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역 사거리에서 선릉쪽으로 가는 길, 왼켠으로 보면 은근 술집과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골목이 하나 나오는데

 

그 중에서 몇 번 다녀보니 그때마다 맘에 들던 일식 이자카야집 하나. '탄'(TAN)이다.

 

 

 마침 갔던 시간대가 손님이 없던 시간대여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제법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있고, 사케 술병들이 쪼르륵 늘어서 있는 모습도 귀엽고.

 

 

 

 

 

그리고 아사히 생맥주에 더해서 썬토리 프리미엄 생맥주가 있단 것도 무척무척 맘에 든다.

 

 

 

 

 주방에 이렇게 짧은 커튼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조리 과정을 볼 수 있을 만큼 개방되어 있다. 깔끔한 내부 모습.

 

 

 하나 아쉽달까,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어서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남자나 여자나 모두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지하에 있는 가게 출입문, 입구부터 정겹게 생긴 남녀와 고양이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가 딱 됐다.

 

 그러고 보면 저 아저씨랑 이 이자카야 주인 아저씨랑 생긴 게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딱 봐도 착하고 순진하게 생기셨다.ㅎㅎ

 

 

 

맥주 말고도 위스키도 파는데, 어라, 이 위스키는 국내에서 잘 보지 못한 건데. 선토리 위스키, 선토리 프리미엄 맥주와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진 위스키인데 부드럽고 향긋하면서 그리 독하지 않아 좋아하는 위스키다. (많이 마시면 독하다..)

 

 문득 눈이 간 수저통, 대나무를 짜깁기해서 만들어진 건가, 대나무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나무 재질임엔 틀림없다.

 

 

 

 

 

* 메뉴가 궁금하다면.

 

 

나쁘지 않은 가격대, 식사도 가능하고 안주도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물론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가능한 메뉴들로.

 

 

* 위치가 궁금하다면. 

 

 

이자카야 탄 (TAN)

 

전화번호 : 02-562-5841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96-4

 

 

 

 

한바탕 비가 쏟아붓고 난 목요일, 트레이드 타워 옥상에서 바라본 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멀찍이 손오공의 근두운처럼 한조각 찢어져서 떠가는 애기 구름 하나.

 

건물 옥상에서 밤에 깜빡깜빡거리며 비행기 등의 충돌을 방지하는 붉은 등 너머로 남산타워까지 보이고.

 

역삼역과 테헤란로 저너머 관악산자락이 왼켠으로 웅크리고 있다.

 

 

높은 구름 그림자가 한강에 얼룩덜룩한 흔적을 남기고, 한강의 서안과 동안에 빼곡한 아파트들.

 

봉은사의 초록빛 녹지공간과 그 너머 담색 물결의 한강, 그 위엔 새하얀 구름이 떠가는 푸른 하늘.

 

 

주변을 얼추 돌아보고 나서는 옥상 위 구경. 군사시설로 쓰였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뭔가 낡고 녹슨 시설물들 위로 짙푸른 하늘을 내달리는 새하얀 구름들.

 

건물 옥상에 있는 이 안테나같이 생긴 시설물은 뭘까.

 

 

 

 

점심시간을 틈타 옥상에 올라와서 서울 시내를 굽어보는 재미에 홀딱 빠져있는 직장인들.

 

 

선릉. 봉긋한 능 하나가 앞으로 보이고,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이나믹한 녹지가 빌딩들에 포위됐다.

 

 

 

하늘 높은 곳에서 구름이 소리도 없이 내달리는 순간, 선릉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

 

그리고 여의도 방면. 날이 맑으니 여의도 63빌딩이니 쌍둥이 빌딩이 쉽게 눈에 띄인다.

 

 

그러고 보면 서울 시내 끝에서 끝까지 한눈에 들어올만한 거리는 되는구나 싶다.

 

물론 날이 맑아야 하고, 이정도 높이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긴 하지만.

 

올라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가는 길. 옥상을 가리키는 친절한 화살표들이 사방에 붙어있었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화물엘레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워낙 고층 옥상의 풍압이 센지라 중간문을 닫지 않으면

 

엘레베이터가 출발을 못하고 휘청거린다는 위협적인 사실.

 

 

 

 

 

아주아주 달콤하고 쌉쌀한 초콜렛 음료를 만들어내는 곳, 카운터의 모습이 반질반질한 천장에

그대로 말갛게 비쳤다. 이런저런 스토리와 추억이 얽혀있는 까페.

다른 곳의 까페. 딱 보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인테리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던 건 천장을

온통 덮고 있는 거울이었다. 친구들이 서로의 눈빛을 주고 받으며, 또 더러는 서로의 폰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나만 천장을 보고 사진 한장. 근데 저 지갑은 왜 연거지.

또 다른 시간의 강남역. 해가 까무룩하니 저물어가며 사방으로 빛을 퍼뜨리는 시간대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그리고 LED조명이 색색으로 바뀌는 가운데 거침없이 지하도

아래로 빨려들어가고 토해내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선릉, 햇살이 반짝거리던 날 벚꽃나무들이 둥그렇게 모여서 머리를 맞댄 그 아래 돗자리를

깔았다. 강하게 내려쬐는 햇빛 아래에서 하얀 꽃잎들은 거의 투명하도록 빛나고 있었고,

푸르스름한 하늘색과 살풋한 핑크색이 섞여들며 묘한 분위기의 창공이 위로 열려있었다.

나무는 아 까먹고 있었다, 라는 느낌으로 문득문득 꽃잎을 소리없이 떨구고 있었다. 바람 한점

없는데도 파르르 몸을 떨고는 꽃잎이 뚝, 뚝. 소리도 없이 내리는 벚꽃잎을 보면 뭔가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신비로움도 느껴지고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사방이 숨죽인 채 바라보는 느낌이

드는 거다. 문득 잊었다는 듯, 그렇지만 당신이 날 잊었던 말던 상관없다는 듯, 그렇게 고고하고

조금은 망연하게 꽃잎이 손 위에 내려앉았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손으로 잡으면 행운이 온다는 말도 있지만, 떨어지는 벚꽃잎을 손으로

잡아도 행운이 온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었다. 워낙 얇고 가벼워서 살짝 스친 손길이 일으킨

바람에도 팔락이며 몸을 뒤채고 마는 그 섬세한 꽃잎, 그 말을 듣고 아마도 처음으로 꽃잎을

잡았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군대 훈련소, 구보중이었다.

돗자리 위에 누워서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하고, 문득 이야기가 끊기면 멍하니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마음이 나풀거리기도 하고, 더러 바람이 불어 우수수 꽃비가 나리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이빨빠진 꽃잎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찔리기도 하고.

날씨가 워낙 희한한지라 한반도엔 이제 2계절이 뚜렷하고 일교차가 큰 그런 날씨가 정착되어

버린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벚꽃들도 볕좋은 곳에 선 나무에선 활짝 피다 못해 연두색 이파리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는가 하면 어떤 나무는 아직 꽃망울도 다 안 터지기도 했고. 그나저나

벚꽃은 이파리 오르기 전까지가 정말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싱싱한 연두빛이

더해져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아직은, 엷은 핑크빛 꽃잎과 엷은 연두빛 잎사귀의 평화로운 공존.

몇 장, 선릉에서 찍은 사진들 추가. 커다란 능이 만든 둔덕 위에서 노란 민들레꽃이 피었더랬다.

그리고 두드러지진 않지만 담백한 보랏빛 꽃들도 군데군데 깃발을 꽂았고.

생각보다 넓고 다이내믹한 선릉 공원 내부, 자그마한 동산도 있고 산책로라기엔 꽤나 긴 동선이

나오는 너른 공간에 어딘가쯤 박혀있던 이 구부정한 소나무.

그리고 경주 남산에 잔뜩 있던 해송들이 풍상에 씻겨 우락부락해진 외모만큼은 아니어도 나름의

굴곡과 사연을 갖고 이리저리 구비구비 자라난 소나무들.

돌아나오는 길, 어느 까페의 노천 테라스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파란색 파라솔의 두툼하고

거친 캔버스천 사이로 중천까지 바싹 독이 오른 햇살이 닌자의 표창처럼 무수히 박혔다.






퇴근길에 선릉역 앞, 어느 아저씨가 가로수처럼 위장하고 얼음, 한 채 서 있었다. 아무래도 시선이 쏠리는

옷차림에 어색스런 쭈뼛거림인지라 가만히 주위 지형지물을 살피니 옆에 나즈막한 잡지 매대를 세워두고

같이 얼음, 하고 있었던 거다. 지하철 바닥에 닭둘기 털날리듯 쏟아져내리는 무가지 중 하나겠거니, 하고

심상히 지나가려다가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저게 혹시 그건가.

비닐에 한부씩 곱게 싸인 채 주인을 기다리던 몇 권의 잡지들 앞에는 골판지에 유성매직으로 '빅이슈3,000원'이라

적혀 있었다. 냉큼 삼천원을 꺼내들고는 아저씨에게 '땡-!'을 외치며 잡지를 건네받고는 예상보다 얄포름한

그 두께에 놀랬고, 또 한부씩 비닐포장되어 있음에 놀랬다.

빅이슈코리아, 뭐라더라...홈리스들, 그러니까 한국에서 흔히 '노숙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라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다. 외국에서 이미 존재하는 잡지가 한국에도 이제 창간되었다는

소식에 살짝 궁금증이 일었었고, 보통 사람들로부터 '재능'을 기부받아 컨텐츠를 채운다는 이야기에 조금 더

살짝 궁금증이 동했었다. 표지에 No.002라고 적힌 걸 보니 이번달로 두번째 발간했나보다.


그나저나, 표지모델은 정말 노숙자를 모델로 삼아서 사진을 찍은 걸까 아님 누군가가 분장을 한 걸까. 시선을

확 잡아끄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듯 하다. 취직했단 건, 빅이슈코리아에 취직했단 걸까. 여러 궁금증이 몽실몽실.

표지 아래쪽에는 잡지값 3,000원 가운데 1,600원이 홈리스에게 간다는 안내문구가 씌여 있었다. 그래, 표지포함

고작 36페이지 짜리 잡지가 삼천원이나 할 리는 없을 줄 알았지만, 뭔가 절반 이상 이렇게 의미있게 쓰이는 건

내 기꺼이 뿌듯하게 인정할 수 있다.

이번 달 빅이슈의 '스타 스토리'는 안젤리나 졸리. 빅이슈 영국 북부판, 그리고 빅이슈 일본판에서 제공한 컨텐츠를

한국에서 번역하고 살짝 글을 얹은 기사였다.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러 한국에 왔던 졸리는 기자회견석상에서

"수차례 '빅이슈'의 무료 표지모델을 했다"고 밝혔다던데, 이왕임 컨텐츠 자체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더욱

의미심장했을 듯. 이런 재능을 기부하는 기자는 없는 걸까. (졸리도 만나고 사진도 찍고 겸사겸사, 나라도 좋다면.ㅋ)

세계의 빅이슈 중 하나, 영국의 '빅이슈'에서는 빅이슈코리아가 한국에서 드디어 창간되었음을 알리며 무려

네 페이지나 할애하는 관심을 보였다고. 오...영국에서도 이 잡지는 서른여섯 페이지일까. 글탐 정말 굉장한 비중.

잡지를 슬슬 보다가 눈에 띈 건 빅이슈코리아 자립지원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돈 드는 거 말고, 자원봉사 교육

지원이라거나 전문 재능기부 봉사단 모집이라거나..그런 것들에 눈이 휙휙 꽂혔다. 오...재미있겠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거 없을까,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몇 가지 재미있던 꼭지들, 이라기보다는 사고(社告)가 맞겠다. 빅판 도우미를 모집한댄다. 자원봉사인증서도

발급해 준다는데, 아직 방학 중인 학생들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한 달도 안 되어 사천부 가까이 팔려나간 잡지면

꽤나 준수한 성적이지 않나. 앞으로 더욱 많이 팔려나가면 좋을 거 같다.


'빅이슈 판매사원'이라는 게 아까 선릉역 앞에서 만났던 '얼음땡' 놀이 중이시던 아저씨같은 분들일 텐데,

아무래도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면 조금은 더 신나게 판매하실 수 있을 거라 기대도 된다.

그런 분들의 행동수칙도 잡지에 떡하니 적혀있다. 음주나 흡연 중 빅이슈를 팔지 않는다,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고개를 들겠다, 하루 수익의 50%는 저축한다...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그분들을 위한 세심한 조항들인 거 같다.

아무래도 궁금해져서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http://www.bigissue.kr/

'빅이슈'로 찾았더니 더불어 뜨는 연관검색어는 '노숙자 잡지', '빅판(빅이슈 판매사원)' 등이다.

그저 어렴풋이 노숙자를 돕는 잡지겠거니, 혹은 노숙자가 만드는 잡지겠거니 더듬어 생각했을 뿐이었다. 근데

사실은 이런 메커니즘으로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었던 것. 우선 10권을 무료제공하면서 시작되는 수레바퀴는

그분들의 주거와 주소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데까지 나아가는 거다.


빅이슈코리아는 이런 잡지라는 내용, "재능 있는 청년이 만들고 홈리스가 판매하는 소셜 엔터테인먼트 매거진'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지속적으로 노숙자들의 목소리를 담는데 노력하며, 동시에 일반 독자들의 관심분야까지

아우르겠다는 그들의 비전은 사실 조금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일반 독자들의 컨텐츠 참여나

봉사활동이 필요한 거겠지만.

8월호를 훑어본 느낌은, 날것의 느낌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발랄하다는 것. 아직 2호밖에 안 되었는데도

나름의 체계가 잡혀가는 것 같고, 독자들의 피드백도 꽤나 열렬한 듯 하다. 기분 좋은 일이다.

Working! Not Begging! 한때 홈리스였던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해서 '빅이슈 판매사원'으로 얼음땡 놀이부터

시작한다는 건 정말이지 꽤나 의미심장한 출발선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 잡지로 수많은

노숙자들이 전부 자립할 수 있게 된다거나 그들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도약하리라 믿지는 않지만, 그건

정말 굉장히 과도하고 불공평한 기대지만, 그래도 노숙자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하루하루 스러져 버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활자화되고 남아서 사람들 사이에 유통된다는 게 대단하다.

이번 호 기사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것, 꼭 그렇다고 내가 '이래도 안 볼테냐'하고 들이대는 건 아니다. 그치만

뭐, 다이어트나 교육 관련 이슈에 대한 조금 '섹시한' 컨텐츠가 뜨면 단숨에 각종 포털 사이트 대문에 큼지막히

걸리는 상황이니, 이정도 매력적인 제목의 다이어트 기사라면 어디 한번 사보고 싶은 맘이 솔솔 들지 않으려나.


무려 '누드 셀카놀이 다이어트' 비법이란 말이다. 당장 선릉역 8번 출구 앞으로 뛰어가시길. 혹은

홈페이지 (http://www.bigissue.kr/)로 고고씽~*






세계 곳곳의 풍경은 골목길 구석까지 샅샅이 훑어볼 수 있게 되었다지만, 우리 동네의 오래 전 풍경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거다. 서울 삼성역 일대의 풍경 역시 80년대까지만 해도 비가 조금만 오면 물웅덩이가

사방에 포탄자국처럼 생겨나는 '깡촌'이었다던가.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장소에 봉은사는 그대로 있어서 그걸 기준삼아 대충 코엑스는 어디, 트레이드타워는 어디,

아티움은 어디, 한전 건물은 어디 등등 위치를 잡아볼 수가 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얻어낸 삼십년 전 항공사진,

그러고 보면 참 순식간에 변했다.

삼십년 전, 정확히는 1982년에 국제무역박람회장을 준비했던 장소다. 뒤로 보이는 숲속 한옥이 바로 봉은사.

사진의 발색이 살짝 희미해지고 바랜 듯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련하다.

80년대 초만 해도 칼라사진과 흑백사진이 혼용되던 시기였나보다. 사진 오른쪽 쯤에는 타이어 모양으로 생긴

종합운동장이 세워질 테지만 아직은.

저 너머 보이는 숲은 선릉. 아마도 좀더 이전에는 이 근방이 모두 저렇게 숲이었을 텐데, 야금야금 땅따먹기

해서는 지금 저만큼 남을 걸 테다. 왼쪽으로 쭉 올라가는 테헤란로는 그냥, 신작로 하나 덜렁 난 느낌.

88년에 삼성역 옆에 들어차는 종합무역센터 신축 현장. 54층짜리 무역센터랑 코엑스, 현대백화점, 인터콘호텔,

도심공항터미널 등이 한 곳에 집결하게 된 곳이다. 이곳에 그런 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믿거나 말거나라지만, 88년 서울올림픽 때 종합운동장 전경을 전세계에 생중계로 내보낼 때 뒷배경이 너무

허해 보인다는 '쩌~ 위'의 지시가 있었다나.

봉은사 꽤나 뒤숭숭했겠지 싶다. 이런 커다란 공사장이 코 앞에서 온갖 소음을 내며 쉼없이 돌아갔을 텐데.

그리고 2010년. 현재의 삼성역 인근 전경이 찍힌 항공사진이다. 상전벽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지만

정말, 삼십년도 채 안되었는데 논밭이 빌딩숲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도 봉은사와 선릉이 녹색벨트처럼 단단히

매여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 누군가 백투더 퓨처했을 때 알아보기 쉬운 징표들.

서울이라고 전부 고층건물이 즐비하고 끝없는 마천루를 가진 건 아니어서, 조금만 시 변두리로 나가도 굉장히

낯선 풍광에 당황할 때가 있다. 신작로 하나 덜렁 났었던 테헤란로 인근은 그래도, 가장 '국제도시' 서울의

이미지에 값하는 풍경인 거 같다. 고작 한세대, 삼십년동안 이렇게까지 극적으로 풍광이 바뀌어버린 동네라니,

압축적으로 달려온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실감케 하는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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