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어시장을 돌아다니며 찍었던 사진 중에 가장 맘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을 꼽으라면.

 

과메기 축제중인 시장통을 구경하다가 문득 시선을 돌린 한쪽에는 생선을 파느라 열심인 어느 청년이 보였다.

 

대담하도록 치켜올라간 점퍼와 내려뜨려진 츄리닝 바지를 위아래 입술삼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포항은 역시 과메기와 대게의 고장. 시장통 골목 곳곳에서 짙고 풍만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참돔배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상어 녀석. 경북 지방의 제수용 생선으로 널리 쓰인다던가. 세모꼴 이빨이 원통하다.

 

원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던 게 원조라고 하는데, 요새는 거의 이런 꽁치로 만든단다. 살가죽이 말라비틀어질 지경.

 

흔치는 않지만 이렇게 청어로 만들어진 과메기도 곧잘 내걸려 있었다. 아쉽게도 이 녀석들은 시식용이 없더란.

 

 좌판마다, 상점마다 맛보기로 내건 (꽁치) 과메기 시식을 하나씩 하며 시장을 걷다보니 배가 부를 지경이다.

 

입으로는 시식을 권하며 쉼없이 과메기의 껍데기를 벗기고 꼬리를 떼어내던 그네들의 손놀림은 가히 생활의 달인급.

 

 아무래도 살짝 찝찝한 건 없지 않았다. 과메기 클러스터, 형님 예산, 만사형통 따위의 단어들이다.

 

포항까지 내려와서 네놈의 이름 석자를 들을 줄은, 그래도 몰랐다.

 

에라이,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하얗게 성에가 내려앉은 동태의 썩은 눈깔같은. 

 

성황이다. 주말이라 그랬는지 서울같은 먼 곳 말고도 인근 지역에서도 총출동한 듯 하다.

 

 꼬리에 철사를 꿰고는 물구나무선 채 해풍에 노닐던 생선들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묵직하고 맛깔스런 핑크빛의 몸뚱이를 가진, 지느러미가 촘촘한 생선도 있었다.

 

 그런 생선들의 장막 뒤로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계신 아주머니들.

 

 그리고 마치 커튼처럼, 시장통의 어느 예기치 않게 한적한 모퉁이에서 건너편 풍경을 미묘하게 가리는 생선들의 버티컬.

 

붉은 대게 한마리가 붉은 벽돌 건물벽을 기어오르다 잠시 쉬어가는 중.

 

그리고, 오랜 세월 사람들의 질척한 발길과 무수한 생선비늘로 갈고 닦인 이곳 죽도시장의 분위기만큼이나

 

운치있고 정감어린 돼지국밥집의 모자이크 창문 하나.

 

 

 

얼마전 드디어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한 박물관, 단어가 좀 이상하지만 '박물관'이 생겼다는 기사는 봤었다.

 

독립공원 내에 지어지기로 했다가, 광복회 같은 단체에서 '격이 다르다'며 건립에 반대했다던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 vs '피해자 한국'의 구도로만 보는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생각했던 사건이었다.

 

 

어쩌면 좀더 깊숙하게는 '전쟁' 상황에서 '여성과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국가 폭력의 문제, 남성들이 가하는 폭력의 문제까지

 

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여성', '인권' vs '전쟁'시 증폭되는 남성성의 문제, 그게 본질인지도 모른다. 한일간의 국가간

 

문제가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간에 붙은 이름은 무척이나 명확했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가는 길은 참, 참담하도록 허술하고 허름했다. 제대로 된 표지판 하나 없어 종이로 전봇대에 붙여놓은 화살표가 전부.

 

쓰레기 무단투기 경고판이 그나마 화살표를 가리고 있어서 눈 크게 뜨고 돌아보지 않고는 찾기도 쉽지 않은.

 

일본에 대고 국가 배상을 해라 말아라, 한국 정부는 떠들지만 말고 이런 기억의 장소부터 제대로 챙길 일이다.

 

 

드디어 나타난 간판. 늦은 가을, 혹은 초겨울의 날씨에 붉은 단풍이 서렸다. 근데 아무래도 '박물관'이라는 단어가 좀.

 

박물관 건물 전경. 독립공원 내에 입주를 포기하고 찾은 곳이 홍대입구에서 멀지 않은 이 곳의 가정주택이었다고 한다.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39-13 (월드컵북로11길 20)

 

 - 개관시간 : 13-18시 (화-토, 수요일은 수요집회 후 15-18시)

 

 - 홈페이지 : www.womenandwar.net

 

 - 전화 : 02-365-4016

 

 

얼마전 트위터에서 '미디어몽구'님이 앞장서서 모금운동을 펼쳤던 걸로 기억하는데, 할머니들 수요집회 다니시거나

 

외부 활동 다니실 때 쓰시라고 기증된 차량도 볼 수 있었다. 모금한 분들의 이름이 하트 모양을 그리며 새겨져 있었던 핑크빛 차.

 

건물 귀퉁이에 조그맣게 있는 입구.

 

마침 수요일이어서, 수요시위를 마친 오후 세시부터 관람하러 들어갈 수 있었다. 보통은 오후시간만 개관.

 

입구를 들어서면 나비들이 날아오르는 동영상이 쉼없이 돌아가는 벽면의 설치물, 그리고 매표소.

 

카드 사용이 불가하며 일반인은 3,000원, 청소년은 2,000원, 어린이는 1,000원.

 

지하 1층, 1층, 2층으로 구성된 전시공간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슬픔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고,

 

개별 전시공간은 유기적인 이야기로 잘 엮여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입장료를 내면 티켓을 받는데, 매일 다른 할머니와의 인연을 맺게 된다고 한다.

 

11월 21일, 홍강림 할머니와의 연을 맺었지만, 이 분은 이미 스러져가신 다른 많은 할머니들처럼 세상을 뜨셨다.

 

"일본 정부는 증거가 없다고 하는데,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이 그대로 증거입니다!"라고 외치시던 분들.

 

유일하게 촬영이 허용된 곳은 2층의 소녀상. 비어있는 의자 옆에 두 주먹 꼭 쥔 소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깜박이지도 않고 응시하고 있는 곳은, 수요집회의 영상. 할머니들이, 지지하러 온 사람들이 확성기의

 

웅웅거리는 소리를 머금고 일본 정부에 외치고 있는 영상이었다. 위안부의 존재조차 여전히 부정하는 그들을 향한.

 

슬픈 듯 분노하는 듯, 아니면 차라리 안타까워하는 듯한 그녀의 눈빛. 어깨에 앉은 새 한마리.

 

의자가 두 개, 앉은 사람은 하나. 저 소녀가 혼자 진창같은 삶을 살아오다 진실이 알려진 게 고작 1991년이다.

 

이십년이 넘어가지만, 저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해야 할 사람들의 수는 적기만 하다. 일본 정부나 한국 정부를 막론하고.

 

작년인가, 헌법재판소에서 그간 한국정부가 필요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다던데, 바뀌려나.

 

2층에서, 금지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한 장 굳이 찍고 말았다. 이게 뭐냐하면,

 

위안부를 상대하는 군인들에게 지급된 콘돔이다. '돌격'이라고 쓰여진 콘돔...돌격이랜다. 끔찍한 표현.

 

 

정신대, 처녀 공출 따위 여러 표현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따옴표까지 포함해 '위안부'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위안부'라는 표현 자체가 남성의 시각에서 쓰이는 표현이기 때문에 따옴표 안으로 넣었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군대(국가 폭력)에 의한 집단적/조직적 강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2층 테라스의 추모관. 하나둘 세상을 뜨시는 할머니들이 벽돌 하나하나를 비석삼아 쉬고 계셨다.

 

나와 연이 맺어진 홍강림 할머니, 누군가 놓고 간 붉은 장미가 흐드러지게 벌어졌다.

 

그리고 박물관 앞뜰. 날이 좋으면 이곳에서 문화행사도 열고 담소도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 이날은 찬바람만 머물렀다.

 

돌아나오는 길. 굉장히 먹먹해진 무거운 마음으로 나오는데, 입구 겸 출구인 곳 앞에서 나비떼가 확 번져갔다.

 

그리고 들어갈 때 미처 보지 못했던 돌무더기 한 줌. 어찌 보면 장수를 기원하는 거북이같이 생기기도 했고,

 

그 위에 묵직하게 얹힌 돌멩이들 하나하나가 왠지 위안부 할머니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

 

나도 돌 하나를 얹어놓았다.

 

찾아가는 길, 그리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관련 정보 다시.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39-13 (월드컵북로11길 20)

 - 개관시간 : 13-18시 (화-토, 수요일은 수요집회 후 15-18시)

 - 홈페이지 : www.womenandwar.net

 - 전화 : 02-365-4016

 

 

ⓒ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

 

 

1) 한국정치가 양당제로 고착화될까.


유럽과 같은 다당제가 이념정치, 계급정치가 가능할 거란 점에서 우리나라 의회정치도 그렇게 가는 게 이상적이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회의적이 되어간다. 특히 지리멸렬해진 진보블록을 대신해 치고 나온 안철수의 역할과 성과가 문제가 될 텐데...만약 그가 자체의 정치세력을 만들어내고 일정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이제 한국사회는 양당제가 고착화되지 않을까.

안철수가 뭔가를 제대로 해내기는커녕 이쁘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제3세력에 대한 대중의 냉소와 불신은 팽배할 테고. 이미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불러낸 대중들의 피로감과 분노를 가중시키는 존재가 되어가는 듯 하다. 그렇다면 역시, 한국도 미국처럼 양당제로 고착하게 되는 걸까. 심지어 미국보다 못한 식의 중도우익과 극우세력의 양강구도가 되리라 예상되지만.

 


2) 진보정치세력의 구심은?


이른바 재야나 운동권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건설된 진보정당에서 지켜온 의회 내 진보정치의 기치는, 어느덧 아웃오브안중이 되어가는 거 같다. '진보', '개혁', '복지', '경제민주화' 따위 단어에 대한 소유권도 모두 넘어가버렸고 좀처럼 회복될 거 같지도 않다. 이는 진보정당의 한계기도 하고, 이나라 민주주의와 '계몽'의 한계기도 하다. (안철수 현상의 안쓰러운 미망을 보라) 의회정치 내에서 진보적 가치를 표방할 수 있으려면 진보정당이 아니라 차라리 민주당 내 진보블록을 미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의회 밖의 정치적 필드는 별도로 치고)

 


3) 비판적 지지의 문제


이념적 비전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든 현실은 찔끔찔끔 변한다 했을 때, 보다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 뭘지에 대한 고민이다. 페이퍼당원이나마 진보신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당에서 미는 후보가 아닌 타당의 후보를 이렇게 거리낌없이, 혹은 절박하게 미는 경우는 또 처음이니까. 진보신당의 공식지지 후보 김소연 후보, 그녀의 자격과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현재로선 문재인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문>박,안)

 


4) 선택지에 대한 고민...박과 안의 비교.


다만, 단일화된 결과 안철수가 야권 후보가 된다면 다시 난 고민하게 될 거 같다. 그에게 기본적인 국정운영의 능력과 자원이 있을까. 정치라는 것에 대한 그의 얕은 인식과 부정적인 시각에 더해서, 도대체 그가 가진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능력은 무엇인지 문제해결능력-정치력-은 있는지 뭐하나 알 수 없단 점에서 그렇다.
수첩공주라지만 박양은 할튼 조조처럼 재사들을 주위에 많이 모으고 있고, 독재자의 딸이라지만 그건 이제 까봐야 먹히지도 않으며, 민주주의적 감수성이나 가치관이 부족하다지만 기성 정치인들 대개 오십보백보인 거 같기도 하고. 최소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되지 않을까. 박양이 된다고 애비처럼 독재를 하거나 총칼로 짓밟진 않을 테고 뭐, 엠비만큼 하겠지...니미.


굉장히 우울한 그림이지만, 안철수가 하면 뭐가 나아질까, 그리고 뭐가 불안해질까를 계량했을 때. 난 안과 박양 둘다 지랄같은 결과일 거 같아서. 그땐 차라리 진보정당의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현재로선.

 

 

4-1) 안철수에 대한 단상

 

정치개혁'이라는 말을 협소한 지평에 지 나름의 상식에 가둬놓고는,
피와 살이 느껴지지 않는 '국민'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모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단어, '개혁'과 '변화'의 이미지를
냉소의 도가니에 빨아제낀 걸레짝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

대체 안철수가 바라는 '정치개혁'이라는 건 뭘까.
감성적으론 알 듯 말 듯 하다가도, 정작 디테일은 없다.
니들이 알아서 국민의 소리를 들으면 정답이 나올 거다, 라는 식인데
이건 어쩌면 자기도 뭘 어째야 할 지 몰라서일지도.

* 이번에 다시 국회의 구조조정/정리해고를 말하는 꼬라질 보고 확 열받아서.

 


5) 요약.


박양이 대통령이 될 거 같고, 안철수는 엑스맨인 거 같고, 문재인과 민주당은 확연한 진보성은 고사하고 리더십도 전략도 없는 거 같고. 그런데 진보정당은 다 말아먹었고. 당비가 아까울 지경이고. 뭐 이딴 지랄같은 상황이 도래하고 말았는지 니미.

 

게다가 더욱 좌절스러운 건, 엠비5년의 시점, 나라의 가치관과 비전과 성장/분배전략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굉장히 큰 공간이 열렸음에도 이지경이라는 점. 분명 큰걸음 한발자국 왼쪽으로 뗄 수 있는 객관적인 호조건이 도래했음에도.

 

 

 

 

 

 

 


촛불이 지나가고, 남은 건 좌절과 냉소뿐이었다.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출발하여 정치에 대한 냉소로 끝난 싸움.

 

그건, 이른바 '시대정신'이라 거창하게 호명되는 일반대중의 정서가 어느결엔가 돌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것이기도 하다.

 

 

불신과 냉소의 악순환.



촛불의 실패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고, 우선 촛불이 실패했는지에 대한 평가부터 다르겠지만 내겐 그렇다.

 

촛불은 아무 것도 얻지 못했고, 아무 것도 저지시키지 못했으며, 촛불을 든 스스로조차 거의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안으로 더욱 옹송그린 채 냉소만 머금게 만들었으니 철저하게 패배한 싸움.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정치에 대한 거부, 부정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질서유지선 안에서 '상식' 수준에 머문 채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하나'였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도, 어떤 의제도, 그들을 대변하거나 응집시키지 못했다.

 

광우병 걸리기 싫다는 정서만 공유했을 뿐,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지,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전되지 못한 건 그래서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심화시키는 과정, 그 소란스러움과 긴장감이 바로 정치의 본령일진대 그걸 거부했다.

 

(논쟁이라 부르기도 어설픈 '비폭력 논쟁' 나부랭이가 고작이었고, 유모차 부대는 '해맑은 아이들의 눈에 맨날

 

싸움박질만 하는 정치인들은 부끄럽지 않나요' 따위의 신화적 정치에의 감성에 감응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안철수.

 

 

변화를 원하지만 정확히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게다가 정치를 혐오하도록 교육받은 사람들이 켜든 또다른 촛불이나 다름없지 싶다.

 

현상타파의 눈먼 의지(혹자는 그 눈멀었음을 상식이라 포장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정치(과정)에 대한 불신과 정치 그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마도 2012년 대선후보 안철수라는 아바타에 투영된 '시대정신' 아닐까.

 

 

대선에 뛰어든 이후 현재까지 그가 보여준 짧막한 말들과 모호한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건,

 

대개 그런 식의 '정치에 대한 부정/거부', 정치에 대한 혐오에 그 뿌리를 기대고 있는 '앙상한 상식' 뿐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식으로라면, 그가 만의 하나 대선에 승리한다고 치더라도 별반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가치판단과 입장이 없는 '상식'에 기대어 공공의 장에서 발언하고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는 데다가,

 

어떤 정책을 어떠한 철학으로 펼쳐낼지에 대한 공백상태에선 또다시 대중의 열광은 냉소와 불신만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촛불을 거치며 크게 소진해 버린 변화와 혁신의 욕망, 그 에너지가 다시 방향을 잘못 찾고 소진되어 버리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암울하게도, 지난 촛불의 낯부끄러운 패배와 뒤따른 냉소의 시기..수년간의 절망은 곧 재연될 거 같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에도,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에도, 준비 안된 안철수가 되는 경우에도)

 

 

안철수를 보면 촛불이 떠오르는 이유다.

 

 

 

 

 

* 참고삼아 읽어둘 만한 글 하나.(글 내용과 크게 관련은 없지만)

 

 

촛불시위 2년, 내가 쓰는 ‘촛불 반성문’ (시사평론가 유창선, 2010. 5월)

 

 

 

광주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신묘역) 앞에 선 안내판에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있다.

 

"손수레나 청소차에 실려와 5.18 구묘지에 묻혀야 했던 분들을 이곳에 모셔와 안장했다"는 문구다.

 

(광주 망월동 신묘역, 이 곳에 선 문재인과 안철수는 무엇을 보았을까.)

 

 

1980년 5월이 무려 17년이나 지난 1997년에야 비로소. 그리고 나서 구묘역은 잊혀지고 버려지다시피 했다.

 

정치인들도 찾지 않고, 아마 2004년이던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찾았던 게 거의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전례다.

 

 

그렇지만 구묘역은 여전히 5.18의 기억들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으며, 광주의 비극을 초래한 학살자 전두환과의

 

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가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12년 9월말의 다음 기사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문 후보는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 1980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박관현 열사 등 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문 후보는 또 정치인들이 잘 찾지 않는 옛 묘역을 찾아 87민주항쟁 때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묘역도 참배했다.

문 후보는 "이분들 덕분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있는데 자꾸 후퇴하니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구 묘역 참배를 마치고 나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민박기념비'가 이곳에 묻혀있다는 얘기를 듣고 되돌아와 이 비를 발로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민박기념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2년 전남 담양군 마을을 방문한 뒤 세운 것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1989년 이 비를 부순 뒤 구묘역 입구에 묻어 사람들이 밟고지나가도록 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2012. 9. 28. 기사 발췌.

 

 

 

문재인이 이 곳을 굳이 찾았다는 것, 그리고 굳이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나왔다는 건 어쨌든 유의미한 퍼포먼스다.

 

게다가 망월동 신묘역 안의 민주 열사들 영정 앞에서 저리도 해맑게 웃고 치우는 누군가와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신묘역의 후문,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열사들의 영정 앞에서 파안대소를 했던 곳을 지나 조금만 더 걸으면 나타나는

 

후문을 나와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구묘역이다. 전두환 정권의 회유책과 묘지 이장 책동에도 불구, 여전히 5.18 희생자가

 

119분이나 안장되어 있으며 이후의 민주화 투쟁 중 살해된 열사들이 함께 모셔져 있는 곳이다.

 

이 곳이다. 제대로 다져지지도 않은 땅, 틀도 잘 갖추지 못한 채 제각기 색다르고 형이 다른 비석을 명패삼아 모셔진 분들.

 

그리고, 올라서는 곳 들머리에는 아스팔트가 커다랗게 구멍이 난 채 뭔가를 물고 있었다.

 

대충 식별되는 글자는, 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마을...

 

옆에 선 안내판의 내용을 (조금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 놓기로 한다.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현장.

 

민족의 반역자요 광주민중 학살과 자주 민주 통일의 원흉 전두환이 자기 죄를 은폐하고자 학살현장인 광주를

 

방문하지 못하고 1982년 3월 10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 잠입하여 민박 기념비를 세웠다.

 

이에 복받쳐 오르는 분노와 수치심을 참을 수가 없어 1989년 1월 13일 이 비를 부수어 이곳에 묻었나니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곳을 짓밟아 통일을 향한 큰길로 함께 나아갑시다.

 

영령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1989년 1월 13일

 

 

광주, 전남 민주동지회"

 

저런 허름하고 낡은 '흔적'들이 아니었다면, 이 곳은 그저 여느 동네 야산의 공동묘지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을 뻔 했다.

 

그만큼 더욱 안타깝기도 하고, 무언가 이 나라의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강렬히 보내는, 그야말로 세계의 끝이다.

 

인혁당과 민혁당을 헷갈렸던, 프롬프터에 오타가 났던 박근혜의 진정성 없는 사과는 그들에게 상처만 더한 건 아닐까.

 

인혁당 유가족분들이 최근에 다녀가신 듯 싱싱하고 새하얀 화환 하나가 제대 위에 놓였다.

 

(그 옆에는 최근에 다녀간 문재인 대통령후보의 화환도 있었지만, 바람이 불었는지(?) 엎어진 채 꽃이 모두 시들어있었다.)

 

'진보적 정권교체'의 붉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열사들, 이름이 있고 없고간에, 이 땅의 정신적 영토와 면면한 흐름을

 

지켜내온 그들은 총칼로 나라를 지켜낸 사람들만큼은 최소한 존중받고 기억되고 기려져야 하는 거 아닐지.

 

그렇기는커녕 거꾸로 흐르는 세월 탓에 저들은 무덤에 누워서까지 붉은 머리띠를 동여맸다.

 

구묘역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마한 꽃집. 색색깔의 꽃다발과 여러겹 펼쳐진 파라솔의 색감이 꽤나 화려하고 이뻤지만

 

왼쪽으로 시야에 걸린 '광주'라는 두 글자가, 그리고 묘역의 스산하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모두 잠식해버리고 말았다.

 

떠나기 전. 여전히 떵떵거리며 호의호식중인 문어 대가리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꺼이 즈려밟고 침을 뱉어주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그, 피해자 중 한명이었던 정치인으로부터 사면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나머지로부터는 아니다.

 

게다가 스스로 뉘우침이 없이 29만원이 전재산이라며 불법 축재물에 대한 추징조차 피하고 있는 그런 괴물은 사람도 아니다.

 

 

 

 

 

 

 

 



일시 : 2012년 7월 4일(수) PM 05: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이 사진에서 보이는 손글씨 여덟자를 댓글로 적어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ex. 언론자유 보장하라!, 2mb18noma@daum.net)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6장


 


In Honor of

the hopeful bloggers of the Tistory


Ytzsche

(
http://ytzsche.tistory.com)

requests the pleasure of your joining

at
www.Tistory.com

since Wednesday July 4, 2012



R.S.V.P
ytzsche.tistory.com


 

 

 

 

아이폰 사진폴더에 지저분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몇 장 선별해서 올렸던 포스팅들에 이어.

 

 

잡다구레한 사진들이지만 나름 하루하루 일상을 짚어나가고 있어서 재미있는 듯.

 

어느 고등학교였더라, 무슨 자격증 시험감독으로 나갔을 때 교실 형광등스위치에서 발견한 낙서. 딱 남고 수준.

 

또다른 학교의 또다른 자격증 시험감독이었던가, 고루하게 나가던 교훈에 급 '훈훈한 우리'라니. 훈훈한 교훈.

 

추석 때,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가져왔던 문제집 푸는 걸 도와주다 만난 문제. 담배피는 그림이라고 했었다, 이녀석.

 

무역의 날 행사, 이제 그만 좀 보고 싶은 그 사람.

 

뭔가 기분이 아주 더러웠던 날, 어느 술집에 장식되어 있던 성생활 교과서.

 

이런 기사는 기억해둘만하지 않을까, 싶어서 제목만 덜렁 뜬 연합의 속보를 캡쳐.

 

매달 나가진 못하지만, 영유아 보호센터에서의 봉사활동. 색색의 형광펜이 그참.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이번 겨울, 동면에 들어간 오토바이는 그래도 이삼일에 한번씩 시동을 걸어줬었다.

 

뭔가 삶에 흔들림없는 '영구 지침'이 생긴 건 아닐까, 설레던 맘 가득하던 그 때.

 

강릉 경포 앞바다를 보겠다고 무작정 떠났던 그 겨울, 그 바다. 그리고 만화책 한 컷.

 

 

오물렛? 오믈렛 아니고? 오물오물 오물렛.

 

선유도 공원의 어느 벤치에 누워서 누군가에게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 생각했었다.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이 곧 올테고 그러고 나면 가을. 사계절이 한번 도는 셈이다.

 

부모님이 최초의 커플폰이자 스마트폰으로 프라다폰을 들여놓으셨던 날.

 

속초의 갯배를 타러 걷다가 발견했던, 암수 서로 정다운 저 복어 두마리.

 

유난히 과시성 국제행사가 많던 시절, 핵안보정상회의 때 받아들었던 비표.

 

어느 금요일 오후, 겨울비가 주룩대며 낙하하던 비사이로 막 내달리며 7시간짜리 마라톤 워크샵을 하러 가던 날.

 

새롭게 시작하는, 이전부터 생각은 있었던 그림 그리기. 팔레트에 물감을 짤 때의 느낌이란.

 

서울과 울산을 당일로 주파하는 코스란 생각보다 녹록치는 않았지만.

 

만수무강을 위해 오토바이를 팔고 나니 자전거를 사야 하나, 볕좋고 바람좋은 날씨에 싱숭생숭.

 

일단은 걷고 있다. 족저근만염을 막기 위해 출퇴근은 정장에 트레킹화로 대체.

 

다시 찾았던 강릉.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흰색과 검은색의 모노톤으로 채색은 끝.

 

문득 시선을 잡아당겼던 작품 하나를 다짜고짜 폰카로 찍어서 저장.

 

올해 건강검진은, 사람을 물총새로 변신시키는 대장내시경을 처음으로 포함시켜보았다.

 

그야말로 5월의 햇살. 눈 깜짝하니 벚꽃이 사그라들었고 뜨거운 햇살이 촘촘해졌다지만.

 

온통 산산조각이 난 푸우를 겨우겨우 맞춰놓았지만, 배은망덕한 녀석은 오른손에 총을 쥐었다.

 

한강둔치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성산대교의 야경. '행복'이란 추상어의 구체적 현현.

 

지하철 플랫폼에 적힌 시들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때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딱 와닿는 때가 있다.

 

 

 

 

총선이 끝난지도 벌써 한달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엉망이다.

 

역사에 죄를 지은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자중지란 중이고,

 

제버릇 개 못주는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들은 '진보/좌파'에 '종북'의 똥물을 뒤집어 씌우고 있으며,

 

여전히 '쫄지마씨바'를 되뇌이며 모 아니면 도, 우리편 아니면 남의편, 이란 이야기중인 나꼼수도 곁다리다.

 

 

애초 거리의 만담꾼인 그의 인기를 제도정치권에서 어찌해보려 한 민주통합당의 꼼수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

 

나꼼수 자체는 애초 그랬듯 그저 듣고 즐기는, '정신승리'를 위한 자위 같은 거였다고 생각해서 이야기할 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꼼수 자체가 불러들인 역기능과 폐해도 적지 않은 데다가

 

총선 패배의 일정 기능을 담당한 그의 패거리와 일종의 자극적인 인트로덕션 이상의 기능은 불가능한 그들의 수준을

 

감안하면. 오마이의 이 글이 다소 공격적이다 싶긴 하지만 그다지 틀린 말은 없어 보인다.

 

 

 

 

 

이번에는 나꼼수와 김어준이 틀렸다
[정치 톺아보기] 반MB와 '쫄지마 씨바'는 약발 끝?

 

 

 

서울 대학로 <나는꼼수다>(나꼼수) 카페 '벙커'에 마련된 녹음실.
ⓒ 권우성
나꼼수

 

나는 600만 명이 다운로드 받았다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딱 한 번 들었다. 그 뒤로는 한 번도 듣지 않았다. 끊임없이 '사실'에 천착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설(說)을 전파하는 공간에서 웃고 즐기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나꼼수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도 나는 논평할 가치를 못 느꼈다. 왜? '개그'니까. 전직 국회의원이든, 정치평론가이든, PD든, 기자든 개그 프로그램에 나온 이상은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 그것은 개그일 뿐이다. 개그에 정색을 하고 논평을 하는 것은 모기 잡자고 칼을 빼어든 것만큼이나 우스꽝스런 일이다.

 

개그는 아니지만 증권가 소문을 집대성(?) 해놓은 '찌라시'에도 설이 난무한다. 일부 언론사는 찌라시의 정보를 가공해 돈을 받고 팔기도 한다. 그런데 찌라시 정보의 절반은 나중에 실제 사실로 확인되곤 한다. 찌라시에도 절반의 사실과 절반의 설이 섞여 있는 셈이다. 그 사실과 설을 구별하는 것은 기자의 몫이다.

 

 

'나꼼수'와 '찌라시'의 공통점은 사실과 설의 혼재

 

그런데 나꼼수는 사실과 설이 구별되지 않고 섞여 있다(김어준이 나꼼수에서 전파한 사실 아닌 설들을 여기에 열거하는 것은 지면 낭비다. 설령 그것이 '사실 반, 설 반'이 아니라 '순도 99%의 사실과 1%의 설'을 배합한 것일지라도, 설은 설일 뿐이다. 오히려 99%의 사실 속에 숨긴 1%의 의도된 거짓은 전체를 사실로 믿게 하기 때문에 더 나쁜 거짓말이다).

 

그래서 찌라시에 실린 것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 것처럼 나꼼수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치를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라는 공론의 장에서 하는 얘기라면 상황이 다르다. 김어준은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나꼼수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비로소 언급할 가치를 느끼게 했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어준의 상황 인식과 진단은 틀렸다. 김어준의 <한겨레> 인터뷰(우리가 15석 날렸다는 덧씌우기는 진보·보수의 '국공합작', 4월 28일자)를 보면, 그가 중증의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김용민의 출마와 막말 논란에도 사퇴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선거 패배의 나꼼수 책임론을 방어하는 김어준의 논거는 ① 가카는 모든 일을 주관한다는 '가카 결정론' ②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진영논리와 승리 이데올로기 ③ 만사형통의 '조중동 프레임'의 세 가지다. 그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모든 것이 '가카'(MB)와 박근혜 그리고 '조중동 프레임' 탓이라는 피해망상이다.

 

 

[오류 ①] 가카는 모든 일을 주관한다는 '가카 결정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 이정민
나는PD다

우선, 그가 보는 정치-사회 현상의 본질은 일종의 음모론이다. '가카가 매사에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주관한다'는 '가카 결정론'이다. 그는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까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쫄지마 씨바'라는 나꼼수의 구호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명박은 박근혜가 자신을 완전히 털고 갈 수 있도록 검찰을 동원해 자신이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는데, 그 안에는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검찰이 갑자기 엄정해져서 이명박 측근을 우수수 잡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순서와 수사 강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게 바로 이명박이 여전히 갖고 있는 힘이다."

 

나꼼수가 '쫄지마 씨바'라는 애티튜드(태도)를 고수해야 하는 근거로 내세운 것은, 그가 별다른 근거없이 '이명박과 박근혜의 거래' 가운데 하나로 추정한 '가카가 만든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어준은 "그런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고 믿는 근거는 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이렇게 바라본다. 다른 사람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박근혜와 '가카'의 거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방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어준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觀心) 현대판 미륵'?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 어디서 많이 본 '시추에이션'이다. 그렇다. 후삼

국시대 궁예의 '관심법'(觀心法)과 일맥상통한다. 궁예는 자신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觀心) 미륵'이라고 칭했다. 중세 암흑시대의 마녀사냥도, 공산주의자를 때려잡던 매카시즘도 같은 이치다. 누구든 낙인이 찍히는 순간, 역도(逆徒)가, 마녀가, 공산주의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곧, 죽음이다.

 

그는 심지어 김용민의 총선 출마 배후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가카다"고 단정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정봉주가 빠진 뒤~'라고 하는데, 그는 빠진 게 아니라 계속 까부니까 잡혀간 거다"면서 "우리는 그런 가카의 결정을 그냥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MB가 정봉주를 잡아가두는 바람에 '제2의 정봉주'(김용민)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계속 까부니까 잡혀간 거"라는 출마의 전제부터가 틀렸다. '가카'는 그의 주장처럼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죽은 척하는 게 아니고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한 '식물인간'이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레임덕 대통령'의 힘이 빠진 근거는 차고 넘친다.

 

이번 선거는 철저히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선거였다. MB는 이번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 단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봉화 전 차관은 공천위에서 공천이 취소되는 바람에 청와대 몫은 단 한 명이었다(지난 2008년 총선 공천 때는 이정현 의원과 임두성 전 의원 등 2명이 비주류였던 친박계 몫이었다).

 

역대 총선에서 MB처럼 '배제'된 대통령은 없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MB처럼 총선에서 '배제'된 대통령은 없었다. MB가 건국 이래 치러진 11번의 직선제 대선에서 가장 큰 530여만 표(22.6%P) 차이로 2위를 따돌린 대승을 거둘 때만 해도 임기말 총선 공천에서 청와대 몫이 '단 한 명'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랴? 다 '가카'가 자초한 것인데.

 

지난 2010년 8월 MB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현오 경찰청장을 임명했을 때 이미 후임 경찰청장은 이강덕 당시 부산경찰청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경찰대 1기 출신으로 '영포 라인'인 이 청장은 실제로 서울경찰청장에 기용됨으로써 차기 경찰청장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MB는 임기말에 쓰려고 아껴놓은 '이강덕 카드'를 쓰지 못했다. 사실상 박근혜측의 '비토'로 인사청문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통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한 명 공천하지 못하고, 임기말 경찰청장도 '자기 사람'을 임명하지 못할 만큼 힘이 빠져 있는데도 '가카가 설정한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 운운하는 것은 나꼼수에서나 통용될 법한 '개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선거는 철저히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선거였다.

 

그런데도 나꼼수에 대한 탄압을 견뎌내고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 국회의원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했다는 출마 논리는 구차하기 짝이 없다. 김용민은 자신의 출마 배경을 "'나꼼수' 안했으면 정봉주는 감옥갈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또한 가카가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만사를 주관한다는 '가카 결정론'과 맥이 닿아 있다. 자신이 싸우는 상대방에 대한 조작된 공포의 극대화를 통해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특히 김용민이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국회의원이 되면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나꼼수가 제기해온 여러 의혹들을 좀더 자유롭게 파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데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회 본회의장을 '개그 콘서트' 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오류 ②] 남이 하면 불륜, 나꼼수가 하면 로맨스?

 

지난 4월 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삼두노출' 번개모임에서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 김용민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가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나꼼수

 

김어준의 두 번째 오류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진영논리와 승리 이데올로기다. 김어준은 막말 파문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김용민에 대한 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극단적 대결 국면에서의 사퇴는 지지층의 정서적 전선을 무너뜨리고 상실감과 열패감을 부른다"면서 "이건 논리적 설득으로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금품수수 논란 때 진영논리로 그를 감싼 것에 대해서도 김어준은 "곽 교육감이 저들의 공격을 받아 사퇴했다면 지지층은 정서적으로 무너졌다"면서 "곽 교육감이 사퇴했으면 박원순 후보는 졌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가설'을 합리화했다. 그의 단언과 자기 합리화의 근거는 이번에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관심법'인 것이다(그런 논리라면, 그가 사퇴를 안하고 버티는 바람에 향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오는 대선에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도 함께 실시하기 때문에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도 성립한다).

 

김어준은 조작된 공포의 극대화와 나꼼수의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나꼼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사건의 형평성과 사찰 및 도청 의혹을 연관지어 제기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그는 선관위 고발을 탄압으로 받아들이냐는 질문에 "나꼼수 진행자는 민간인 사찰의 직접적 대상이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또 "우리의 전화가 도청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나꼼수에서 뱉은 '이바구'처럼 의혹일 뿐, 확인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서울시 선관위는 4·11 총선기간인 4월 1일부터 10일까지 8차례에 걸쳐 민주당 정동영 후보와 김용민 후보 등 특정 후보를 대중 앞에서 공개 지지하고, 대규모 집회를 연 혐의로 김어준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의 고발 취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언론인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김어준은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발행인이고 주진우는 현역 기자 신분이므로 형식논리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언론인'이 분명하다.

 

그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만 한다고 믿은 일을 했지만 선관위는 당연히 했어야만 하는 일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선관위가 공정했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손수조 후보의 카퍼레이드나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해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박근혜 위원장을 편드는 논설을 내놓았던 (이상일)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문제를 지적했어야 한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는 정당의 대표자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언론인'인 자신의 행위를 동등 비교한 것은, 이른바 '나꼼수 삼두노출' 카퍼레이드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박근혜와 자신을 '동급'으로 보는 착각이다. 또 그의 지적처럼 '친박' 성향인 이상일 논설위원이 박근혜를 편드는 논설을 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해 놓고 그런 논설을 쓴 것과, 그런 논설을 쓴 뒤에 비례대표 제의가 들어와 응한 것은 차이가 크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상일은 후자다.

 

정봉주 수감이 MB 뜻이라면 곽노현과 한명숙은 어찌 설명하나?

 

'개그'의 장에서는 사실이 아닌 설과 거짓을 전파해도 명예훼손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 강용석이 '개그 콘서트'에서 자신을 풍자한 개그맨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초절정 코미디'였다. 그런데 설과 거짓이 '개콘'이 아닌 언론이라는 공론의 장으로 나오는 순간 달라진다. 물론 나꼼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자신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언론인' 신분임을 알면서도 광장과 공론의 장으로 나와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데 실정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선관위 고발을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김 총수는 차라리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악법'과 싸우기 위해, 다른 언론인들처럼 숨어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내놓고 했다고 떳떳하게 주장했어야 했다.

 

지난 2002년 <오마이뉴스> 사례를 소개하면, 오마이뉴스는 당시 대통령 후보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선관위는 인터넷신문은 정기간행물법상의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후보들의 토론회 참석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막았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 참석하려던 노무현 후보가 두 번이나 발길을 돌리는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오마이뉴스는 <주간 오마이뉴스>를 창간해 정간물로 등록함으로써 <주간 오마이뉴스> 주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편법으로 선거법 장벽을 돌파했다.

 

'@bbk_sniper'라는 트위터 계정처럼 지난 대선 당시 'BBK 저격수'로 맹활약한 정봉주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당시 한나라당측은 BBK 의혹 사건과 관련, 정봉주 의원과 박영선 의원 그리고 정동영 대선후보 등 6명을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고소했다. 그중에서 정봉주만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된 데는 가장 앞장서 정권에 밉보인 탓도 있지만, 그만 혼자 앞장서 검찰에 출두해 진술조서를 받은 탓도 있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은 고소-고발을 취하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이뤄져 명예훼손 부분은 빠졌지만, 1, 2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유포(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상고심도 결론은 같았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3년 6개월 만에 판결한 것은,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은 다른 BBK 피고소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꼼수는 이런 과정과 사정을 생략한 채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른 수감을 MB가 마치 사법부까지 장악해 나꼼수를 탄압한 것으로 호도했다. 그것은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진영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사법부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곽노현 교육감을 법정구속하지 않은 것이나, 검찰이 두 번이나 기소한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두 번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오류 ③] 나꼼수 책임론은 '조중동 프레임'?

 

제19대 총선을 하루앞둔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역 부근에서 열린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 출신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 유세에서 김 후보가 'V'를 만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권우성
김용민

 

김어준의 세 번째 오류는 나꼼수를 비롯한 진영 논리론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조중동 프레임'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어준도 김용민의 막말 논란과 나꼼수 책임론을 '조중동 프레임' 탓으로 돌렸다.

 

김용민 막말 논란이 선거에 미친 영향이 가장 컸다는 지적을 반박하는 근거로 그가 내세운 것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D-6) 중에 매일 전국 유권자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결과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막말 파문'이 김용민 지역구(서울 노원갑)와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 다소 영향을 미쳤지만 전국 지역구 후보의 지지율에는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김용민 막말 논란이) 1~2위에 등장하는 사후 여론조사는 많이 봤지만 그건 결과에 맞춰 거꾸로 원인을 추론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반박했다.

 

"리얼미터처럼 최종 1주일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는 것도 없이 '나꼼수 때문에 15석 날아갔다'는 식의 주장은 조중동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먹은 결과 야권 패배의 책임을 나꼼수에 덧씌우기 위한 일종의 국공합작이 이뤄졌다."

 

요컨대, 선거일 사후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고 사전(D-6~D-1) 여론조사에 근거하지 않은 '나꼼수 책임론'은 '조중동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한 보수와 진보세력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전국 단위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조사 대상 750명을 전국 246개 선거구로 나누면 지역구마다 평균 3명꼴로 설문에 참여한 셈)를 근거로 개별 선거구에 영향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설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그게 왜 가설인가. 데이터인데"라고 반박했다. "나꼼수의 총선 책임론을 인정하지 않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인정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그건 사실이 아니고 틀린 거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번엔 김어준이 틀렸다. 그가 잊고 있는 중요한 전제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4대원칙이다. 이를테면 공개투표가 아닌 이상, 세대별 투표율은 알 수 있지만 세대별 지지율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현장 출구조사나 사후 여론조사로 근사치를 추정할 뿐이다. 그런데도 사전 여론조사(리얼미터)는 '데이터'이고 사후 여론조사는 '가설'이라는 주장은 궤변이다.

 

게다가 한겨레의 지적처럼, 김용민 막말 논란이 선거에 미친 영향을 직접적으로 물어본 사전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선거학회-YTN이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D-4~3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 대상)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6.7%가 김용만 막말이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고연령층(44%)과 보수층(43.5%)에서 더 많았다. 김용민 변수가 새누리당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왔다는 뜻이다. 이는 '조중동 프레임'이 아니고 '민심의 프레임'이다.

 

▲ 총선에 영향 미친 이슈 리얼미터의 사후 여론조사(D+1, 전국 성인남녀 750명)에서도 4.11 총선에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는 '막말 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 리얼미터
4.11총선

 

심지어 리얼미터의 사후 여론조사(D+1, 전국 성인남녀 750명)에서도 4·11 총선에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는 '막말 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선거 다음날 총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에 대해 물어본 결과, '막말 파문'(22.3%)이 1위였고, 그 다음은 경제 민주화 공약(16.1%), 민간인 불법사찰(14.9%), 한미FTA 폐기논란(10.7%), 야권 여론조사 조작파문(9.7%), 북한 로켓 발사준비(5.1%),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3.7%) 순으로 나타났다. '가설'이 아니고 '데이터'다.

 

응답자 특성을 보면, 이 조사에서도 일관된 여론의 흐름이 엿보이는데, '막말 파문'의 영향은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중장년층, 지역별로는 서울(30.1%)과 대전/충청(30.3%),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민간인 불법사찰' 이슈의 영향은 30대, 호남, 민주당 지지층, 진보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막말'은 새누리당 지지성향 유권자를 결집시켰고, '불법사찰'은 민주당 지지성향 유권자를 결집시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자기 진영에 유리한 데이터만 인정하고 불리한 데이터는 배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진영 논리다. 김어준과 나꼼수는 범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20대의 눈길을 정치에 돌리게 한 '치어리더'로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어준이 틀렸다. 방송 1주년을 맞이한 나꼼수의 '반MB'와 '쫄지마 씨바'는 약발이 많이 떨어졌다. 김어준과 나꼼수가 또 다른 기발한 '개그'로 대중을 즐거운 정치참여의 길로 유혹하는 '삐끼'가 되길 바란다.

 

 

 

 

새로 발병한 미국 광우병 10문10답

 


2012년 5월 2일 광우병감시전문가자문위원회

 

 

 

1. 이번에 4번째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의 광우병 방역체계는 믿을 수 있나요?

 

이번의 광우병 발생은 미국의 광우병 방역체계가 믿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젖소 한 마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고 2005년과 2006년에 2,3번째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왜 수입중단조치를 취하고 또 유지했습니까? 소 한 마리의 문제가 아니라 광우병이 발생하게 된 광우병 방역체계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미국의 광우병 방역체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첫째, 미국의 광우병 검사 비율은 약 0.1%로 다른 광우병 발생국에 비해 너무 낮습니다.
미국에서는 1년에 약 3500만 마리의 소를 도축하는데, 그 중에서 0.1% 남짓한 4만 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합니다. 이 때문에 광우병 소가 발생해도 이를 찾아낼 수 있는지 의심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둘째, 미국은 여전히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현행 사료규제 조치로는 광우병의 원천적 차단이 어렵습니다. 소에게 돼지와 닭을 먹이고, 돼지와 닭은 소의 시체로 만든 사료를 여전히 먹고 있습니다. 교차오염의 문제가 남아있고 광우병 위험물질이 돼지와 닭을 거쳐 다시 소에게 돌아가 광우병을 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

 

셋째 미국에서는 앉은뱅이 증상을 보이는 다우너 소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으며, 병들거나 죽은 소들이 동물성 사료(렌더링) 공장으로 보내져 사료로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소도 사료공장에서는 ‘죽은 소중의 한 마리였고 우연히 검사대상에 포함되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으나 정작 농장주는 ‘주저앉는 증상을 보여 안락사시켜 사료공장으로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다우너소가 미국에서는 사료로 사용되며 따라서 광우병 발병인자가 식품순환체계(사료체계 및 인간식품)로 들어갈 위험성을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2. 미국과 맺은 수입위생조건은 다른 나라와 얼마나 다른가요?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 조치가 어려운 것인가요?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다른 나라와 달리 광우병 발생시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조치를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8년 촛불시민들의 항의로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5개국입니다. 그 중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에서 병이 발생하면 즉각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 조치를 실시하도록 수입위생조건 본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1998년과 2006년 수입위생조건에는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시 수입중단 조치를 실시하도록 수입위생조건 본문에 명시되어 있었으나,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가 맺은 이번 수입위생조건에는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을 한다는 명확한 표현이 삭제되었습니다. 대신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통제국의 지위가 변화되어야 수입중단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와 달리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의 조치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한 협정이라는 촛불 시민들의 항의로 이명박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을 하도록 추가협상을 하여 부칙 6항에 수입중단 권한을 포함하는 항목을 넣었습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다른 나라와 맺은 조건에 비해 부족하기는 하지만 한국정부가 수입중단을 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정부는 수입중단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발생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는 것입니다.

 


3. 한국정부는 검역을 강화해서 해결된다고 하는데 해결책이 되나요?

 

전혀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광우병은 소를 도축할 때 뇌에서만 직접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쇠고기제품만을 수입하는 한국에서 검역을 통해 광우병을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 박스를 개봉하여 눈으로 보거나 냄새를 맡는 것으로는 변질이나 이물질 여부등을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항생제 잔류, 중금속 오염, 다이옥신 오염, 살모넬라 같은 세균오염도 기계 장비를 이용한 정밀검사를 해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검역을 강화한다고 하는 것은 광우병 검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국민들에 대한 눈속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했을 경우 그 위험성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입중단조치만이 해결책입니다. 다른 나라와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이라는 조치가 명시된 것은 이 때문입니다.

 

* 검역중단 :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출하여 국내에 수입될 수는 있지만, 검역을 실시하지 않아 검역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상태. 검역이 재개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쇠고기 유입이 중단되는 효과가 있다. 안전하다고 확인되면 검역이 재개되어 예전 수입조건 그대로 수입이 재개된다.

* 수출선적 중단 :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출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으로 검역중단 보다 강력한 조치. 안전하다고 확인되면 검역이 재개되어 예전 수입조건 그대로 수입 재개.

* 수입중단 :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자체가 중단되며, 다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수입중단은 수입이 중단된 후 재개하기 위해서는 수입위생조건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4. 젖소 쇠고기는 한국에 수입이 안 된다는데 사실인가요?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는 젖소 고기는 수입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전혀 없습니다. 소의 품종에 상관없이 30개월 미만이면 수입이 가능합니다. 2011년 미국 연방정부 승인을 받은 도축장에서 291만 마리의 젖소가 도축되었습니다. 이는 미국 전체 도축 소의 8.6%에 해당됩니다. 미국에서 도축된 소 12마리 중 1마리는 젖소 고기입니다. 또 미국에서 도축되는 쇠고기는 젖소인지 육우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품질등급으로만 구별되며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도 젖소인지 육우소인지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현재 촛불시위의 성과로 민간업자의 확인을 통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이 되고 있습니다. 2008년 촛불시위 없이 이명박 정부가 협상한 내용대로 변화가 없었다면 30개월 이상 젖소 고기도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수입되었을 것입니다.


 

5. 유럽이나 캐나다, 일본에서도 수입 및 검역중단 조치가 없다던데요?


 

유럽이나 캐나다, 일본은 한국과 상황이 달라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유럽은 광우병 본산지로서 최근에야 광우병이 통제되기 시작한 나라들입니다. 또 유럽국가들은 미국에서의 성장호르몬 사용문제로 미국산 쇠고기를 거의 수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18건의 광우병이 발생했고 여전히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는 국가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수입을 중단하면 캐나다도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을 중단해야 할 상황입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고 30개월 미만의 SRM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정부처럼 민간기업의 자율사항이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정부가 20개월 미만과 SRM제거를 보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와는 매우 사정이 다릅니다.

인도네시아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후 제한적인 수입금지 조치를 실시하였고, 태국도 수입제한조치를 취했습니다. 한국과 유사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는 국가는 보다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에게 광우병 발생시 수입 즉시중단이라는 약속을 어기면서 상황이 전혀 다른 외국의 예를 드는 것은 올바른 정부의 태도라 할 수 없습니다.


 

6. 비정형 광우병 소는 전염성이 없어 위험하지 않다는데요?

 

근거없는 말입니다. 정형(typical), 비정형(atypical)과 상관없이 광우병은 모두 위험합니다

 

비정형 광우병은 유럽에서 대규모로 번진 광우병과는 다른 광우병원인물질(프리온)으로 발생하는 광우병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상 프리온 때문에 발생하며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전염성이 없거나 약하다고 하는 정부 주장은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아직 비정형 광우병에 대한 연구는 진행중이어서 전형적 광우병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병입니다. 따라서 그만큼 더 조심해야 할 질병이라고 보아야지 일부 연구만을 그것도 왜곡하여 인용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 처럼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며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중에는 이번에 발견된 비정형 광우병(L type)은 전염성이 전형 광우병 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가 있으며, 비정형 광우병의 경우 광우병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늙은 소에서 영장류(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실험적 근거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들은 비정형 광우병이 오히려 정형 광우병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비정정 광우병도 전염성이 있다고 본다면 이번 광우병 발생도 미국처럼 동물성 사료를 허용하는 사료체계에서는 여전히 매우 위험한 광우병 발생입니다. 광우병 걸린 소를 사료로 주면 정형광우병이건 비정형 광우병이건 사료에 광우병 발병인자가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소비자단체인 미국 소비자연맹이 이번 사안에 대해 미국의 동물성 사료 허용체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은 이 때문입니다.


 

7. 10년 7개월짜리 늙은 소라서 30개월 미만만 먹는 한국은 별도조치가 필요 없다는데?

 

물론 2008년 촛불시위의 성과로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만일 애초에 이명박 정부가 체결했던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되었더라면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 똑 같았을 것이고 그 위험성은 훨씬 더 컸을 것입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한국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 것입니다.

 

정부가 지금 가장 큰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30개월 미만 SRM 대부분이 수입되지 않는 상황은 바로 촛불시위가 얻어낸 성과입니다. 그런데도 조선, 중앙, 동아 등 일부 보수언론은 여전히 촛불시위를 ‘촛불난동’이라고 부르며,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시위자들이 반성을 해야한다’고 했던 자신의 말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형식적으로 30개월 미만의 소가 수입된다고 해도 한국의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충분히 안전하다고는 하기 힘듭니다.

미국의 나이 든 젖소 한 마리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그 한 마리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3년 첫 번째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2005년과 2006년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했을 때에는 소 3마리의 문제일 뿐인데 왜 수입을 중단한 것입니까? 그 때도 나이든 젖소가 있었고 비정형 광우병이 2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입중단조치가 유지되었습니다. 소 몇 마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로인해 드러난 미국의 광우병 방역체계가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든 젖소 한마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광우병 발생으로 드러난 미국의 광우병 방역체계입니다. 그리고 1번 질문에서 밝혔듯이 이번에 드러난 미국의 광우병 방역체계는 매우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름과 같은 문제도 더해집니다.

첫째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나이는 미국의 민간기업이 판정하는 것이어서 미국정부가 직접 보증했던 2006년의 한국이나 현재 일본의 수입위생조건과는 다릅니다. 이 때문에 30개월 판정을 믿기 힘듭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30개월 미만의 SRM 중 수입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유럽에서는 소의 장 전체를 SRM으로 규정하는데 한국에서는 소장 끝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SRM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미국 소의 대장 부위 등이 수입되어 팔리고 있습니다.

셋째 30개월 미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했습니다. 30개월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최후의 보루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정부는 이번 광우병이 비정형 광우병이고 사료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는 아직 확실히 증명된 것이 아닙니다. 10년 7개월 된 소는 1997년의 미국의 1차 동물성 사료제한정책 이후로 태어난 소이므로 97년 미국의 사료조치가 광우병 예방에 실패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미 지적한 미국의 광우병 방역체계의 문제(1번 문제의 답 참조)와 한국에서의 허술한 수입위생조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이 필요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보다 확실하고 엄격하게 개정되어야 합니다.

 


8. 정부가 조사단을 파견한다고 하는데 실효성 있는 조사가 가능한가요?

 

불가능합니다.

 

이번 조사단은 구성과정도 며칠만에 이루어질 만큼 졸속이고, 조사단의 구성도 9명중 전·현직 농식품부 공무원이 8명이나 되는 편파적 구성일 뿐만 아니라 역학조사 전문가나 광우병 전문가는 포함되어있지 않아 신뢰할만한 조사단 구성이 아닙니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상 조사단에게 조사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현행 위생수입조건에 미국의 도축장 검사권한이 없어 미국정부가 지정하는 대표적 샘플만 조사해야 합니다. 또 수입시 SRM이 발견되어도 그 도축장에 대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습니다. 반송조치만 하게되고 두 번째 발견되어서도 미국정부가 도축장 승인조치를 취소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재승인도 미국이 하게 됩니다. 새로운 도축장 승인권한도 미국정부가 가지고 있으며 한국은 미국정부가 승인한 도축장에 대해 조사권한을 가지지 못합니다.

 

결국 이번의 민간조사단은 미국정부가 허락한 범위에서 미국정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을 뿐이고 무엇하나 요구할 아무런 권한도 가지지 못한 ‘조사단’입니다.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도 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사 광우병 발생 농장을 방문하더라도 자료조사권 등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또 설사 조사권한이 없더라고 한국이 수입중단조치를 취했다면 이를 통해 미국정부에게 압력을 넣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입도 계속하는데 미국정부가 무엇이 아쉽겠습니까? 이 때문에 조사단 파견이 실효성이 없고 정치적 ‘쇼’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9. 수입중단을 하면 통상마찰과 무역보복을 당하면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나요?

 

통상마찰과 무역보복은 정부의 주장일 뿐입니다. 또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국은 불충분한 수입위생조건에도 불구하고 촛불시민들의 항의로 부칙 6항에 수입중단권한을 명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무역보복은 일어날 가능성이 적습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세계적 경제위기 시기에는 무역규모 12위인 한국에 무역보복을 가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빠진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더욱이 통상마찰이나 무역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 생명과 건강입니다. 유럽연합(EU)은 성장호르몬을 사용한 미국산 쇠고기가 암 등 질병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수입금지 조치에 반발하여 유럽연합을 WTO에 제소하여 승소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여전히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성장호르몬을 사용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통상마찰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사실 통상마찰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 또한 이명박 정부 자신이 엉망으로 맺어놓은 수입위생조건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입을 중단한 후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해야 합니다.

 

 

10.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수입중단조치를 취해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산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하여 애초에 촛불 시민들이 주장했던 바와 같이 개정해야 합니다.

첫째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을 명문화 하고 광우병 통제국 지위변화에 따른 수입중단 조치를 명시한 수입위생조건 5조를 삭제해야 합니다.

둘째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을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되면 수입전면개방으로 갈 수 있도록 해놓은 내용을 고쳐야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방역체계(사료체계, 검사비율 강화, 이력추적제 등)가 완비될 때까지 20개월 또는 최대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수입위생조건 규정으로 제한하여야 합니다. 또한 30개월 미만의 SRM(유럽기준)과 내장 및 선진회수육, 쇠고기 가공제품을 모두 정식규정으로 수입 금지해야 합니다.

 

셋째 이러한 규정의 보증을 현재처럼 민간기업의 보증과 미국정부의 민간기업 인증방식이 아닌 미국정부의 직접보증으로 해야 합니다.

넷째 한국정부가 최소한 미국의 도축장을 불시에 검사할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다섯째 최소한 특정위험물질(SRM) 발견 등 중대한 위반 발생시 도축장 권한을 한국이 취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미국 쇠고기 제품에 도축장 표시를 의무화 해야 합니다.

 

한국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때만, 그리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킬 때만 정부로서 자격이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 당장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중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하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 이것은 정부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1. 은근과 끈기가 미덕인 나라라서 그런가. 새누리당의 선전과 낮은 투표율은, 민통당의 삽질과 기타등등에도 비롯하고

 

결국 이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래도 진보신당은 살아남길 바랬는데.

 

 

#2. 가장 큰 승리자는 MB, 그리고 박근혜. '이명박근혜'란 단어가 승인받은 셈이니까. 박근혜 대통령여왕폐하가 강림하시겠구나.

 

 

#3. MB 4년차에 이런 결과라는 건, 지금이야말로 절망할 때라는 거다. 애써 괜찮은 척 '새누리당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

 

라느니 따위 말장난하지 말고. 승리한 새누리당과 죄씻김받은 MB의 강고한 지지층에 절망하고, 또 반대편의 오합지졸 세력들과

 

여러모로 제한적인 그 지지층에 절망하고.

 

 

#4. 패배에 대한 귀책사유를 여기저기서 찾나본데, 아직 그 '패배'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공약수조차 찾지 못하겠다.

 

선거가 끝나도록 '반MB' 이외의 공약수를 키워내는데 실패한 야권의 무능은, 사실 그 역사가 길고 오래다.

 

 

#5. 말뿐인 '반MB' 구호의 거품이 걷혔다. 누구나 씹고 다니는 게 유행이던 껌조각이 공급과잉에 이르자 일부는 그에

 

음모론과 집단주의를 짬뽕시켜 더욱 자극적인 껌이나 팔고 다니다가 금배지 줏어먹을 뻔하고.

 

 

#6. 분명한 사실 하나, 연초만 해도 새누리당은 굉장한 위기감에 휩싸였었다는 거. 뭐 하나 제대로 해명하고 책임진 것도 없이

 

4/11이 왔는데, 심지어 계속 악재가 있었음에도, 그들이 과반수를 넘보는 제1당으로 건재하다는 건..지금은 절망할 때란 거다

 

 

#7. 김용민 패배와 기타 이슈에 대해 언론의 노골적 편향을 문제삼기도 하지만, 애초 그가 세습받은 공천이 원죄.

 

거리의 재담꾼이 얻은 인기를 선거에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겠다 여겼던 얄팍한 계산 혹은 무개념 역시.

 

 

#8. 나꼼수가 스마트폰처럼 사람들을 감각적이고 '스마트'하게 만들어 성찰하고 숙고하는 힘들고 난망한 정공법을 기피하게

 

만들었다면, 민통당과 통진당은 스마트하지도 못한데 각자의 정공법을 대중에게 한목소리로 전달하는데 철저히 실패했다.

 

각자의 정공법이 애초 있는지도 의문.

 

 

#9. 이토록 대안없는 민통-통진당 연대에나마 표를 준 사람들의 갑갑함과 열망을 봐서는 그들 지도층에 분노가 치밀고,

 

이토록 대안없는 정당만 짝사랑하며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이 표를 주지않은 그들 '보수적인' '진보'지지층에 분노가 치미는 거다.

 

 

#10. 박근혜 대통령여왕폐하가 납실 거 같다. 빨간당과 '이명박근혜'의 견고한 지지층에, 무능하고 무기력하며 배부른

 

민통당-통진당 지도층에, 대안도 못내놓는 그들만을 짝사랑하는 민통당 지지층에, 그리고 투표조차 나서지 않게 되어버린

 

뿌리깊은 무기력과 냉소에 절망해버렸다.

 

 

#11. 더 짜증나는 건, 박그네가 우야튼 현 정치인들 중 대중에 소구하는 정치적 감각이 돋보이고 있다는 점. 단순히 애비의

 

후광만은 아니란 거다. 그 와중에 투표율도, 투표결과도 모든 게 이지랄인데다가, 대안이 될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은 해체..

 

 

#12. 투표결과가 51:49던 99:1이던 이긴 자가 국회에 입성한다. 이제 4년간은 이 결과로 만들어진 국회가 굴러갈 텐데,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대통령을 만들어낸들 얼마나 뭘 할 수 있을까. 만들어내봐야 노무현의 내외적 한계가 그대로, 혹은 그이상일 텐데.

 

 

#13. 4년간 누적된 MB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심을 날려버릴 정도로 무능력하고 무기력했던 야권.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건

 

아마도 이런 걸 말하는 거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환영하고 나섰다.

 

 

 

 

 

촛불집회 때, G20 때, 그리고 각종 크고 작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지금은 핵안보정상회의장 주변을 그의 차벽이 감쌌다.

평소라면 현대백화점 근방을 들고 나는 차들로 붐비고 있을 코엑스 인근 6차선도로가 한개 차선만 남기고 모두 비었다.

우리 나라 국격을 높이려면 이 공간은 '핵무기'와 '강대국만의 밀실 국제정치'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배치되었어야 했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노력. 정확하게는, '핵 독점'에 근거한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

지방에서까지 수만명이 동원되었다는 짭새들. 안쓰럽기도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위압적이고 명령조인 그들은 불편하다.

웃는 얼굴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포도리 나부랭이 인형이라도 출동시켰다면 조금 나았으려나.

횡단보도 신호등이고 교통신호 시스템은 모조리 무용지물, 파란불로 깜빡이며 보행자를 인도하는 신호등이 무색하다.

G20때처럼 블럭 전체를 차벽으로 감싸고는 몇개 되지도 않는 출입문을 만들고. 금속탐지기와 엑스레이 탐색기를

지나도록 하는 경호처와 경찰 인력들. '완장'질에 대한 무조건반사적인 혐오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떽떽거리는 건 팩트.

대체 이런 회의가 한국에 도움이 되는 건 뭘까. G20때처럼 측정도 불가능한 국가브랜드 제고효과니 뭐니, 그딴 거

말고 당장 이 동네에서 출퇴근하거나 먹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자율의 허울을 쓴 차량이부제 나부랭이의 부작용을

따져보란 말이다. 삼성역에 전철이 서지도 않고 버스도 내리지 않으며 셔틀버스 따위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고,

코엑스몰이니 인근 음식점은 대부분 문을 닫아 밥한끼 챙겨먹기도 힘든데 '니가 누구냐'며 '가방엔 뭐냐'며

으르렁거리는 짭새들을 참아내주는 사람들의 피해 말이다.

소방차에 닭장차에, 이중 차벽으로 둘러쳐진 코엑스 인근을 다시금 한겹 커다란 차들이 둘러싸고 있다.

M본부니 K본부니 S본부 이외에도 온갖 종편 방송국들 차량까지 차곡차곡 주차되어 있다.


짭새들이 고생하는 걸 모르는 바 아니나, 민생에나 좀더 신경쓰는 게 어떨꼬. 이를 두고 개고생 혹은 MB시대의

아이콘이 된 노가다 도구의 이름을 빌어 '삽질'이라 한다.





사진 몇 장을 보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해진다.


사진을 보고 나니 속이 후련해진다 싶은 건,


저 기세등등한 글씨체로 쓰인 '인간 오물'의 이름이 박힌 과녁판을 향해 날아들 온갖 흉기들

때문이 아니라 그 뒤에 놓인 커다랗고 당당한 바윗덩이의 기개 때문이고.


또 "만고역적 리명박!"이라거나 "리명박을 죽탕쳐버리자!"라는 알아먹기 힘들지만 왠지 알 거 같은 문장들

때문이 아니라 꽃샘추위에도 광장을 빼곡히 메운 사람들의 '맨 인 블랙' 패션센스 때문이고.


또 '정신병자 리명박 역도와 군부 호전광들을 때려잡자'는 자극적인 문구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부터 남과 북의 정신병자와 호전광들을 때려잡을 남북한 교류의 실마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라고 철수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때려잡자 김정일! 쳐! 죽이자! 김정은!" 따위 구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굴면서

위와 같은 문구들에는 '광분'이라는 단어를 쓰는 어느 쓰레기신문들의 편파성에 질려버린 게 아니라,


이미 죽어버린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다시 때려잡을 셈인지 좀체 알 수 없는 인체의 신비에 질려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래놓고서 후환이 두려워 '이건 제가 쓴 게 아니라 철수가 한 말을 옮겨적은 거에요'라는 핑계를

마련하느라 머리를 굴려야 하는 시대에 질려버렸습니다. 어쨌건, 여태까지 철수 said.

*                                                              *                                                        *


김정은 관련 우리 군부대 구호에 연일 광분하는 北

(2012. 3. 5, 조선일보)

인천에 있는 한 군부대 내무반에 ‘때려잡자! 김정일’ ‘죽이자! 김정은’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는 사진과 관련, 북한이 연일 고강도 대남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4일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게 할 것이다’란 제목의 논평에서 “복수의 일념으로 만장약된 우리의 총구가 인간 오물들을 과녁으로 삼고 있다”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희세의 전쟁 미치광이, 추악한 패륜아들을 강력한 불세례로 징벌하여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통신은 5일에도 ‘정치도덕 패륜아 이명박의 만고대역죄를 단죄’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인터뷰에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조희승 소장 교수는 “이명박역도, 김관진, 정승조와 같은 악한들이 단하루라도 이 행성 우(위)에서 살아 숨쉬게 할 수 없다”며 “을사오적의 말로가 그러했듯이 이자들을 능가한 민족의 원수, 패륜아들인 이명박 역적패당의 반민족적, 반인륜적 특대형범죄행위는 역사가 철저히 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 장교 김철봉은 이 인터뷰에서 “민족 앞에 씻을 수 없는 대역죄를 저지른 이명박 역적패당을 짓뭉개버릴 것”이라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이명박 역적패당이 살아 숨쉴 곳이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의 최고존엄을 중상모독한 이명박 역적패당을 무자비한 성전으로 매장해버리기 위한 평양시군민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동원된 15만 평양시민은 ‘명박이를 쳐죽이라’ ‘군부호전광들을 때려잡자’ ‘민족의 이름으로 리명박놈을 찢어죽이자’ ‘리명박역적패당을 죽탕쳐버리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매년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등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해 대남 비난의 강도를 높이곤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인천 군부대의 ‘최고존엄 모독’ 사건으로 예년보다 그 수위가 높다”고 말했다.




             2일 남측이 북한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대남 투쟁결의를 다지고 있는 북한 군인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끝나지 않은 한미FTA 발효 절차 10문 10답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14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수법안을 기습 날치기 처리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29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부수법안 서명식으로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는다. 아직 두 단계가 남아 있다. 첫째 미국의 검증 절차가 남아 있다. 그리고 그 후의 서면(Note) 교환 절차가 남아 있다. 이 글은 한미 FTA 발효 절차에 대한 시민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 절차와 문제점을 정리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한미FTA 부수법안 서명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질문 1: 한미 FTA는 언제 발효되는가?
답: 미국의 검증 절차가 언제 끝나는가에 달려 있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에 따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한미 FTA 규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는지(has taken)를 한미 FTA 발효 전에 검증해야 한다.

질문 2: 미국은 무엇을 검증하는가?
답: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어제 아침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 "미국도 우리 법제를 보기 시작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행법을 14개와 지난번에 고친 것 9개해서 23개를 고쳤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이 법률, 대통령령, 부령, 고시 등을 한미 FTA 규정에 맞게 고쳤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이 검증이 끝나지 않으면 한미 FTA는 발효되지 않는다.

질문 3: 한국은 앞으로 어떠한 법령을 더 개정해야 미국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나?
답: 김종훈 본부장이 CBS 라디오에서 말한 23개 법률 개정으로 충분한지 알 수 없다. 개정이 필요한 대통령령, 부령, 고시 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한 페이지의 잠정 목록만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확정적으로 시민과 국회에 그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질문 4: 한국은 미국을 검증할 수 없는가?
답: 검증할 수 있다. 김종훈 본부장도 CBS 라디오에서 "상호간에 확인하는 절차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질문 5: 한국은 지금 어떻게 미국의 법령 개정 상황을 검증하고 있는가?
답: 올 10월의 국회 끝장토론에서 밝혀진 것으로, 한국 정부는 한미 FTA에 위반되는 미국 법령 조사를 하지 않았다.

질문 6: 미국이 한미 FTA를 준수하기 위해 고쳐야 할 법률이 있는가?
답: 많을 것이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부터 고쳐야 한다. 한미 FTA 위반이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의 이행법은 미국의 법률에 어긋나는 한미 FTA 조항은 항상 무효라고 규정한다(102조). 이렇게 되면 한미 FTA는 미국 내에서 미국 법률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한미 FTA에 의하면, 미국은 한미 FTA의 조항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1.3조).

둘째 미국의 이행법은 한국 기업의 FTA 제소권을 부인한다. 그 어떠한 개인이나 기업도 미국에서 한미 FTA 위반이라는 이유로는 소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102조). 이것은 한미 FTA위반이다. 한미 FTA 협정문은 한국 기업에 한미 FTA 11장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하거나 투자자 국가 중재(ISD)에 회부할 선택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에 의하면, 한국 기업은 한미 FTA 11장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 이것은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외교통상부 2011. 10. '한미 FTA 이제 마무리할 때입니다' p.72)

질문 7: 한국 정부는 미국에 한미 FTA 이행법을 포함한 위반 법령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나?
답: 한국 정부가 그 내용을 공개하기를 희망한다. 김종훈 본부장은 CBS 라디오에서 한미가 서로 확인 점검하는 절차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질문 8: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에는 미국에도 발효 전에 법령을 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나?
답: 아니다. 미국의 이행법은 이행법 외의 행정 조치에 대해서는 '타당한 최대한의 한도 내에서', 발효 후 1년 내에 시행규정을 제정하도록 되어 있다.

질문 9: 미국의 검증이 끝나면 그때는 어떤 절차를 거쳐 발효되는가?
답: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이 한미 FTA의 규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결정하면(determine), 그 때에 '발효 서면(Note)'을 한국과 교환하여 발효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질문 10: 필수적 발효 요건인 '발효 서면'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가는가?
답: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미국 정부가 한국에 보낼 서한은 한미 FTA가 (2012년 1월 1일 이후로) 미국에 관하여 발효된다는 내용을 적도록 되어 있다. 발효 서면을 교환하기 전에는 한미 FTA는 발효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부수법안 서명식으로 한미 FTA는 발효되지 않는다. 서명식으로 비준절차가 끝났다는 말은 국내용이다.

/송기호 변호사


노무현 재임시절 모든 사람들의 입버릇이던 문장이 있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경제가 안 좋은 것도, 일자리가 없는 것도, 대학교육이 엉망인 것도, 집값이 폭등하는 것도, 심지어 시험성적이 떨어진 것도

전부 다 노무현 때문이라 했었다. 그러더니 그의 사후, 그는 갑자기 구름같은 추모물결을 불러일으키는 '우리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고, 그의 재임시절은 마치 정의와 행복이 강처럼 흐르던 민주주의와 경제정의의 호시절이었다는 식으로 드라마틱한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노랑풍선이 일렁였고, 그는 (참 모호하지만) '소탈하고 정많고 정의롭던 대통령'이 되었다.


분명 노무현은 그렇게 세상만사에 대해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거나

올바른 지향점으로 여겨져야 할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한미FTA다. 2005년 6월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불쑥 내지르고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국내정치와 사회의 소모적이고 극단화된 형태의 분란이 끊이진 않는 건

분명히 노무현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명박을 욕하지만, 한미FTA는 (기본적으로) 노무현 때문이다.


워낙 한미FTA와 관련한 이슈들도 많았고 논란거리들도 많았으니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살짝만 짚어보면 그렇다.

협상개시 선언 후, 이른바 4대 선결문제를 미리 해결한다며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쇠고기 수입재개 따위를 양보해버렸다.

영화계와 농민계가 반발하고 항의하자 집단이기주의네 폭력시위네 하며 수천수만의 전경을 동원해 진압해버렸었다. 정책이

결정되기 위한 사전절차로 국민 혹은 국회를 설득하거나 논의하는 과정은 생략됐다.


그뿐인가. 한국이 미국에 비해 어떤 실익을 얻었고 양측의 실익이 균형잡혔는지조차 의문이 남는 협상 결과에 대한 투명하고

충분한 해명이 없었으며, 심지어 협정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접근권조차 비공개로 봉쇄하고 국회의원에게조차 제한했었다.

악명높은 독소조항이라는 몇몇 항목에 대한 비판 역시 어정쩡한 얼버무림으로 넘어가며 협박하기를, 개방은 무조건 좋은 것이며,

국내 경제를 선진 미국의 경제시스템으로 재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따르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난맥상이다. 국내 여론을 수렴하지도, 한미FTA의 필요성이나 효과나 대책에 대해서 아무런 공론화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시작했고, 그런 태도 그대로 밀어붙였던 거다. 각각의 국면에서 점검하고 논의하고 의견이 모였어야 할 이슈들이

있었지만 우격다짐으로 미루기만 했던 문제들이 지금 순간에 폭발하고 있는 거다. 사실 ISD같은 조항의 유독성 여부나 의료보건

분야 등에 대한 파급효과 예측이라거나 국내 경제에 대한 효과라거나 따위를 협상이 다 끝난 다음에 따진다는 건 코미디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은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 거다. 한미FTA 광고에 노무현이 나왔다고 많은 이들이 분개했다지만 대통령

노무현의 대표적인 '성과'였던 게 사실 아닌가.
그 공을 이어받았을 뿐인데, 이제 와서 노무현의 사람들이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대중을 '선동'해서 매국노라느니 비난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홍준표 한나라당대표가 그렇게 억울해 하는 거 아닌가.

물론 이명박이 정권을 이어받은 이후의 일들, 여전했던 불통과 불투명성 따위에 대한 비판은 올곧이 그의 몫이다.


노무현을 욕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참여정부의 동시다발적 FTA 체결 전략의 핵심이었던 '한미FTA'를 추진한 최고정치인

대통령 노무현을 욕해야 한다. 그를 밟고 넘어서지 않고서는 기껏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런 것 뿐이다. "그의 한미FTA와 이명박의

한미FTA는 다르다." 다르다고? 뭐가 얼마나 다른지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한다."

그들이라고 나라 팔아먹겠다고 눈이 벌개 혈안이 되어 한미FTA를 추진하는 게 아니다. 노무현과 당시 열린우리당은 그랬나.


치졸하다. 대통령 노무현의 전반적인 공과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한미FTA 추진정책에 대한 평가로부터 시작해야 이런 치졸한

항변이나 인신공격 이상의 비판을 할 수 있다. 최소한 민주당 내의 한미FTA반대파들, 그리고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노무현에 대한 '의리'를 깨고 그의 정책을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이명박에 대한 막연한 반감으로,

혹은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하는 것은 설사 그 반대가 성공한다 해도 아무 교훈도 남기지 못할 거다.


그랬을 때 우리가 얻게 될 교훈, 그리고 새로운 생각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거다. 시장과 개방, 시장개방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2005년과 2011년, 한국과 세계 경제환경은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동일한 것일까. 한국 경제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며, 그 이득은 어디로 어떻게 분배되어야 할까.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해야 할까. 그런 방향과 가치를 정하는 과정으로 한미FTA 찬반 논의가 가야 한다.


그러면서, 이명박은 물론이고 노무현도 넘어서는, 그런 인물을 발견하고 골라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거다.

단순히 인물 한명에 기대어 나라가 좌지우지되고 흔들거리는 허탈한 후진국가를 이젠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한미FTA 통과후 첨언]

허탈하다. 기껏 열심히 썼더니, MB가 순방에서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날치기를 해버리다니. 비록 통과가 되어버려

더이상 한미FTA 반대를 말하는 게 의미를 잃어버린 상황에 처하고 말았지만, 이 글의 본래 의미는 크게 손상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어차피 MB를 넘어서려면 노무현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어야 하며, 그런 바탕에서

한미FTA에 대한 비판비난질책이 귀결될 지점이 어디인지 살펴보는 건 여전히 의미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p.s. 지금도 국회에선 강행처리를 막으려는 진보정당 의원들의 절박한 몸부림이 있었다는 속보가 떴다. 한미FTA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고성과 몸싸움을 그저 '정치싸움꾼'들의 난동으로 치부하고 손쉬운 양비론으로 빠지는 것은 피할 일이다.


p.s.2. [리뷰] 자유무역협정의 정치경제(윤영관, 인간사랑)(2007.4.19)

노무현 정권 때 외교통상부장관을 역임했던 윤영관 교수의 '국제정치경제' 수업 게시판에 올렸던 글인데, 첫단추부터

잘못 꿰였던 정황이 조금이나마 묻어난다 싶어 첨부한다.


p.s.3. 2011년 11월 22일 오후 4시 한미FTA 비준안 국회본회의 통과.

당장 한국이 멕시코나 미국처럼 의료보험체계가 붕괴하고 사람 못살 곳으로 변하지는 않을 거다. 다만,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마치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는 냄비 속에 담긴 개구리가 조용히 삶아지듯, 그렇게 삶의 환경과 조건이

악화되지 않을까. 수년쯤 지나 문득 뒤돌아보면 어라, 생각보다 많은 게 변했구나 하는 식으로.


아울러, 한미FTA는 노무현 때문이다, 란 말에도 약간의 추가를 해야겠다.

한미FTA는 노무현과 이명박 때문이다.


삼수끝에 유치에 성공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강원도민의 95%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있지만 여전히 환경이나 경제 부문에서의

우려도 적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그딴 거에 왜 목매고 '국민적 자존심'을 팔아가며 유치해 왔나 싶다.

뭐, 동계올림픽 개최에 대한 찬반이나 이후 추진 계획에 대한 리뷰는 차치하고.

국격을 드높이네 국민적 자존심을 세우네, 어쩌구 하기보다 뒤집어진 태극기나 바로잡자는 얘기다.


지난 8일(토) 있었던 "다함께! 함성"이라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념 축제에서 찍었던 사진 하나.

뒤집힌 태극기는 이미 여러 차례 신문방송에서 지적되고 개탄되었던 일인데, 아직까지 이렇게

거꾸로 들려 내보내는 사람들은 뭐지. 조그마한 만국기 사이에 저렇게 커다란 대형 태극기를

아이에게 들려 내보내는 거니까 나름 신경은 썼을 텐데. 나중에 2018년에도 저런 태극기가 횡행하는 건 아닐까.

유난스런 애국심 따위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학습효과도 없나 싶어서 굳이 사진을 찍었다.


게다가, '기념행사 무료초대권 소지자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는 행사 포스터 위에 어느순간 '무료입장'이란

종이가 덧붙어선 지역민들을 공짜로 불러들여 자리를 채우는 것만 봐도, 왠지 이 곳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른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일지 예고하는 것만 같았다. 기왕 치르게 된 거 가능한 성공적으로 마치면 좋겠지만.

여하간 뒤집어진 태극기,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벌써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는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아랫쪽에 얼핏 보면 '맹박'이라 잘못 읽힐 거 같은 대통령의 사인도 있다.

몇 번을 지나치면서도 늘 저게 무슨 기념물인가 싶어 궁금하기만 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그런 거다.

정상회의장 오찬장 벽면에 디자인된 로고를 잘라서 제작했다는, 일종의 재활용이랄까.


뭐..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키보드 앞 손가락들이 씰룩거리지만..그냥 하나만 궁금해 해보기로

한다. 저거 나중에 예컨대 경매 같은데 나온다 치면, 얼마나 하려나. 순수하게 가격이 궁금하단 차원.


반값등록금, 촛불이 또다시 번져나가고 있지만 입장을 명쾌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고 사립대나 국공립대를 막론하고 대체

그 막대한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명료치 않다는, 그에 더해 이명박의 대선공약이었고

그의 당선에 여하간 도움이 되었단 사실 만으로도 '반값등록금'은 이슈가 되기 충분하다.

취직에 쪼이는 대학생들이 거리에 나선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무적인 일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등록금이 반값으로 줄면 되는 문제일까. 등록금만 오른 게 아니라 물가전반이

모두 올라 있는 총체적 경제파탄의 문제 아닌가. 또 그걸 위한 재정이 국가에서 나오던 기존

대학 재정을 헐어서던 상관없이, 반으로 뚝 잘라 50%만 내면 '교육 소비자'로서 대학생들은

만족이란 건가. 예컨대 국고로 지원된다면 대학 교육의 공공성은 어떻게 확보할 건지, 대학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균형을 맞출 건지 따위 근본적인 이야기는 전혀 없다. 


이래서야 무슨, 소셜커머스에서 50% 할인혜택 받으려고 줄선 구매자들과 다를 바가 뭔가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반값 등록금'이란 요구와 그 저변에 깔린 어려움을 모른다는 게

아니라, 좀더 정밀하게 주장을 가다듬고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논리와

근거를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우리끼리 한풀이하듯 촛불들고 나가서 울고, 

그렇게 에너지를 소모해버리는 건 지난 촛불시위 때로 충분하지 않은가.


'반값'이란 이미지가 굉장히 선명하고 매력적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 전략이나 로드플랜없이

'반값등록금'이란 구호에 매몰되어 있어선 좀 곤란하다. 마침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가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글을 올렸다.(http://www.jkl123.com/) 그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대학 본연의 의의를 확보한 대학교육은 공공성을 가지며 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울대와 달리 사립대학의 경우 (좀더 면밀하 살펴야겠지만) 대학재정 운영의 문제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현재 십수일째 진행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를 좀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끌고, 결과적으로 무언가 성과가 남는 승리의 기억으로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발문으로 쓰임직한 거 같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반값등록금'에 준하는 성과를 낸다거나,

그런 문제의식의 결을 이어받은 '대학 교육, 대학의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인 큰그림의 해법과

로드맵이 나올 수 있음 좋겠다.



*                                                             *                                                     *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외침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등록금 마련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거리로 뛰쳐나와 ‘반값 등록금’을 외치게 되었을까? 등록금 낼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로 밤을

지새우는 젊은이들의 얘기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고된 아르바이트로 몸과 마음이 모두 녹초가

되어 버렸을 텐데 공부를 제대로 할 힘이나 남아 있을지 걱정이 된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이 말이 이들에게는 별 위로가 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대학 등록금이 최근 들어 크게 뛰어오른 것도 아닌데 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예전에도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불평은

끊이지 않고 나왔지만, 반값으로 내려야 한다는 요구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을 생각해 조금 내려줬으면 하고 바랐을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당당하게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것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으로 커지게 된 배경에는 최근 들어 서민들의 살림이 크게

빡빡해졌다는 사실이 있다. 성장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서민들의 살림에는 도대체

나아진 점이 전혀 없다. 게다가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어올라 서민들의 살림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입만 열면 ‘친서민’을 부르짖지만 피부에 와 닿는 개선은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그러니 근근이 감당할 만하던 등록금의 부담이 갑자기 허리가 휠 정도로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일부 사립대학이 학생들로부터 거둔 등록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립대학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세한 재정구조를 갖고 있다. 외국의 유명 대학들처럼 충분한 기본자산

(endowment)을 마련하지도 못한 채 간신히 건물만 지어놓은 상황에서 대학이랍시고 간판을

내건 탓이 크다. 그러면서도 일부 교주는 마치 대학이 자신의 사유재산인 양 전횡을 일삼기 때문에

등록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 등록금을 낮추라는 요구는 도덕적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과거에는 대학에게 등록금을 낮춰 달라고 부탁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낮추라고

요구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최근의 사태는 대학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값 등록금으로는 대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호소해 보았자 아무도 귀 담아

듣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물론 일부 사립대학 때문에 건전하게 운영되어 오던 다른

사립대학도 한 묶음으로 매도되는 것에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아 등록금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라고 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학의 살림을 아무리

쥐어짠다 해도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출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알뜰한 살림으로 어느 정도의 절감은 가능하다 해도, 그것이 절반 수준에까지

이른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나도 한때 서울대학교의 재정에 간여한 바 있기 때문에

대학재정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상의 애로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하나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교육에 투입되는 비용 그 자체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교육에 투입되는 비용을 대폭 줄이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 방법을 선호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요구는 결국 정부의 대폭적 지원에 대한 요구를 뜻하는데, 이를 무조건 지지하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사업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정부가 무조건 돈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

예산제약이 있기 때문에 엄격한 우선순위하에서 가장 바람직한 사업부터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 대학교육에 대한 지원은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 받기 힘들다. 공공재(public goods)나 가치재

(merit goods)의 성격을 갖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쉽게 정당화될 수 있다. 또한 외부성

(externalities)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정부의 지원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찾기가 쉽다. 그러나 대학교육은

공공재도 아니고 가치재도 아닐뿐더러, 강한 외부성이 존재하는 경우도 아니다.


때로는 어떤 지출프로그램이 갖는 정당성의 근거를 소득재분배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소득재분배의 차원에서 정당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해 등록금을

낮추면 가난한 가정뿐 아니라 부유한 가정의 자제까지 이득을 보게 된다. 대학을 아예 가지 않는

사람들이 빈곤층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정부 지원에 의한 반값 등록금은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반대방향으로의 재분배를 가져올 것임을 알 수 있다.


나는 반값 등록금이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반값 등록금은 부유한 가정의 자제들에 의한 무임승차(free riding)로 인해 효율성과 공평성의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정답은 일단 등록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집중적 지원을 해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요즈음 보편적 복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이것과 반값

등록금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초중학생의 전면 무상급식은 한사코 반대하던 정부, 여당이 반값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망국적 포퓰리즘이니

뭐니 신나게 떠들던 때와 비교하면 온순한 양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더군다나 재정부담의 측면에서 보면

반값 등록금이 무상급식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될 텐데 말이다. 평소의 지론대로라면,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마땅한 일이다.


내가 보기에 정부, 여당이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자신이 반값 등록금

얘기를 꺼낸 장본인이었다는 데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캠프에 ‘등록금 절반인하

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당선 후 반값 등록금

공약을 한 적이 없다고 부정했고, 교과부 장관은 (등록금의)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약속이었다는 궤변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그러나 무슨 말로 변명을 하던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을 처음 꺼낸 원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지금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간 학생들 자신도 반값 등록금의 실현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반값 등록금을 약속하고도 입을 씻고

있는 정부, 여당이 얄미워서 약속을 지키라고 강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말을 먼저 낸 쪽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표를 얻기에 급급해 실현되지도 못할 반값 등록금을

약속함으로써 국민에게 부질없는 희망을 안겨준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현 정부가 대선 때 내건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사례가 이 반값

등록금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과학벨트 등 그 예가 숱하게 많다.

그러면서도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를 하던 무엇을 하던 어느 것 하나 깨끗하게 처리한 것이 없다.

반값 등록금 문제도 마찬가지로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내걸어 엄청난 혼란만 일으켜 놓고 얼렁뚱땅

마무리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원칙 없는 국정운영’을 들고 있다. 지금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파문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등록금 문제에서도 이렇다 할 원칙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여당의 이 사람은 이 말 하고 저 사람은 저 말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 일사불란하게 그 방향으로 추진해 가도 해결이 어려운 터에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 상황이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야당까지 중심을 못 잡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당이 지금 내걸고 있는 그 많은 복지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터에

반값 등록금까지 약속한다면 그 엄청난 재정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세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거둬들일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야당이라 편하게 아무 약속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태도로 일관하면 만년야당

신세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격앙된 분위기를 수습하려면 하루 빨리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질질

끌수록 감정은 더욱 격앙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 끌수록 문제해결은 점차 더

어려워지게 된다. 반값 등록금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대안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가난한 가정의

자제가 겪는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기류에 따라 반값

등록금을 실시할 듯 말듯 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는 문제를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게 만들

것이다. 욕먹는 것이 두려워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알면서도 뒤로 감춘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의 자세가 아니다.



후기 1 : Need Blind Policy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국 아이비리그의 일부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Need Blind Policy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얼마 전 Yale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의

입학관련 담당자가 그 대학에서는 바로 이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정책은

지원자들의 입학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재정상태는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부유하든 가난하든 그 점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고 오직 학문적 자질만을 고려해 입학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다음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필요한 만큼의 장학금 지원을 해준다고 합니다. 따라서 입학허가를 받은 모든 학생이 재정적

문제 없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기 2 :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했던 내가 대학 등록금과 관련해서는 선별적 지원을 지지하는 것이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 두 가지 이슈가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때문에 일관성이 문제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중학생의 급식은 가치재의 성격을 갖는 데 비해, 대학교육은 가치재의 성격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무상급식은 고려대상이 될 수 있는데 비해, 무상대학교육은 고려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왜 등록금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의 근거도 찾기 어렵습니다.






광화문 광장 아래엔 거북선이 숨어있다. 실제의 55% 사이즈로 만들어졌다는 거북선, 무엇보다

빨갛게 번뜩이는 눈이 인상적이었지만..실제의 형체는 사실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단 사실은

알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 당당히 버티고 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아마 이 머리위쯤에 있으려나,

광장 지하에 이렇게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황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된 건 처음 들어가보고 알았다.


그 말많고 탈많은 동상이 최근 대대적으로 세척에 들어갔던 때쯤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순신 장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한 적이 있나보다. 한쪽 벽면에 포스트잇이 빼곡한

거대한 캔버스가 나왔다. 아무리 그 동상에 대해 구구한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순신장군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것 하나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심지어 소원을 빌기도

하는구나 싶어 기분이 묘해졌다.


그 중 몇몇 눈에 콕콕 박혔던 포스트잇들을 찍어 봤다. 누군가의 하트뿅뿅하는 내용, 표현도 참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니, 팍팍 와닿는다. 근데 그 옆에 일본인이 쓴 메모는 뭐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뭔가 한-일간의 오붓한 관계를 보여주는 거 같아 기분이 좋을라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맙다고? 뭐가 고마운 거지..?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들을 무찌른 게? 일본의

대륙 정벌 야욕을 꺾어뜨린 게? 음...다카히로라는 저 분은 세계시민인 건가.

참, 센스쟁이 우후훗. 간단한 메시지다. 돌아오셔요. 그러게, 이순신 장군같은 군인다운 군인이

그정도의 지위에 지금 자리잡고 있다면 얼마나 듬직하려나. 정치를 고려하고 쿠데타 따위나

일으키는 정치 군인은 말고, 그렇다고 팽창욕에 사로잡힌 관료적 군인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위에 족한 그런,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게 최선이라는 마음가짐의 군인.

장군님 안녕하세요, 하며 안부를 묻고는 따뜻하게 감기 걱정을 해주는 메모, 글씨체를 보면

별로 어린 나이는 아닌 거 같은데, 동심이 살아있는 따뜻한 메모랄까. 그렇지만 동심에 관한

가히 종결자라 할 만한 메모는 정작 그 옆에 있었다. 요술봉을 갖고 싶어요.ㅎㅎㅎㅎ 장군님이

요술봉이 있었으면 진즉에 왜적을 포함한 외적을 물리치고 태평성대를 갖고 왔겠지.

돌아오셔요, 에 이은 또하나의 따뜻한 다섯글자. 보고 싶어요. 왠지 그 밑에 '새해에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란 말 때문에 더욱 뭉클해지는 표현같다. 사백여년 전의 인물이 2011년 새해에

돌아와 뭘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대가 누구던 읍소하고 보는 건 그만큼 절박하단..

아무리 간절하다 해도, 죽은 자에게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건강하라니. 장군님은 이미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의 지경이건만. 근데 전혀 맥락에 와닿지 않는 저건 뭐지. 배부른데

아이스쵸코가 먹고 싶다며 하트눈을 하면, 장군님이 거북선 팔아서라도 사주시길 바라는 듯.

그래도 이렇게 훈훈한 장문의 메모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어 재미있었다. 그치만 이 메모의

포인트는, '학익진 전법을 받들어 살겠다'는 그녀의 다짐. 대체 어떻게...??;;;

그리고 몇몇 진지한 비분강개조의 메모들. 피노키오보고 울아빠 꿈속에 나와서 나 좀 놀게 

해달라던 노래가사말 이후로, 이순신장군님이 이명박대통령 꿈에 나타나서 훈계를 해달란

이야기는 참 와닿는 게 많았달까. 훈계로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나면 MB는 그럴지도.

'내 꿈에 이순신장군이 나와봐서 아는데, 찍찍.' 


혈세를 갉아먹는 국회의원들은 반성하란다. 이순신장군상을 닦을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힘들고

사회적으로 압박받는 사람들을 더 챙기란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 밑에 부자될께요, 란 메모랑

맞물려서 묘한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꾸 장군님장군님 하니깐 이북에 계신, 지금도

유해가 곱게 남아있으니, 그분이 떠오르는 건 왜지;

그리고 전혀 이순신장군과는 상관없는, 그렇지만 나름의 진심과 애틋함을 담고 있는

이런 메모도 좋다. 수백장의 메모가 전부 이순신장군 찬양 일색이라면 좀 무섭잖아?

더러는 자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아이스초코가 먹고 싶다고도 하고, 이렇게 그 공간을

빌어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는 거지. 일종의 反영웅주의.

가장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던 메모. 북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달라는 아이들의 소망이 있었고,

또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며 평화통일하게 해달라는 아이들의 소망이 있었으며, 거기에다가

굳이 이렇게 댓글을 달아놓아 북한이 우리의 적이니 아니니 왈가왈부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북한이 우리의 적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운 세상. 이순신이 온다면 글쎄, 천안함을 누가 그랬던간에

우선 책임자 및 보고라인에 대한 엄중처벌이 우선되지 않았을까.

거북선의 용머리는 우리나라를 등진 모든 곳을 향해야 하겠지만,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에 바라는

소망은 그야말로 나라의 내외부를 막론한 모든 곳, 가장 낮은 빈한한 곳에서 높은 국회의원들이

있는 곳까지.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건 좋지만, 그런 영웅이 세상에 존재하리란 건 환상에 가깝다.

다들 알지만, 답답한 현실을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요술봉같은 뭔가를 바라니까

그러는 거겠지 싶다.




2011년 4월 3일자, 광화문 현판의 균열 상태. 사람들은 어느새 현판은 보지 않고 그 아래에서

색색의 옷을 입고 인형처럼 서 있던 문지기들을 보거나 교대식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균열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처음 발견되었던 때보다 좀더 깊고 짙어진 거 같은데.

서둘러 일정을 앞당겨 윗대가리 '빛내기'에 매진하느라 정작 빛나야할 간판이 쭉 찢어져 버린건

아무리 생각해도 천박하기 그지없다. 금가버린 게 한두개가 아니라지만, 이명박 정부 재임기간

상처받고 망가진 민주주의 질서나 상식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이미지 아닐까.




진보집권플랜 - 6점
조국.오연호 지음/오마이북

노무현은 삑사리로 들어간 뽀록구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가 말했다. "1948년 이래 가장 나은 정부가 1987년 이래 가장

나쁜 정부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된 이 역설을 고민해야 한다"고. 노무현 정권이 어쩌다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가장 크게 공헌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일 거다.


왜일까. 왜였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노무현의 사후 1년이 지나고 어느 잡지에서

'우리시대 노무현의 정의'를 모으는 기사에 내가 썼던 한 줄이 여전히 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재임 시절에도 늘 생각하던 것. 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ytzsche "노무현은 삑사리로 들어간 뽀록구다."

그를 대통령으로 앉혀놓고 진보적인 정책을 강제할만큼 그도 우리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덜컥 그가 대통령이 되고, 돌아갔죠. 삑사리로 들어간 뽀록구, 실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 “노무현은 마라톤 42.195Km이다.”(2010.5.23, 시사IN)



이 책의 내용보다 더 궁금했던 것


사실 이 책을 읽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나름 2000년을 전후해 대학에서 '돌과 빠이'를

쥐었던 데다가 '진보신당의 (페이퍼)당원'이 내 정체성 중의 큰 부분이라 생각하는 '좌파'로서,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경제민주화, 교육과 남북 문제, 권력 등의 내용은 내게는 너무

'상식'적인 내용이었던 거다. 진부하고 심심했다.


꾸역꾸역 읽어나가며 다른 곳에 관심이 쏠렸다. 왜 이 책일까. 왜 갑자기 이 책이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된 것일까. 대담이란 형식의 특성상 정식화하고 나면 몇 페이지에 불과한

팜플렛 밖에 안 될 내용인데, 딱히 새로운 발상이나 아이디어도 없는데, 이런 정치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데, 대체 왜 사람들은 갑자기 '진보집권플랜'을 집어들었을까.


몇가지 음흉한 음모론이 있을 수 있다. 노회찬의 사상이 섹시하다며 그를 문화적으로

소비하던 이들에게 잘 생기고 젠틀하며 사상도 섹시한 조국 교수는 가히 팬덤을 몰고 올만한

인물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에서도 그랬으니까 새삼스럽지도 않다.) 때론 경악스러운

트렌드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와아~ 하며 우르르 달려가는, 최근 '정의란 무엇인가' 따위

책들에 달려간 새삼스럽고 집단주의적인 구매 성향의 일환일지도. 너무 시니컬한가.



'진보'정권의 집권을 위한 공부 열풍

조금은 희망적이고 싶다. 사람들이 노무현을 거치면서, 준비되지 않은 집권이 결국

그를 죽이고 우리 모두를 질곡에 몰았음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기적이나 요행처럼 대통령 하나 바뀌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고. 그저 구습에 대한

부정이나 분노만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우리 모두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고.


새로운 비전과 플랜이 필요한 거다. 뽀록구도 실력이라지만 그런 거 금방 바닥이 드러나고

마는 거니까, 다행히도 이제는 '진보'라 자처한다 하여 '빨갱이'로 등식화되는 지경은

벗어난 거 같으니까 좀더 본격적이고 시끄럽게 이야기를 할 때가 온 거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국과 오연호가 말을 주고 받은 이 기록은 '진보'를 위한 최소한의 상식선,

최소한의 공유 가치를 품고 있으니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진짜 리뷰는 여기부터.


그렇다. 이 책은 '시작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교과서같은 이야기만 있는 듯

보이면서도 현실정치에 적용이 가능해보이는 수준의 정책적 구상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제언들이 들어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 책은, 조국 버전의 '진보'와 조국

버전의 '집권플랜'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건 또다시 민주당 위주의 일치단결,

한나라당 말고 될놈 찍자는 '비판적 지지'의 망령을 불러내기 십상이란 점이다.


조국의 통큰 '진보'는 누구인가

그는 계속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통칭해 민주정권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리고

현재의 야권을 '개혁적/진보적 자유주의' 세력과 '사회(민주)주의'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그런 전제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두 정권을 두고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급격히 이루어진 시기라 평하기도 하고, 현재의 야권 중 민주당의

적잖은 의원은 수구/보수와 별반 다르지 않은 DNA를 갖고 있다 평해지기도 하니까.


게다가 그의 입장 중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도 적잖이 보인다. 한미FTA를 비롯한

자유무역협정 일반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입장이나, '친미'와 '반미'를 넘어선 '용미'를

하자는 그의 그럴듯하지만 모호한 입장-이미 외교학과 하영선 교수가 익히 말해온

개념이지만 역시 알맹이를 알 수 없는- 따위가 그렇다. 그리고 북한의 3대세습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것도 다른 '진보'와는 균열을 그을 거 같다.


'진보'의 가치를 어떤 정치세력에게 의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집권,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 자체가 정당을 기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했기에

수구/보수의 집권기라고 말하듯 특정 정당이 집권해야 '진보'가 집권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다. 내가 조국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그거다. 현재의 민주당이 집권하면 진보가

집권한 건가. 민주당을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대통령 김대중과 대통령 노무현을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조국 버전 '진보집권플랜'의 한계

물론 조국은 이 책에서 이야기한 여러 이슈에 대한 진보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는

정치세력이 집권하도록 대중이 강제할 수 있다고 말할 거다. 현재의 민주당은 부족함이

많지만 나름 '복지'니 '무상급식'이니 좌향좌하는 기색도 있으니 지켜보자고 말할지도

모르고 연정의 가능성을 이야기할지 모른다. 이 책에서 제기된 진보적인 의제들을 받아서

어쨌든 다음 정권에선 '진보'가 집권하자는 게 그의 취지이고 충정이라는 건 이해한다.


그렇지만, 현실 정치에서 돌아가는 판세는 이미 (당연하게도) 이 책에서 언급된 교과서적인

모범답안을 뛰어넘은 것 같다. 그는 고작 두 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으로 일반론 차원에서

언급하고 만 '복지를 위한 증세' 부분에 대해 지금 얼마나 많은 논란이 일고 지향이 갈라지고

있는지만 봐도 그렇다. 그밖에 해외파병이나 다문화사회에 대한 원칙적인 답변도 막상 현실에

닥쳐 결정을 해야 할 시기에는 크게 도움이 될 수 없는 이야기다.


책의 말미에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희망차게 이야기했지만, 과연 그럴까. 지금의 민주당이

보여주는 노선, 행태, 리더십을 진보 쪽에 가깝게 끌어갈 수 있을까. 그의 표현을 빌어 개혁

담당 민주당과 진보 담당 소수 정당들이 서로 이해를 조율하여 하나의 진영으로 단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진보가 밥먹여준다'는 걸 보여주고 '밥의 품격'을 논하는 게

사람들의 표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도 하다. 그나마 노무현의 정책 이상으로

진보적 가치에 접근한 적이 없는 나라에서 이 책의 진보정책 구상들이 실현될 수 있을까. 
 

'반MB' 명분 하의 진보개혁 진영의 소통합 결과는.

결국 우려스러운 지점은 그거다. 이 책의 온갖 장점과 '진보'정책 일반의 지향을 세워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전파하는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보집권플랜이 결국

지극히 현실정치적인 차원에서 '반MB'로 뭉치게 되는, 혹은 뭉쳐야 한다는 절박하고

긴급한 요청으로 수렴되는 건 아닐까. 그의 '통큰' 진보는 MB와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수구/보수'를 뺀 여집합과 같기에, 쉽게 말해 한나라당 말고 될 놈, 민주당 찍으란

이야기로 돌아가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조국도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2012년이던, 2017년이던, 언제가 되었건

진보진영이 집권했을 때 제대로 해서 더이상 후퇴하지 않는 단단한 기반을 만들자는

게 그의 반복된 주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잉대표되고 승자독식하는 한국의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통찰과 제안이 있어야 했지 싶다. 그리고 '진보'라는

단어를 그렇게 느슨하고 통크게 써서 '진보/보수'의 구도로 한국 정치를 보는 것보다

'(진보)/중도/보수'의 구도로 읽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의 '진보집권플랜'은, 그래서 시작점이다. 여기로부터 논의가 만발해서 다양한 집권플랜이

짜이고 더욱 가다듬어지도록 맨처음 부어진 마중물의 역할이라면 부족함은 없어보인다.







파란 지붕 아래 살고 계신 G님,


G20 마치고 모쪼록 미끄럼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천안함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에 골몰해서 객관적인 증거조차 부실한데 남북대결을 조장한 점,

민간인은 물론이고 여당 정치인까지 사찰하더니 이제는 범죄조직처럼 대포폰까지 동원한 점,

UAE에 원전 반값에 후려쳐서 들이밀고는 이 나라 군인들을 용병으로 끼워판 점,

한미FTA 협상에서 자동차만 내준다더니 은근슬쩍 쇠고기까지 내주려 하는 점,

국가안보를 포기했다던 전정권들에서조차 반대했던 124층 제2롯데월드를 순식간에 허용해준 점,

동네 구석구석 자리한 SSM문제로 지역 상권이 무너지지만 기껏 목도리 하나로 입씻으려 하는 점,

정권의 나팔수 KBS 수신료 인상시켜서 조중동의 종편채널 배불려주려고 야금야금 진행중인 점,

복지의 기본틀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나라에서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만 펼치고 있는 점,

모범적이던 인권위 파행으로 몰아넣는 등 강부자, 고소영 식의 코드인사로 문제를 일으킨 점,

견찰, 떡찰을 동원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 노골적 비난을 통해 자살을 교사한 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종교간 불화가 없던 나라에서 노골적인 기독교 편향을 드러내어 갈등을 조장한 점,

국민들이 원하면 안 하겠다더니 4대강이 결국 수심6미터 이상의 대운하로 변신중인 점,

용산에서 타죽어간 철거민들의 눈물은 나몰라라 부동산거품 키우기에 혈안인 점,

노사협상 테이블에 경찰이 들이닥쳐 급기야 노측 대표가 분신까지 시도하게 사주한 점,

반값 등록금 따위 대선공약은 고사하고 비리사학 부활시키고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점..


여기저기 G덫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친구분들과 사진 찍으실 때는 모쪼록 '기무치' 대신 '김치'라고 해주시기 바라며,

친구분들께 각 나라 언어로 '미끄럼주의'가 무언지도 꼭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하나 더, 옆의 미키마우스와 너무 친한 척 하다가 다른 큰 나라 쥐들에게 단체로 다구리당하는

불상사는 피하시길,



P.S. 님의 죄목에 더 추가될 굵직굵직할 항목이 뭐가 있을까요. 워낙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져 놓은지라

하나하나 헤아리기도 쉽지 않네요.

* G20멀미가 날 지경이다. G20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음악회에, 바겐세일에, 각종 이벤트 행사에, 심지어

금융권에서는 G20 성공개최 기원 예/적금까지 팔고 있다. 미쳤다. 미친 소리를 한두번 하는 게 아니라

언론 보도와 온갖 홍보 기제를 동원해 지껄이니 미친 소리가 진지하게 들리는 와중이었다.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대륙별로 열리는 행사, 순번에 따라 아시아 서울에서 열린 것 뿐인데 이토록 난리부르스다.

걍 닥치고 있었는데 속이 후련한 기사가 떠서 공유. 프레시안 2010/11/01, 방금 오른 따뜻한 글.*


"G20 두번 하면, 전국민 1년간 놀고 먹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G20은 한국을 포함한 20개 나라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다.

정부는 G20 서울정상회의를 최대 치적으로 포장하는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라디오연설에서 "서울 G20정상회의 개최를 통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 질서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나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미 각급 금융기관들은 G20 정상회의에 따른 경제효과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 이틀간 열리는 회의를 두고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온다. 예상 경제효과 규모가 2002한일 월드컵보다 더 크게 추산된 이유를 알기 어렵고,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서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까운 이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전망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이유다.

▲1일 오전 경찰이 미국대사관 인근을 수색하고 있다. 이날부로 경찰청은 서울에 을호비상령을 내렸으며, 오는 6일부터는 전국에 갑호비상령이 떨어진다. 이번 G20 정상회담에 대비해 경찰은 역대 최대 호위인원인 5만여 명을 배치키로 했다. ⓒ뉴시스

G20 경제효과 31조?

현재 G20 정상회의의 경제효과를 추산한 대표적 연구기관은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과 삼성그룹의 삼성경제연구소다. 국제무역연구원은 G20 정상회의 개최로 내년부터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31조3000억 원에 달하며 이로 인해 16만6000여명의 고용효과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소 21조5000억 원에서 최대 24조5000억 원의 간접 경제효과를 예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G20 정상회의 결과 국제공조가 성공한다면, 그로 인해 총 45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경제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GDP(1000조 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국제무역연구원 말만 따르면, G20 정상회의를 두 번만 열면 우리나라 전국민이 1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셈이다.

이와 같은 놀라운 결과의 주요 원인은 간접효과다. 수출기업들의 광고비가 절감되는 등 직접적인 경제자극 효과는 수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국제무역연구원은 "외국인 내방객들의 지출과 그로 인한 부가가치 상승으로 969억 원의 직접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산한 직접효과는 1023억 원이다. 짧은 기간 안에 이와 같은 대규모 지출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들은 정상들이 모이는 만큼 씀씀이가 클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결국 예상 경제효과의 대부분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간접효과다. 우선 국제무역연구원 자료를 보면 G20 정상회의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변하는데 따른 한국 기업의 광고효과가 1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종전보다 기업들의 광고비 5.3%가 늘어난 것과 같은 결과로, 이에 따라 수출 3.9%가 증가한다. 이렇게 늘어난 추정 수출이익이 20조1427억 원(173억 달러)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광고효과(1억5000만 달러)는 직전 G20 개최국인 캐나다의 광고효과 1억 달러를 토대로 추산했고, 기업들의 매출대비 광고선전비를 조사한 한국은행 자료(매출의 광고비 탄력성 0.72)를 바탕으로 광고효과에 따른 기업 이익을 계산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간접적 파급효과 21조5000억 원의 근거로 △국가이미지 제고에 따른 기업이미지 동반 상승 효과 1조 원 이상 △광고효과에 따른 기업 인지도 1.3%포인트 이상 상승 등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최소 19조 원에서 21조9000억 원에 달하리라고 봤다.

보고서를 쓴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서베이 결과 G20 정상회의에 따라 우리나라 인지도가 1.3%포인트 이상 오르리라는 대답이 나왔다. 연구소에서는 이에 따른 기업 이미지 상승률이 1%포인트가량 되리라고 추정했다"며 "매출의 광고비 탄력성을 0.194로 잡아 경제효과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삼성경제연구소가 국제무역연구원에 비해 광고효과에 따른 매출증대효과를 더 보수적으로 잡아 추정 경제효과가 차이가 났을 뿐, 미래 추정이익 산출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근거 있나

문제는 이렇게 산출된 경제효과가 실질적인 근거를 갖고 있느냐다. 이들 연구기관의 발표자료를 보고 직접 관련 데이터의 적합성을 연구했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와 같은 대규모 이벤트에 따른 유의미한 수치는 결코 나오지 않았다"며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G20보다 실질적 투자와 경제효과, 국가 브랜드 제고의 가치가 훨씬 컸던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전후 경제데이터를 분석했으나 유의미한 통계를 찾지 못했다"며 "심지어 서울 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오히려 뚝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국내 고용 유발 효과가 없고, 방문객 수가 적고 기간도 짧은 G20 정상회의에서 대규모 경제효과가 발생할 리가 없다"며 "매일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투자결정을 내리는 기업인들이, 세계 정상들이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상품을 더 사기로 생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당장 한일 월드컵 당시와 비교해봐도 이번 보고서들은 지나치게 근거를 잡기 어려운 간접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월드컵 유치로 인한 직접 부가가치 창출액 5조3000억 원, 생산유발 효과 11조5000억 원을 추산했고, 간접 효과는 100조 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국제무역연구원이 추산한 G20의 최대 경제효과(450조 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마저도 파악이 불가능한 결과다. 한국 경제가 월드컵 유치로 인해 이득을 누리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후 나오지 않았다. 최근 경제위기 탈출이 월드컵으로 인한 것인지, 한은의 저금리 기조 덕분인지, 정부의 정책 덕분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조사도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해당 보고서 작성자들은 "G20를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해명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전에 G20 정상회의를 열었던 캐나다, 미국, 영국은 세계인 누구나 아는 선진국이지만 한국은 G7이 G20로 확장된 후 이를 개최하는 첫 개발도상국"이라며 "G20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주자로 한국이 뽑힌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심지어 정부 관계자들조차 G20의 중요도에 대해 큰 생각을 하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보고서를 썼다"며 "당장 지정학적 위험 감소에 따른 해외 조달비용 감소 효과만 1조4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선전도구로 지나치게 활용"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서울 유치를 큰 업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는 회원국들이 번갈아가며 유치하는 행사다. ⓒ뉴시스
그러나 여지껏 정상급 회의를 유치한 개발도상국이 많지만 이들 국가가 이 회의로 인한 혜택을 누린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 한국의 독립을 논의한 카이로회담 개최지 이집트가 이후 누린 경제적 이득이 얼마였는지, 환경보전의 지구적 선언을 이끌어낸 브라질 리우선언 결과 브라질 경제가 얻은 이득은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김명록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두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보면 온갖 추정이 가득해 굉장히 주관적"이라며 "발표자의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G20을 마치 선전도구인양 활용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어떠냐가 더 중요하다"며 "지금으로선 후진국 개발이슈, 금융개혁 논의 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한국에서 열리는 회의가 특별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의 서울 개최가 확정된 후 "총성 없는 전쟁터"라는 말을 쓸 정도로 업적임을 강조했으나, G20 정상회의는 회원국들이 대륙별로 돌아가며 개최하는 회의다. 어차피 한국에서 열릴 수밖에 없다.

/이대희 기자

 

봉은사에서 잡도리하는 기독교인들의 동영상이 빠르게 전파되더니 급기야 대구 동화사와 미얀마의

사찰에서까지 이뤄졌던 그들의 '땅밟기' 이벤트 동영상도 발굴되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사실 그런 동영상은

몰상식하고 추잡한 행동을 한 기독교인들 본인들이 직접 찍어서 꽤나 오래전 유투브에 자랑스레 올려놓은

것들이라, 지금의 상황은 가히 기독교식 '땅밟기' 예배 퍼포먼스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처음에 봉은사 땅밟기 영상이 돈다는 이야기를 트위터로 접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한국 기독교가 그만큼

극성스럽고 광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고 있으니 그런 짓을 한다는 게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었던 거다.

이미 아랍국가에 가서 봉사활동을 빙자해 선교를 하다가 '영광스런 순교'를 당하고, 뉴욕의 한복판에서도

영어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 그들 아닌가. 서울의 야경을 살풍경한 공동묘지처럼

만들어버린 그들의 시뻘건 십자가라거나 전철이나 공공장소를 막론하고 시끄럽게 협박해대는 것 역시 공기처럼

익숙해져 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봉은사 땅밟기' 영상이 나오고, '동화사 땅밟기' 영상이 나오고, 그리고 '미얀마 땅밟기'

영상까지 연달아 나오고 있지만 기독교계에서는 누구 하나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다. 한기총이니 뭐니

나름의 조직도 있는데다가, 세계에서 몇번째로 크다며 으시대는 거대한 교회들이 몇개씩이나 있음에도 그들은

아무 말도 없다. '수장'들도 그렇지만 그 밑의 일반 평신도, 일반 기독교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동영상이나

관련 기사에 다는 댓글들의 패턴은 일정하다. 땡중이니 사탄이니 저주와 악담이 여전한 가운데, "일부

기독교인의 행동일 뿐"이랜다.


왜 '남탓'만 하는 기독교도들만 보일까. 이게 정말 '일부 기독교인'만의 문제인 걸까. 한국의 천박하고 극성스런

기독교의 여러 문제들이 어제 오늘 지적된 일도 아니거니와, 그 중에서도 다른 종교를 매도하고 저주하는 건

정말이지 오래고 오랜 문제인 거다. 왜 그들은 한결같이 건방지고 독선적인 건지, 그리고 왜 그런 부분들이 전혀

고쳐지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혐오스러워지는지 기독교인 전체가 진정으로 반성해야 할 문제 아니냐는 거다.

그들의 말대로 '일부 기독교인'들만이 열심을 내어 봉은사를 가고 동화사를 가고 심지어 미얀마까지 가서

땅밟기 예배 퍼포먼스를 벌인 건 맞다고 치더라도, 그러한 또라이짓에 대한 그들의 속내는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하나님은 참 기뻐하실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선 기뻐하지 말아야지, 라거나 저들은 비록

사회적으로 돌팔매를 맞을지언정 하늘에서 영생과 금은보화로 보상받겠지,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문제는 둘 중 하나다. 지금 그들이 가진 종교 교리가 (애초엔 어땠던간에) 굉장히 폭력적이고 독선적이라는 것,

혹은 그들 기독교인들이 기득권 종교, 주류 종교로서 기독교의 후광을 업고 경거망동하고 있다는 것. 사실

두가지 모두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 교리가 원래 그렇게 지랄맞은 거라고 믿고

싶진 않다. 그들이 만들어낸 신이 원래 그렇게 욕심이 많고 질투심이 강한 밴댕이 속알딱지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교리 논쟁으로 넘어가봐야 이는 거의 '세계관'이나 '신념'간의 충돌일 터여서 그냥 속으로 생각하고

말겠다. 원래 종교가 그런 거니까. 그런 차원에선 기독교도들이 '땅밟기' 영상을 보면서 속으로 웃는대도

할 말 없다.


그렇지만 남은 하나가 문제다. 기독교인들이 이번 사건을 '일부'의 일로 치부하고 남탓만 하며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될 이유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주류이자 기득권 세력을 이루는 기독교 집단의 무책임함, 혹은 무신경함을

위장한 악마적인 비열함. 대통령을 해먹는 왕후장상의 씨앗이던 재래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서민이건 기독교의

십자가 아래에서 그들은 어쨌던 종교적 차원에서는 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무지하게도 자신들의

쪽수를 믿고 함부로 나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서울을 그들의 신에게 봉헌한다느니 따위의 이야기가 위에서

나오는가 하면 우리 동네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하고 하나님 믿어야 천국간다고 (아니면 지옥간다고) 협박을

일삼는 거다. 만약에 다른 종교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아니, 다른 종교가 그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한다는 게

가당키나 했을까.


기독교인 한명 한명이 사과를 해야 할 일이다. 기독교인 한명 한명이 나의 신 만큼이나 당신의 신도 존중한다고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은 타 종교와 타 종교인들을 비난하거나 저주하지 않는다고 선언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당신이 기독교인의 딱지를 달고 그들의 쪽수에 더하기 일을 해줬기 때문에

그 '일부'의 덜 떨어진 기독교 광신도들이 쪽수를 믿고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타 종교,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고 업신여기는 거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이토록 유치찬란하고 뻔뻔하게 나올 수 있는 건 그들이

쪽수가 많아서, 라는 지독히 유치찬란하고 단순한 이유밖에는 없어 보인다. 차라리 그 이유라고 하는 게 다행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기독교의 교리가 근본적으로 다른 종교인들과 상생하기에 불가능한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으니.



p.s.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사람들, 그런 행사에 동영상 축사를 보내는 정치인.

그들이 다함께 나눠 먹어야 할 비판과 욕설이 특정 정치인에게 집중되는 건 차라리 안쓰럽기도 한 것 같다.

어디나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제일 얄미운 법이다.




진중권(@unheim)은 "허영만 화백의 선견지명? 이 만화가 2003년 거라니... 이 분, 돗자리 까셔도 되겠네요."

지인(@tradepoli**)은 "저 강을 아끼는 사람들의 심정으로.."라며 답답함을 호소하며 리트윗을 했고,

나(@ytzsche)는 "이미 2003년에 상식이 되어가던 이야기, 그치만 2010년엔 낯설어지고 만 이야기."라며

프레시안에 오른 기사를 재트윗. ( 허영만 화백의 예언? <식객> 한 장면, 4대강 논란과 흡사 )



어제 4대강에 대한 피디수첩을 보면서도 계속 분통이 터졌댔다.

"아니 정말, PD수첩에서 하는 얘기 누가 몰랐나. 별거 없잖아. 상식적인 차원의 비판과 온건한 수준의 문제제기일

뿐이다. 그 정도의 제도권내 비판조차 이런 우여곡절을 거친다는 사실이 더 비극이다. 우리 가족 모두 총평은

싱겁다, 라는 것."

"솔직히 정권과 언론상층부에서 그토록 무리하게 방송을 금지시켰길래 대체 뭐가 있나 했었다. 근데 이건

너무나 상식적이자나. 그들은 '상식'의 기준을 어디까지 끌어내리고 싶은 걸까."


그 답을 보여주듯, 2003년 허영만 화백이 기록한 '상식화되어가던' 당대의 (준)상식. 2010년 지금은 오히려

그 방향이 뒤집어진 채 상식이 비상식의 낯선 영역으로 내몰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 다른 트윗 친구분(@vleee**)은 "오늘로 이명박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채웠답니다!! 이제????"

라며 경악하고 말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아, 슬프다.



우리들은 경학생 장면먹고 전거타고

남가동 북가석버스 타고 가

길을 갈 땐 측으로 화실은 변기로

힘내 나가 이겨야 하

빛내 빛을 내 경학생 만만세~*
 

우리들은 경학생 동먹고 마차타고

이동에 면동에 등고속 타고 가

길을 갈 땐 측으로 당구칠 땐 라마시로

힘내 나가 이겨야 하

빛내 빛을 내 경학생 만만세~*


*                                              *                                              *

왠지 오늘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잔뜩 맴도는 노래.

대학 들어가서 술자리나 집회판에서 듣고 정말 절묘하게 재미있는 노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명박이 어느 순간 불쑥, 사회적 합의 따위 없이 '측통행'을 밀어붙이는 때 쯤엔 더이상 마냥 웃어 넘길

가사만은 아니구나 했다.


이 노래 아는 사람이 블로거 중에도 있으려나, 아는 사람 손~*ㅋㅋㅋㅋ







선거 후 말이 많았다. 오세훈이 강남통합구청장이라느니, MB의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느니, 다음 검색어 1위가

'레임덕'이라느니. 그리고 선거 전 '백욕이 불여일표'라느니 등으로 투표를 독려했던 MB에 대한 불만집단들은

나름의 성과로 조금은 안심하고 조금은 만족한 듯 보인다.


그 와중, 한명숙이 당선되지 못한 걸 두고 진보신당 노회찬이 왜 단일화(라고 쓰고 '투항'이라 읽는다)하지

않았는지 욕설과 불만이 들끓는다. 말인즉슨 노회찬이 완주한 때문에 한명숙이 석패하고 말았다는 거다.

솔직히 난 민주당이 MB의 대안이라 생각지 않는다. 민주당은 2인자 놀이 중이다. 민주당의 프레임, 정책,

마인드나 한나라당의 프레임, 정책, 마인드는 사실 오십보 백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놓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2인자 놀이중이지만 (엄연히)

거대 기득권집단인 그들이 '진보'라는 탈을 쓰고 세력을 회복했다 치자. MB에 질려버린 사람들의 열망이

모아지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이 모아져서, 그들이 막말로 차기 대선에서 수권했다 치자.


그러면, 뭔가 바뀔까. 김대중, 노무현. 분명 절차적 민주주의에 있어서 적잖은 발전이 있었지만, 또한 그게

그네들의 한계였다. 절차가 완비되고 나면, 혹은 절차를 완비하기 위한 마인드가 무엇인지의 문제. 내용상의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지향이 없이는 방황하거나, 회귀한다.


한명숙,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대추리 주민들의 시위를 경찰력도 아닌 군인들이 투입되어 진압했을 때 아무런

유감 표명도 없이 적법했다 강변했던 사람이다. 그게 민주당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적대적 공범자'들이다.

그들은 같은 기득권을 공유하는 풀 내에서, 실제 생활과는 동떨어진 말싸움으로 서로를 차별화하며-대개 그건

불분명하기 짝이 없어 언제든 당을 옮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지만-국민을 기만한다.


그리고 남는 건 사람들의 회의. 정치는 나와 관계없어. 누가 되나 똑같애. 바꿔봐야 똑같더라. 정치하는 놈들은.

욕심으로야 '진보X당'은 그렇지 않아, 아직 우린 제대로 된 대안 정당을 만나지 못해 그래,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까지는 무리일 듯 하고, 최소한 그렇다. 민주당을 뽑아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 얼마나 바뀔까.


좀더 까놓고 말해서, 김대중과 노무현 치하에서는 행복했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 물론 정치적인 면에서

좀더 성숙된 민주주의로 진전했다. 그건 맞지만, 거기서 실제 생활에까지 파급되지 못하는 민주주의였다. 그건

그들이 생각하고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한계이자,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그려내는 '민주주의'의 한계.


그 와중, 이명박은 변하지 않는다. 벌써 프레임이 조작되고 있다. 강남통합구청장 오세훈은 (조선일보에 따르면)

위기를 딛고 일어선 차차기 대선후보이자 유례없는 재선 시장이 되었다. 기실 조중동 언론에서 이토록 엄살을

피우며 여권을 압박하는 건, 차기 정권을 자기네 입맛에 맞도록, 고분고분한 사람으로 들이기 위한 엄포용.

그리고 이명박은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며 경제에만 몰두하겠다' 한다. 소나기만 살짝 피하고 다시 '불도저'같은

추진력으로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일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다. 자, 선거끝났으니 이제 셧업유어마우스.

귀에 삽박았다.


깝깝한 이야기다. 깝깝하고 민감하고 편향된 이야기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궁금하다.

민주당이 내세운 '노무현 정신'이란 게 포인트가 뭔지, 예컨대 한명숙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을 때 뭐가

얼마나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민주당 아니면 한나라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현재의 정치지형이 언제쯤이나

좀더 열린 지형으로 바뀔지.





● 일시 : 2010년 5월 11일(화) 24: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tzsche(이채, 異彩)

● 배경 : 만백성과 함께 천국가겠다는 가카의 자애로움

   - 50%가 넘는 지지율을 한몸에 받고 계신 현명하고 자애로운 가카께옵서 하늘도 감동할 만큼 통큰 배포와 아량을 베푸시어,
   - 어리고 못난 백성들에게 지난 2008년의 경거망동을 반성하고 가카를 향한 100% 순도의 충성심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 지난 3년간 진정한 이땅의 주인인 나랏님께 지은 죄를 씻고 순백의 영혼이 되어 함께 하늘나라로 승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 방법 : 댓글에 아래와 같은 내용에 부합하는 댓글 팔만자 이내.(아래의 샘플 참조)

   - 2008년 겟세마니 동산에 오른 예수의 마음으로 못난 백성들의 아우성을 애써 참아냈던 가카의 마음을 정성껏 헤아려,
   - 멋모르고 무식하여 좌경빨갱이 불순세력에 이용당했음을 가슴치고 옷을 찢어 렬렬히 반성하고,
   - 두번다시 나랏님 하는 일에 함부로 나불대지 않겠으며 앞장서 나아가 가스통 짊어지고 '반공''토목''경쟁'의 기치를 높이 들 것을 서약하기만 하면 됨.


제공 : 면죄부(라고 쓰고 '초대장'이라 읽는다) 10장


● 선정단 : 4대강, 용산, 미네르바, PD수첩, 봉은사 등



In shamefulness of

the disastrous Koreans of the LEE Kingdom,

Ytzsche
(
http://ytzsche.tistory.com)

requests your VOTE to the local election
on Wednesday JUNE 2, 2010



R.S.V.P
ytzsche.tistory.com



샘플.(샘플만 써봐도 알아요, 김희애 曰)






@ 상해.



4월말만 되어도 반팔을 입고 다녀야 한다는 상하이, 눈이 내리는 일이 좀체 없는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 저렇게 펄펄 눈이 내리는 장면을 연출해낸 아이디어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만하지 않을까.

좋아라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만 있어도 어찌나 흐뭇해지던지.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손발을

나풀거리며 그야말로 온몸으로 눈내리는 순간을 만끽하는 녀석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레 모두에게서 박수가 터져나오고 말았었다. 2010 상해엑스포가 시작된 상하이,

한국기업연합관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중국의 아이들(과 강아지들)에게 눈을 선물하고 있었다.


분분한 낙화. 사실은 인체에 무해한 계면활성제로 만들었다나 뭐라나. 어제 기업관 개관식날 보고를 듣던

MB 내외의 시선도 붙박아두었던 풍경이니만치 상해와 중국 사람들에게도 꽤나 그럴듯한 기억으로 남기를.






청와대 방문신청서(국문)

청와대 방문신청서(영문)


청와대에 들어갈 일이 있어서 갔던 길, 다른 때와는 달리 시화문 쪽으로 가서 방문 신청을 하라고 했다.

신청서를 써내면서 신분증을 맡기면 방문증을 준다. 핸드폰을 받아서는 카메라 렌즈 부분에 검은 스티커를

붙여서 촬영을 막은 후엔, 금속탐지기를 거쳐 청와대 IN.


별 거 없다. 청와대 경내 곳곳에 설치된 철문을 지키고 선 경호 인원들의 우렁찬 구령소리가 인상깊었을 뿐.
 
입차! 확인! 문열어! 문닫아! 출차! 정도...였던가. 하루종일 인형처럼 각잡고 서서는 고작 한다는 몇마디 말이

저런 거라니 참 힘들겠다.


시화문,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2008년 새해의 사자성어로 발표했던 '시화연풍'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참 좋은 단어. 현실은 시궁창.


*                                          *                                            *

이 당선인 새해 희망 사자성어 ‘시화연풍(時和年豊)’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30일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자성어로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선정, 발표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당선인이 새해의 사자성어로 ‘시화연풍’을 선정했다”면서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뜻으로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국민이 화합하는 시대를 열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새해 사자성어 ‘시화연풍’을 들어보이며 뜻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화연풍’을 새해 사자성어로 선정한 배경과 관련, 주 대변인은 “대선을 통해 확인된 시대정신은 경제 살리기와 사회통합”이라며 “시화(時和)는 국민 화합, 연풍(年豊)은 경제 성장의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대변인은 “지금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겪고 있는 지역, 이념, 계층갈등 등 여러 유형의 갈등과 분열상을 극복하여 대화합을 이룩함으로써 국가발전의 정신적 기반을 마련하고, 노사안정과 규제완화, 기업의 투자활성화 등을 통해 성장동력이 떨어진 우리 경제를 다시 살려내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등 선진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2008년부터 이러한 두 과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성실히 이행하여 그야말로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드는 국민성공시대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투데이 2007.12.31 14: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