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내로 출근하는 아침, 개천을 따라 걷는 길이 어찌 이리도 고즈넉한지.


개를 끌고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와 잠시 앉아 쉬는 모습도, 모두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이렇게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다하는 이쁜 다리.


사람들은 차를 운전해서, 자전거를 타고서, 혹은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며 과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이어주었던 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덤.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슈프레강변에서 이렇게 카누인지 카약인지를 띄우려 시도하시던 백발의 할아버지.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는 틈틈이 응원해주던 친구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능숙하게 카누에 탑승.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느덧 저만치, 강 중심으로 나아가서는 멀찍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도 한강에서 저렇게 카약을 타며 노년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노란색 유람선도 지나고 노란색 전철도 지나는 다리가 다시금 눈에 들어와 한 장.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구시가에는 두개의 야트막한 언덕을 중심으로 중세때부터 발전해온 카프톨과 그라데츠 두 마을이 있다.

 

그리고 언덕을 중심으로 형성된 두 개의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개천을 메워 조성한 거리가 바로 돌라츠 시장과 트칼치체바 거리.

 

 

성모승천 대성당을 중심으로 한 종교의 중심지 카프톨 언덕, 그리고 스톤 게이트를 중심으로 한 상공업의 중심지 그라데츠,

 

두 마을 사이 간에는 미묘한 긴장과 협력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었을 테니 아무래도 대부분의 협상과 협력은 이 곳,

 

두 마을의 경계선을 따라 이뤄지지 않았을까.

 

그런 분위기를 이어받았다고 해야 할지, 이곳은 이제 현지인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노천 까페가 즐비한,

 

우리로 치자면 신사동 까페골목이라거나 청담동, 혹은 분당 정자동 같은 느낌의 까페골목으로 변신했다.

 

 

아직 바람이 살짝 쌀쌀한 날씨에도 대리석 보도 위로 테이블과 의자를 깔아놓고 무릎담요까지 얹어두는 센스, 그리고

 

어김없이 빈자리를 찾아드는 여유로운 사람들. 그리고 이내 피어오르는 까만 에스프레소의 하얀 김 한오라기.

 

 

붉은 지붕들 너머로 슬쩍 보이는 성 마르크 성당의 첨탑 끄트머리.

 

어느 까페 모서리에 붙어있던 왼갖 브랜드 간판들. 크로아티아 산 유명한 맥주 Karlovacko를 비롯, 하이네켄, 에딩거, 그리고

 

커피브랜드 라바짜와 전세계를 점령한 코카콜라까지.

 

 

중간중간 맘에 드는 까페 겸 레스토랑들이 보여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마침 배도 출출한 겸 그 중 하나에 입장.

 

버터를 살짝 올린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그리고 짙은 까만색의 흑맥주 한잔. 생각보다 포만감 가득한 맛있는 식사였다.

 

크로아티아 전통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머리 희끗한 주인장 할아버지가 추천해준 음식을 그대로 따랐는데 만족만족.

 

 

 

곳곳에서 보이는 아이템들, 뭔가 가게 주인이 고심해서 포인트를 잡았다는 티가 역력한 빨간 자전거나 빨간 대문들이 눈길을 끈다.

 

 

크로아티아 전통음식말고도 아드리아해 너머 이탈리아에서 전래되었을 피자라거나 파스타류, 그리고 코스모폴리타닉한

 

국적불명의 웨스턴 음식들을 취급하는 레스토랑도 있고, 케밥이나 심지어 스시를 파는 레스토랑도 봤었지만, 그래도 이런

 

크로아티아 전통의상을 파는 가게도 보이고 대체로 크로아티아 느낌이 충만한 곳이다.

 

골목에 처음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돌아나오는 길에야 그 용도가 혹시 해시계인가 싶어서, 시간을 확인해보곤 깜놀. 정확했다.

 

 

딱히 밥 때가 되었다고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아닌거 같고, 일단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며 유유자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들이 모두 관광객인 거 같지는 않고, 그냥 크로아티아라는 동유럽 국가의 기본적인 삶의 페이스 아닐까 싶어 굉장히 부러워졌다.

 

그리고, 잔뜩 헐고 낡아서 볼품없어져 버린 거리의 뒷켠조차 이렇게 알 수 없는 운치가 서려 있는 풍경을 가진 나라라는 건.

 

압축성장을 위해 과거를 밀어버린 폐허를 계속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고 하는, 그런 류의 개도국에선 불가능하고 근대를 리드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중인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분위기가 아닐까 했었는데, 어쩌면 그건 손쉬운 핑계가 아니었는지 싶기도.

 

 

 

 

말로만 소득 이만불이니 G20이니 떠드는 우리 나라지만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게 한두개가 아니다.

 

그 중에서 걸핏하면 언론과 보수정치권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전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항목 하나,

 

노동자들의 노동할 권리, 그리고 파업할 권리에 대한 보장이다.

 

 

근로 손실일수를 계산한다는 OECD의 이십여개 국가들 중 최저 수준일 뿐 아니라, 프랑스나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아예 '근로 손실일수' 따위를 계산하지 않는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국격을 올리기 위해서 매년 파업 일수를 1일씩 늘린다고 해도 20년이 걸려야 그나마 평균치에 도달하는 수준.

 

 

국격은 그리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국가는 파업을 장려하고 파업을 조장하라~)

 

게다가 최근 보수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이 국회 사무실에 적힌 낙서에 답하며 '근로자'라는

 

단어를 쓴 것은 노동에 대한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에서 보수 야권이나 여권이 도끼니 개끼니임을 보여준다.

 

 

굳이 기사를 스크랩해두는 건, 나중에라도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 같은 곳의 파업을 두고 이 나라는 강성노조와

 

파업 때문에 망한다느니, 어느 나라도 이렇게 '극성맞게'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느니 따위 개소리가 나왔을 때

 

검색의 편의를 돕기 위해서.

 

 

* 문재인 입주한 의원회관 사무실에 '근로자 낙서(?)'…"정권창출하시길"

 

 

 

 

한국 노조파업 OECD 평균 이하

 

 

(2012-06-04 오후 2:11:00)

 

2011년 근로손실일수 24.7일로 최저치 … "노동기본권 지나치게 제약"

재계가 우리나라 노조 파업으로 인한 경제손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2009년 이후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자료를 통해 분석한 'OECD 근로손실일수 비교'에 따르면 1999~2008년 사이의 OECD 회원국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는 평균 45.9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파업 손실일수를 매년 관리하는 20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한국의 근로손실일수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7년엔 33.6일로 OECD 평균치 이하를 나타냈다. 이후 2009년 38.1일, 2010년 30.2일, 2011년엔 24.7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은 49.9일로 OECD 평균치보다 높았다.

 

 



국가별 근로손실일수가 한국(33.6일)보다 높은 나라는 2007년 기준으로 △터키(502.2일) △캐나다(124.2일) △스페인(58.3일) △이탈리아(52.6일) △영국(38일) △핀란드(37.9일) 등이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노조 파업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재계가 자주 언급하는 것은 허튼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 파업으로 인한 경제손실이 영국 캐나다 핀란드 등 선진국들보다 낮고, 지금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여서 오히려 노동기본권을 지나치게 제약당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노사분규는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다만 프랑스 덴마크 등 일부 주요국가들이 근로손실일수를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버즈알아랍. '버즈'는 탑이란 뜻의 아랍어다. 아랍의 탑. 저 꼭대기 헬기착륙장에서던가 타이거 우즈가 멋진

티샷을 선보이던 광고를 찍었노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돛단배를 형상화한 버즈알아랍, 호텔 수준을 구분하는

별 몇개짜리 등급으로 치면 사실 오성등급 이상으로 공인된 건 없지만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자부심으로 무려 '세계 유일의 칠성급 호텔'이라 선전하고 있는 곳이다.

이전에는 입장료를 따로 받고 호텔 내부를 구경하는 호텔 투어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하루 방값이 최소 백오십만원 정도 된다는 이 곳에서 묵는 건 그다지 내게 있을 법 하지 않은 일인지라, 그러면

이제 어떻게 들어가서 구경해볼 수 있냐고 했더니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된단다. 한끼에 이십여만원한다는

식사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맛은 그다지 없다고. 출장을 다녀오고 몇 군데 경험자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둘러

봤지만 역시 그다지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칠성급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모두가 선망하기는 하지만 막상 제돈을 다 주고 가기는 망설여지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버즈알아랍은 대체로 국제회의나 국빈들, 그니까 자기 돈으로 투숙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저런 '비용처리'가 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나마도 요샌 공실률이

많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10월, 이미 세계경기가 꺽이면서 두바이의 가파른 추락은 예정된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대외개방형의 경제, 외국자본에 기댄 경제, 토목으로 부양하는 경제 특성상 당연한 귀결인지도.

약간은 가벼운 이야기로 넘어와서, 버즈 알아랍이 내려다보고 있는 바다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바닷물

색깔도 그렇고, 해안에서 내다보이는 먼바다의 풍경 역시 모래사구에 가로막혀 텁텁한 사막 느낌이 가득했다.

바닷물에 들어간 사람들도 뭐랄까, 짙고 깊은 푸른색의 동해 바다에 몸을 담근다기보다는 야트막하고 탁한

서해바다에서 찝찝한 모래가 수영복 가득 들이차는 느낌을 받고 있지 않을까 괜스런 걱정이 들었었다.

해안가 밖에 있던 휴지통.

버즈알아랍과 마주하고 해안가에 세워진 낮지만 호화로운 고급저택들을 구경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만 좋은

저런 버즈알아랍 같은 호텔보다 저런 펜션이나 호텔에서 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그 때.

같이 왔던 분들과 버즈 알아랍을 뒤로 한 채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각자 가져온 카메라 몇 대로 각각 몇번씩

촬영을 돌아가며 하다보니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 그걸 하염없이 지켜보며 같은 곳에서 무의미한 빗자루질만

무한반복하고 있던 청소부 아저씨가 문득 눈에 띄었다. 모래를 쓸어내는 것도 아니고, 아마도 사회주의

국가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때우는 노동이라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아무 목적도 의지도 없어보이는

단조롭고 나른한 빗자루질.


일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고 했다. 그냥 정부에서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하도록

지시받을 뿐, 일을 잘해내거나 보다 '영리하게' 해내는 것에 대한 관심도 유인도 없기 때문에, 가뜩이나 한달

30여만원의 박봉으로 연명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은 그저 시간을 채우고 있기 십상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물가가 굉장히 높은 와중에도 그들의 생존과 연명을 위한 물과 고기등 필수품들의 물가는 굉장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었다.

버즈 알아랍이 아무리 대단해 보인다 해도, 겉에서 볼 때의 이야기다. 청계천 근처나 양수리쯤에 그럴듯하게

꾸며진 까페 같은 풍경이 밖에서 보면 그림같아 보여도, 막상 안에 들어서는 순간 별거 없어지는 것처럼 어쩌면

두바이에 대한 온갖 찬사와 신화적인 이야기들은 내부에서 보면 정작 어리둥절해질 수 있는 것들 아닐까

싶어졌다. 식물에 비기자면 '웃자라 버린' 거다. 비료를 담뿍 주고, 억지로 줄기를 잡아당겨가며 키워냈지만,

도무지 인프라나 사회시스템이나 작동원리 따위가 외양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랄까.


선진국은 괜히 선진국이 아니다 싶었다. 그들의 부유함과 번영은 시간을 두고 찬찬히 쌓아올려진 사회적

기반과 문화, 내적인 저력에도 기반하고 있는 건데, 그러고 보면 왜 갑자기 우리나라가 '두바이'를 벤치마킹

하겠다고 설레발친 걸까. 강소국 모델을 원했다면 베네룩스 삼국같은 유럽의 전통있고 오랜 시간 검증된

모델도 있는데, 어디서 족보 없고 검증도 되지 않은 '강남 땅부자'같은 두바이를 들이댄 걸까.

출장길에 계속 의아했던 주제였는데, 결국 두바이 경제는 얼마나 취약한 상태였는지 이제 백일하에 드러나고

만 상황이 되어버렸다. 비록 이게 두바이 신화의 결정적인 붕괴라고까지 말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최소한

두바이가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야할 모범 사례라고 말하기는 이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돛단배를 형상화했다고. 나중에 석유자원 등이 고갈되었을 때를 대비해 관광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섬으로

세계 지도도 만들고 야자나무 형상도 그리고, 세계 최고라는 빌딩도 세우고 돛단배 모양 '칠성급' 호텔도

만들고. 흔히 두바이를 상상력의 발현과 창의적 미래 대비의 사례로 제시하는 논거들이지만, 글쎄, 솔직히

저런 것들 보러 굳이 두바이로, 중동으로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은 이런 사례들은 그들의 안간힘, 그렇지만 사회적 인프라와 문화적 기반을 무시한 외양 불리기란 건 마치

황소 흉내내려다 배때지가 터져버린 개구리처럼, 기본이 갖춰지지 않아 언제고 무너져내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아닐까. 정도를 벗어난 '한탕주의식' 발전모델에 가까운. 이런 뻘쭘하고

뜬금없는 건물들만 잔뜩 짓는다고, 건물 신축허가를 받을 때 독특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관광자원이 될 거라는 아이디어의 천박함과 비루함은 또 어떤가.

위에서 말한 그런 것들은 그저 짧막짧막, 그다지 논리적 정합성이나 엄밀함 없이 생각해본 단상들에 불과하다.

그저 짧은 생각의 편린일 뿐이니 아닐 수도 있겠고,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도 있겠고. 어쨌거나 버즈 알 아랍

앞의 해변가에는 저런 트랙터가 시간마다 모래를 고르고 다녔다. 철저하게 보여지기 위한 공간, 으로

제공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뭔가 빼곡한 금지표시로 가득한 표지판. 사람도 몇 명 없는 고즈넉한 해안가에, 더구나 그다지 수영하러 뛰어들

욕망도 일지 않는 모랫빛 뿌연 바닷가에 너무 과하다 싶은 금지조항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돌아나오는 길, 어떻게 보면 절지동물이나 오동통한 사마귀같은 곤충의 배 부분을 형상화한 거 같기도 하다.

올록볼록하고 탱탱해 보이는 게 그렇다. 버즈 알 아랍, 각국의 '공용 경비'로 먹고 사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호텔인데 과연 두바이가 국제 컨퍼런스의 허브라거나 국제행사의 허브로서 유망한지는...신혼여행지로 굳이

저길 가서 '칠성급 호텔'에서의 추억으로 행복해할 만한 사람들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유지비나 제대로 뽑고

있을지 또다시 오지랖 펼친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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