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내로 출근하는 아침, 개천을 따라 걷는 길이 어찌 이리도 고즈넉한지.


개를 끌고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와 잠시 앉아 쉬는 모습도, 모두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이렇게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다하는 이쁜 다리.


사람들은 차를 운전해서, 자전거를 타고서, 혹은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며 과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이어주었던 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덤.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슈프레강변에서 이렇게 카누인지 카약인지를 띄우려 시도하시던 백발의 할아버지.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는 틈틈이 응원해주던 친구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능숙하게 카누에 탑승.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느덧 저만치, 강 중심으로 나아가서는 멀찍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도 한강에서 저렇게 카약을 타며 노년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노란색 유람선도 지나고 노란색 전철도 지나는 다리가 다시금 눈에 들어와 한 장.





싱가폴 차이나타운에서 이십분 정도 남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red dot design museum.


매년 디자인이 출중한 제품들에 수여하는 상인 레드닷 어워드를 받았거나 그에 준할 만큼 훌륭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인데, 아직 한국사람들한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가이드북에도 안 나와있는 듯)



이쁜 빨강색으로 온통 칠해진 맵시있는 건물이 멀리서부터 눈길을 끈다. 


그 건물 전체가 뮤지엄인가 했지만 그렇진 않고, 이렇게 생긴 샵을 포함해 일층을 쓰고 있었다. 샵에도 디자인이


살아있는 제품들을 꽤 많이 전시, 판매하고 있었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패스.


샵 안을 둘러보고 이렇게 생긴 문을 지나 뮤지엄으로 입장. 입장료는 성인 8싱가폴달러, 학생 4싱가폴달러.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시품은 이제 꽤나 널리 알려진 이 시계.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들이


시계를 감촉하는 것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계다. 가운데서 뱅글뱅글 도는 쇠구슬이 시침이던가.


그리고 3D 퍼즐형태로 조립분해할 수 있는 반지. 



디자인이 매끈한 자전거다 싶더니 역시. BMW에서 만든 자전거.


목하 국내에서도 대유행중이라는 인디언텐트의 원조. 



눈꽃 모양의 육각형 부품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커다란 전등갓.



싱크대라거나 주방용품에 대해서도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은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보관 및 활용이 용이하도록 고안된 물병으로 장식된 한쪽 벽면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입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디자인된 타일로 꾸며진 한쪽 테이블 위엔 올해의 레드닷 수상작 도록이.


갈수록 기계적 아름다움에 대해 눈이 돌아가는 건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이런 식의 나염이 살아있는 의자라거나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미려한 휠은 누가 봐도 이쁘지 않으려나.



제품들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빙 둘러선 가운데 공간에는 기업 디자인과 포스터 작품들이 전시.



중간중간 한국어도 보이고 한국에서 쉽게 접했던 것들도 보였는데 예컨대 AP통신의 한국어 버전 명함 시안이라거나


NHN의 환경친화적 명함 아이디어 시안이라거나. 


그리고 현대차에서 진행했던 전화기-우산 디자인 아이디어도 전시되어 있었다. 전화기를 쓰기 편한 우산, 이라는


컨셉을 생각해 내는 것도, 또 그걸 어떻게 구현시킬지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모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각종 전시회라거나 공연, 아니면 공공 목적에 부응하기 위한 포스터들. 꽤나 많고 한장 한장 디테일한 설명이 있었지만


몇몇 눈길을 잡아끌던 아이들만 사진으로 담아봤다.


포토그래퍼들을 초대해 강연을 연다는 걸 고려한 포스터. 사진기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피아노학원의 포스터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 블라인드를 피아노 건반인 듯 어루만지는 장면들로 가득.


전쟁과 평화 뮤지컬(인지 오페라인지)의 포스터. 전쟁시와 평화시의 레드크로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으랴만은 한장의 이미지는 백마디 말보다 강력하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불편하고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이미지화할 수 있을까. 얼음에 갇힌 꽃이라면 어떨까.


혹은 쇠고랑으로 구속받는 꽃의 이미지라면 어떨까. 


와인의 맛과 향과 색을 포스터에 담고 싶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코카콜라의 광고나 디자인적 요소들은 이미 평판이 자자하지만, 여전히도 이렇게 신선할 수 있는 거다. 워낙 깊이


각인되어 버린 로고 디자인의 일부만을 활용해서도 바로 코카콜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 유려한 디자인.

이건 내가 사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던 아웃도어 용품. 가볍지만 단단하고 심플한 테이블과 의자.


이제 뮤지엄이나 갤러리에서 애플의 제품들이 예술품인 양 전시되어 있는 건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예술 작품처럼 핀 조명을 맞으며 홀로 서 있어도 전혀 주눅들거나 허름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니.


이 시계를 샵에서 팔길래 사고 싶었는데. 돈이 웬수랄까나.ㅋ


그리고 모빌처럼 모양이 변화하는 전등갓. 꽉 오무리고 있을 때도 활짝 열려 있을 때도 빛이 좋다.


스토케(Stokke)의 각종 아기용품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BMW의 차량용 베이비시트가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대나무로 만든 안경같은 것도 있고.


다소 민망하지만 참신하고 단아한 형태의 성인용품도 전시되어 있어서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GPS기능이 내장되어 지갑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지갑.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인 아이템.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렇지만 세련된 플루트. 중학교 때 싸구려 모양 플라스틱 단소로 맞았던 기억이 왜 나는 거지.


디지털 저울이 자체에 내장된 여행용 캐리어.


아주아주 매끈하게 생긴 알루미늄 책꽂이. 


해바라기 모양의 샤워기.


집에서 조립해서 쓸 수 있는 컴퓨터. 예전엔 라디오를 조립하는 키트가 있더니 이제 컴퓨터 조립 키트가 파는구나.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꼼꼼히 볼 만한 아이템들이 한 가득. 그래도 세시간 정도면 충분했던 거 같다. 


출장으로 싱가폴을 갈 때마다 자주 들른다는 친구의 이야기로는 전시품들도 규칙적으로 바뀌니만치 갈 때마다


만족스럽다고. 다음에 또 싱가폴 갈 일이 있으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뮤지엄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보려 마음을 세운 것이 벌써 몇 년째, 5월초의 황금연휴에 불쑥-떼밀리듯-내려와버렸다.

 

별생각없이 잡은 숙소는 1구간 중간의 행정마을/삼산마을의 부녀회장님댁. 역시 전라도의 손맛이란 게 어찌나

 

훌륭하던지 아침저녁으로 푸짐하고 맛있으면서 저렴한 식사를 하고 내처 사흘째 걷다가 왔다.

 

 

모내기를 준비중인 논들은 온통 그득그득 물을 받아두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둘레길의 방향과 코스를 안내해주는 표지판들의 도움을 얻어 2구간쪽으로.

 

1구간 남은 곳과 2구간을 걸을 요량이었다.

 

 

 

 

 

유채꽃인지 무꽃인지, 화사하게 피어난 노란꽃들이 지천.

 

 

모내기를 준비하느라 물을 가득 채워놓은 논. 수면에 모든 풍경들을 가둬놓은 모양새가 마치 수상마을 같기도.

 

 

 

그렇게 양쪽에 무논을 끼고 멀찌감치 지리산이 시야에 툭툭 걸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이내 운봉읍까지 도착.

 

 

읍내 곳곳의 조금 낡았지만 정겨운 풍경들도 골목골목 들어가며 찾아보고.

 

 

 

색이 빠지고 바래서 이젠 파스텔톤이 되어버린 간판과 자전거와 풍경들.

 

 

그와중에도 버스 정류장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인 듯.

 

 

 

울타리나 철책이 둘리지 않은 자그마한 초등학교.

 

 

 

그렇게 설렁설렁, 금세 도착하게 된 2구간 시작점. 운봉-인월 구간, 거리는 9.9km라는데 뭐 무슨 정복하러 온 것도

 

아니고 갈 수 있는데까지 걸어보고 택시던 버스던 타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홍콩섬 완짜이에 있는 골든 보히니아 광장, 홍콩의 상징인 저 '금자향' 꽃 조형물 뒤로 홍콩 깃발이, 그보다 높이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곳인지라 많은 방문객들이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곳이다. 마침 비가 추적거리던 아침 시간,

 

조금이라도 사진에 사람을 덜 넣고 싶었는데 포기. 이럴 바엔 차라리 적나라하게 전부 집어넣겠단 맘으로 한 컷.

 

홍콩의 관광버스들에는 보통 앞에만 있는 출입문과는 별개로 뒤 삼분의이 지점쯤에 비상문이 하나 더 있었다.

 

Emergency Exit. 중국어로는 태평문(太平門). 왠지 군대 가 있는 현빈이 생각나기도 하고, 자금성의 어딘가가 떠오르기도 하는.

 

홍콩은 뭐니뭐니해도 맛집! 먹거리를 즐겨야 하는 도시다. 골든 보히니아 광장의 네이밍이 먼저였는지 골든 보히니아 레스토랑의

 

네이밍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홍콩 컨벤션 익시비션 센터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홍콩 미식대상' 수상을 여러차례

 

했다는 고급 광동요리 레스토랑인데 고위 공직자나 유명인사들의 단골이기도 하다고.

 

아마 저 술병 모양의 도자기는 웨이터를 부를 때 들어올리는 거였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레스토랑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갔는지라 보고 배울 다른 숙련된 손님이 안 보인다. 그냥 뭐, 기지개켜듯 번쩍 손을 들어올려 주문.

 

이게 바로 홍콩 최고의 요리 콘테스트라는 '홍콩 미식대상' 2006년 찜 부문 최우수 금상을 받았다는

 

"Steamed Crab claw Wrapped with Sliced Watermelon and Egg White". 이렇게 입안 가득 터져나오는 풍미의

 

게다리살은 처음이었다. 탱글탱글하면서도 보드랍고 온통 촉촉하다못해 흘러넘치는 육즙. 아아. 진짜 절대 강추.

 

 왠지 먹히기를 기다리며 양볼 수줍게 홍조를 붉히고 있는 듯한 이 녀석들은 버섯이랑 새우였던가, 고기였던가.

 

 그리고 커다란 새우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듯한 왕새우 딤섬.

 

 돼지고기와 커다란 전복이 양배추로 돌돌 말려있던, 입안 가득 불룩하게 집어넣고 한참을 말없이 음미했던.

 

 돼지고기가 들어간 호빵..이라고 해야 하려나. "Steamed Barbequed Pork Bun".

 

위의 두개와 더불어 2001년 '홍콩 미식대상' 수상작인 3대 딤섬 메뉴에 속한다고 했던 듯.

 

제법 통통하게 뽀얀 살이 오른 껍데기를 비집고 튀어나오려 애쓰며 육즙을 사방으로 퐁퐁 솟아올리는 고기소들.

 

딤섬의 세계는 아무래도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일단 메뉴판부터 한장 찍고 말았다. 워낙 종류도 많고 전부다 맛난 것들이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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