋게 피어난 붉은 밭, 그너머로 다랭이논들처럼 켜켜이 지붕을 잇고 덧붙인 마을의 울긋불긋한 슬레이트 지붕.

 

 구불구불 끊길 듯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도 출렁출렁.

 

 

범의 머리 모양을 닮아 범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청산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포인트 지점.

 

자성이 강해 나침반이 오작동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스캐너가 좀 문제가 있는지 사진들이 좀더 흐릿하고 어둡게 스캔된 게 틀림없지만, 그래도 뭐 일단은 Zorki와의 조우 이후

 

어떤 풍경들을 담고 있는지 남겨두기 위해서라도 몇 장 골라서 올려두는 셈이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의 벼룩시장에서 조우한 구 소련제 필름카메라. 무려 77년산 Zorki 4K, 렌즈는 Jupiter8 2/50. 대체 제대로 찍힐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 야무지고 단단한 외관과 가죽내음 흠씬 나는 케이스가 맘에 들어 지르고 났더니 아무래도 찍어봐야겠는 거다.

 

며칠 후 동유럽의 진주 듀브로브닉에서 기어코 필름을 한 롤 사서는 다짜고짜 테스트 시작.

 

제대로 나오리라는 기대없이 찍었던 사진들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건질 만한 풍경이 보였다. (게다가 필름 현상과 인화 비용이

 

왜 이리도 비싼지, 일단 인화까지 마치고 난 사진들은 어떻게든 활용해야 되겠다 싶어서 집의 구리디 구린 스캐너로 스캔까지 완료)

 

설핏 초록빛이 머금어진 듯한 톤다운된 색감이 맘에 드는데, 스캐너가 구려서 그런지 인화된 사진이랑 스캔본이랑 조금 색감에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듀브로브닉의 구석구석 들고 다녔던 그날의 분위기와 기분이 떠올라서 무조건 만족.

 

 

 그치만 이 사진에서 나온 색색깔의 우산들이 걸어가는 장면을 보면 그래도 스캔이 사진 색감에는 딱히 영향을 미치는 거 같지 않기도.

 

 

 어쨌든,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놀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걸 발견한 건 가외의 수확인 듯 하다. 현상할 때 먼지를

 

잔뜩 뒤집어씌워서 사진을 망치는 그런 데 말고, 그리고 좀더 싸게 할 수 있는 현상소를 찾아봐야겠다. 게다가 스캔도 해줌 좋겠는데.

 

필름에 담긴 세달 전의 추억들, 필름이 아니라 일종의 단단한 깡통에 아껴둔 기억과 순간들을 열어보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이렇게 석달전, 한달전의 시간을 고스란히 되돌리는 게 필름카메라의 묘미일 듯. 리와인드.

 

 

 

 

* [코닥온라인 사이트 사용기] 내 집안의 디지털현상소. 에서 다룬 '사진 인화', '포토북', 포토앨범' 리뷰입니다.


#1. 내 집안의 현상소, 코닥온라인 사진 인화.

역시 다르다. 부모님이 여행을 가시거나 산행 가실 때마다 찍어온 사진들을 카메라에서 컴퓨터로 옮겨드리고

보는 법을 알려드리는 것만으로도 '효자'노릇은 어느 정도 했다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손에 잡히는 사진으로

출력해드리는 것만은 못한 거다. 그동안 잔뜩 파일로만 존재하던 사진들, 소중한 시간들이 그냥 뒹굴게 놔둬도

백년은 버틴다는 코닥의 인화지로 단단히 보존되어 컴퓨터 밖으로 나왔다.

코닥의 로얄인화지는 다른 회사의 인화지보다 좀더 두껍다고 한다. 그만큼 보존성도 뛰어나고 이미지 재현력도

높다는 건데,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아낌없이 사진을 험하게 다뤄주는 거다. 앨범에 꼽아두고 통풍,

환기, 직사광선 따위의 요소들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집안 곳곳에서 뒹굴뒹굴대도록.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진을 뽑고 나니 집의 앨범이 모자라서, 당분간은 그냥 마루 테이블 위에 탑처럼 쌓아둘 거 같으니 한번 결과를

지켜봐야겠다.


#2. 포토북, '나의 사진책 만들기 DIY' 버전이래도 될 듯한.

기본 포토북은 약 16장, 60장 가까이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거 같다. 아무리 '포토앨범'보다 경량이고 캐주얼한

형태의 사진첩이라지만 오래 보존되어야 한다는 덕목은 양보할 수 없는데 소프트 커버라고 해서 조금 걱정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가에서 흔히 보이는 '떡제본'의 마무리가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힘주어 페이지를 쫙쫙

열어도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갈 거 같지 않다.


화질이 좀 떨어져보이는 건 삼각대를 이용한 사진의 초점이 맞지 않았기 때문, 그보다 이렇게 한쪽 전체를

전부 사진 프레임으로 쓸 수 있는 옵션이 있기도 하고 여러가지 다양하게 분할된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단 게

중요하다. 마주선 신발 사진들처럼 프레임을 희미하게 조정할 수 있기도 하고.


저렇게 자잘한 사진들을 배치하는 동시에 뒷면의 커다란 배경처럼 사진을 넣을 수 있다는 점도 포토북을 만들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게 하는 지점들. 잘만 하면 굉장히 멋지게 배경사진까지 처리하며 그럴듯한 포토북이

나올 수 있겠다는 게 빤히 보이니까, 앨범에 사진꼽듯이 아무렇게나 대충 할 수가 없었다. 결과물은, 대만족.


#3. 포토앨범, 조금은 더 격식과 품위를 고려한 포토북.

부모님과 가족 사진을 넣은 포토북, 집에 배송되어온 녀석을 한번 정독하시며 언제 어디서 찍었던 사진인지,

그때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한동안 이야기하시던 부모님의 결론은, 어디 부모님 친구들과

놀러가거나 여행갈 때 이 포토북 꼭 챙겨서 자랑하자는 것.

등산가방에 넣던 여행가방에 넣던 좀처럼 헐지 않을 거 같은 탄탄한 재질의 두꺼운 사진첩이다. 한장 한장

넘길 때도 저항없이 차분하게 잘 넘어가고, 이음새 역시 꼼꼼하게 잘 되어 있어서 억지로 찢으려 용쓰지 않는 한

찢어질 일은 없을 거 같고.


프레임 종류가 다양한지라 원하는 사이즈의 사진을 원하는 배치로 넣을 수 있었다. 앨범을 열어 맨 첫장으로

선택했던 프레임은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사진 한 장씩. 영화 포스터같은 느낌이 난다며 좋아하셨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도 참 여행을 좋아하시고, 많이 돌아다니시며 사진도 많이 찍으셨다. 진작 이런 사진첩 하나

해드렸으면 더 좋았겠다 싶기도 하고. 생각보다도 너무 앨범에 만족해하셔서 다음번에는 아예 여행 다녀오시면

그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 만으로 앨범 하나 만들어드려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 이 사진 두 장을 넣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서해의 어느 섬에선가 찍어드렸던 흑백모드

사진 한장, 그리고 2004년인가 태국의 프렌치 가든에서 찍어드렸던 두 분의 뒷모습.








컴퓨터 하드를 점령하고도 여전히 배고프다는 '사진 파일들'

사진만 쌓여가던 참이다. 하드 용량도 모자라 본체 용량보다 더 큰 외장하드도 장만한 참이었다.

어느샌가 디지털카메라가 대세가 되고, 찍고 바로 LCD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기억의 편린-사진

장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속편하게 늘어가기 시작했었다. 아니, 종이를 헤아릴 때 쓰이는 '장'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겠다. 디지털화된 파일 '용량'이라고 해야 제대로 된 표현이겠다. 하여간 그 '파일 용량'은 처음엔

야금야금, 그렇지만 어느순간 우걱우걱 하드의 빈공간을 마냥 차지한 채 처치곤란한 먹깨비 괴물이 된 참이었다.


남는 건 사진뿐? 남는 건 '인화된 사진'뿐!

씨디로 저장해서 따로 보관해두었던 파일들조차 날아갈 수 있음을 미처 몰랐었다. 하드를 갈아엎는 통에

지워져 버린 수년 간의 기억이 서린 0과 1의 조합들, 그렇게 한 번 데이고 나서 정말 중요하다 싶은 걸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선별해서 씨디로 구워두었던 건데. "남는 건 사진"뿐이란 말이 절반의 진실만 갖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남는 건 역시, 손에 잡히고 날아가버릴 위험없는 구체화된 사진 종이였던 거다. 물론 그 역시

자의던 타의던 지워야 할 일이 생기면 옛 사진들을 싸그리 모아 낙엽태우듯 불지르면 고만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사람의 기억을 지워버리는데 필요한 노고를 요구하는 거 아닌가. 사진을 모으고, 적절한 장소를 골라,

불을 지피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제대로 태워지는지 지켜보는. 휙, 사라지는 디지털과는 다르다.


촬영의 '화룡점정', 사진을 인화하고 활용하기.

디지털을 거부하며 새삼스런 아날로그 찬가를 불러젖힐 생각은 아니다. 다만, 사진을 이렇게 대책없이 파일

형태로 언제까지고 하드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냅두는 건 모두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드에게나, 사진에게나, 사진 속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나. 무엇을 '찍는다'는 사진촬영의 의미는, 그로

인해 만들어진 한 순간의 추억을 적절한 사람들과 가능한 최선의 형태로 공유하도록 책임지면서 완성되는 거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발견한 싸이트, 코닥온라인.(http://www.kodakonline.co.kr/)

사실 '코닥'이란 이름은 어려서부터 카메라 혹은 필름과 뗄레야 뗄 수 없이 한몸이었던 고유명사. 필름하면 으레 

코닥필름이 제일 좋은 줄 알고 24장, 36장 짜리를 우르르 사들고 여행을 떠나기도 했었고, 대체 코닥은 어느 나라

브랜드일까 싶다가도 왠지 독일이나 일본쯤 되지 않을까, 카메라 잘만드니까, 정도에서 궁금증은 그쳤었다. 조금

유식한 단어를 쓰며 좋아라 하면서부터는 그 자문자답에 광학기술이 좋은 독일이나 일본, 정도의 첨언이 더해진

정도, 이후로는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되면서 어느새 슬쩍 기억 속에 잊혀지고 말았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꽤나 반갑다.

알고 보니 어느새 120년, 그리고 코닥은 Made in USA, 아~ 미제였구나. 근 이십년만에 처음으로 코닥이 어디

나라에서 나온 필름, 아니 브랜드인지 알았다. 사실 여전히 코닥, 하면 필름이 떠오르는 건 인지상정. 그렇게

만든 건 그네들의 과오이기도 했지만, 이제 그 '위기'로부터 반전을 만들겠다며 디지털 인쇄시장에 진출해서

이렇게 한국에서도 단순 사진인화니, 포토북이니, 포토앨범이니, 게다가 사진을 덧입힌 각종 팬시상품에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걸 볼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파일은 화소로 구성되어 있어 아날로그 카메라와는 다른 종이에 인화되어야 한다는 말, 그렇겠지 싶다.

뭔가 설명을 꼼꼼히 읽다 보면 광고문구로 호언한 대로 200년뿐만이 아니라, 한 500년도 거뜬하게 버텨낼 거 같다.

일반 가정에서 앨범이 아닌 곳에 그냥 뒹굴뒹굴해 두어도 100년까지 보존된다니,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걸치는

삼대가 별다른 조치없이도 같은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셈이니 조금 징글징글하기도. 어쨌든 코닥의 인화는 여느

인화지와는 달리 보다 선명하고 오래 보관하기 쉬운 최고의 인화지라는 점은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셈.


#1. 내 집안의 현상소, 코닥온라인 사진 인화.
온라인상으로, 본인이 직접 원하는 사진들을 집에서 선택하고 보정해서 인화옵션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꽤나 획기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는 거 같다. 원하는 사진을 프로그램상에 올리면 3X5, 4X6 등의 사이즈에서

화질이 문제없이 나올지, 이미지가 잘려서 나오지는 않을지를 미리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유광지에 출력할지

무광지에 출력할지, 어떤 사이즈로 몇 장을 출력할지를 정하기만 하면 인화 완료. 참 간단하다.


#2. 포토북, '나의 사진책 만들기 DIY' 버전이래도 될 듯한.
기본적으로 코닥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모든 걸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편하다. 포토북을 신청하고, 수십개의

디자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표지를 정하고, 다시 수백개의 디자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속지를 정하고, 그리고

원하는 사진과 문구들을 집어넣을 수 있는 거다. 사진첩을 만들 거라면 사진만 쭉 나열되도 괜찮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아기들을 위한 선물용이라거나 결혼을 앞둔 커플용, 뭐 여하간의 용도로건 원하는 대로 글도 적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 정해진 포맷이 있다고는 해도 워낙 많은 부분 손대고 바꿀 수 있어서 거의 '나의 책

만들기 DIY' 버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3. 포토앨범, 조금은 더 격식과 품위를 고려한 포토북.
포토북부터 보고 나니 포토앨범, 이란 상품이 또 있길래 잠시 헷갈렸다. 이건 뭐지. 간단히 구분짓자면 포토북은

소프트커버, 인화가 아니라 컬러출력이어서 사진 품질도 조금 떨어진다고. 가격도 포토앨범에 비해서는 조금

싼 편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하드 커버보다는 더 캐주얼하고 맘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다.

그래서 포토앨범은 포토북과 직접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비슷해 보인다. 역시 수십개의 표지 디자인, 수백개의

내지 디자인 중에서 직접 고르고 사진을 채워넣고 필요하면 글도 채워넣을 수 있는. 20장짜리 포토북에는 대략

50장 내외의 사진을 넣을 수 있을 듯 한데, 그 정도면 여행 한번이나 행사 한번, 그런 이벤트 한 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곡차곡 채워넣기에 알맞은 분량이지 싶다.


#4. 포토팬시상품들, 본인 맘대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상품.

사진이 들어간 팬시상품들의 종류도 꽤나 다양해서 언제고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면 되겠다. 주문후 제작해서

배송에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 5일 내외라고 하니까 그 정도의 여유만 갖고 미리 챙기면 귀중한 선물이 될 듯.

시계, 액자, 머그컵, 냉장고 자석, 타일 등 온갖 것들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 커플머그컵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저런 형태의 컵에 들어갈 사진이나 문구를 직접 선택하고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사진을 인화하던, 포토북을 만들던 포토앨범을 만들던 아니면 포토팬시상품을 만들던 그 디자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같은지라, 한번만 해보면 다음 번에는 더욱 쉽게, 그리고 좀더 욕심을 부려서 멋지게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사진을 단순 인화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좀더 정제되고 이쁘게 꾸며진 형태로

보존하는 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불끈.




* 본 글은 '코닥온라인 체험단' 활동의 일환으로 씌였습니다.


우리 회사는 벌써 몇년째 매 학기마다 학교와의 협의를 거쳐 학점을 인정받는 인턴을 십여명씩 뽑고 있다.

오늘은 상반기 인턴이 3월-6월로 마치고 난 후, 9월-12월 동안 근무하게 될 인턴들의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상반기에도 인턴 면접때 면접관으로 들어갔었고 당시 경험의 포스팅(인턴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니.)이
 
다음 첫화면에 뜨기도 했었지만, 그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이 적잖이 보이는 경험이었다.


인턴 면접은 각 팀의 실무자가 나가서 팀의 업무에 대한 짧막한 소개를 한 후, 그걸 기반으로 지원자들-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1, 2, 3순위 희망팀을 적어내고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물었던 질문들은 대체로 올 초와 비슷했던 것 같다.


"우리 팀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알고 있는지? 아까 설명드렸던 내용이 충분히 이해되셨는지?"

"마지막 학기신데 졸업은 어떻게 하실 건지? 연말까지 인턴하려면 구직활동과 병행해야 할 텐데 괜찮을지?"

"경력사항 중의 이것은 무슨 일을 한 건지?"

"앞으로 이쪽 분야와 관련해서 커리어를 쌓고 싶은 건지?"

"친구들이 자신을 센스있다, 눈치빠르다고 평가하는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 평하는지?"


조금 까칠하다 싶은 질문이라면 이런 게 더 있었다.

"팀의 특성상 개인의 능력보다 팀웍과 융화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팀웍을 배우러 들어오겠다니 조금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진 않는지?"


이건 뭐 살짝 압박해서 반응을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혹시나 모를 기우에서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인턴이나 정식취업이나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사람을 뽑는 건 아니다. 물론 당연히 뭔가를 배우게 되는거고,

그 자리에 딱 맞는 능력을 이미 갖춘 사람이 어디있냐만, 말하기의 스킬 면에서, 설득력 면에서 이런 식의

발언은 조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경력이 좀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있는데 설명할 수 있는지?"

이건 내 경력도 워낙 일관성이 없어서 많이 들었던 얘기였기에, 이런 가벼운 인턴 면접때 미리 한번

물어보고 대비케 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럴 때 "얼핏 보면 좀 (미친년) 널뛰듯 하는 경력이라 여기실지

모르지만"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듯 하다. 그치만 상대가 묻기 전에

먼저 그걸 방어해주거나, 묻고 나서 뭔가 잘 답하지 않으면 큰 허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인 건 틀림없다.


그 밖에 우리팀 하반기 일정상 인턴이 운전면허가 필요할 듯 하여 그것도 물었다.

"운전면허증은 있는지? 운전은 잘 하는지?"

물론 면허증이 결정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다만 있으면 좋겠다, 정도.


몇가지 촌평이라면, 올 초에 내가 올렸던 포스팅(인턴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니.)에서 지적했던 몇몇 아쉬운 점들,

1) 단답식의 답변이 아닌 서술형의 답변을 하자,

2) 상대와의 호흡을 고려해서 자연스러운 인터벌을 두고 대답하자,

3) 말할 때 태도가 흐트러지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의 동작을 피하자,

4) 마지막으로 묻는 자유질문의 기회를 잘 활용하자.

정도에 더해 다른 것들, 특히 남녀간의 차이가 두드러졌던 것 같다.


서류 통과자, 그니까 면접 대상자 중 남성은 채 1/3도 안 되었는데, 역시 요새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훨씬 성적관리나 기타 취직준비에 철저한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야무진 (듯한) 표정과 말투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몇가지 남정네들의 허술한 답변이 맘에 안들었다.


"저는 군대를 다녀와서 인화/협동심/여하튼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행정병이었기 때문에 조직 문화에 훨씬 익숙한 편입니다."

"군대가 제 삶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은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군대에서 있었던 xx입니다."

"군대에서 안 해 본게 없기 때문에 뭐든 시키면 다 잘합니다."

"군대다녀온지 얼마 안 되어 몸쓰는 건 자신있습니다."


군대 갔다와서 조직에 훨씬 적응을 잘 할거라는 장담, 군대 다녀왔으니 협동심을 체화했다는 장담,

이런 대답은 좀 곤란하지 싶다. 군대 문화가 곧 조직 문화는 아닌데다가, '센스있고 눈치빠르며 팀웍을

중시하냐'는 게 '군대 문화에 절어있'냐는 걸 묻는 건 아니다. 물론 여전히 한국의 조직문화가 군대의 그것과

과히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는데다가 면접관 개개인과

대면하고 있는 거지 저높이 앉아 조직을 위해 발언하는 기성세대-꼰대-와 대면하고 있는 건 아니다.
 

CEO 면접이나 고위급 면접이라면 좀더 조직차원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안전하게 가야하겠지만,

그때 역시 군대를 앞세운 이야기는 위험하다고 본다. 이미 그들도 최소한 머리로는 충분히 군대문화의 폐해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시대인 거다. 심지어 면접관이 젊은 사람이고, 혹은 여성인 경우에도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할 건가.


백번 양보해서 정말 군대에서 개인적으로 그런 값진 체험을 했고, 떳떳이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이야기하고 싶어 미치겠다 하더라도, 실용적인 견지에서도 군대 이야기는 너무 식상하다. 너무 식상하고,

이미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잔뜩 끼어있어 그걸 만회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놀랍게도(안 놀라움

말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소개서에 군대이야기를 주절주절 적고 있다는 거다. 달리 쓸 만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혹은 정말 이시대 한국 20대 남성의 삶에 그만큼 큰 흔적을 남기는 게 사실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이경우라면 십분 공감하는 바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남자들, 좀 영리해지자. 는 거다.


자신을 어필하고 자신의 장점을 알리려는데 전혀 참신하지도 않고, 상대의 흥미를 끌지도 못하는 '군대'란 소재를

앞머리에 끼워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어떻게 보나 손해보는 짓이란 뜻이다. 가뜩이나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 어수룩해 보이고, 훨씬 수줍어 보이는데다가 말도 잘 못하는 게 남성들 아닌가.(일반적으로 말이다.)
 



덧댐. 물론 특수직종이나 특정 기업에서는 군대의 경험을 높이 살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난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에 따라 하나의 추세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